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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강도라고 이혼을 청원 1921.02.21.
김해군 당유면 수가리 김기연은 4년 전에 김인찬(25)과 결혼을 하였는데 남편의 성질이 포악하여 집안일은 아무것도 알은 체 아니하고 난봉만 부리고 다니더니 작년 삼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강도죄로 6년 반이라는 중역의 선고를 받고 방금 부산감옥에서 복역 중인데 강도의 남편을 데리고 살음은 부끄러운 일이오, ㅇㅇ세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산지방법원에 이혼 청원을 하였다더라. (부산)
신진여류의 기염 – 문화운동에 대하여(1) 1921.02.22.
먼저 개인 지식 향상이 필요, 모든 운동도 이 주의로 할 것
이화학당 교사 김활란 양담
문화운동이라 함은 문제가 너무 크고 넓음으로 간단히 말을 할 수 없으나 문화라 함은 문명과 교화를 의미한 것이다. 개개인이 모여 사회가 되고 사회가 모여 국가가 되었나니 그런고로 사람마다 문명하면 그 사회가 문명하고 그 사회가 문명하면 그 나라가 문명할 것이라. 그런고로 조선의 문화운동을 일으키자면 먼저 개인의 지식을 향상시킬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러면 개인의 지식 향상은 무엇으로 표준을 잡을까? 대략 세 가지 방면으로 나눌 수 있으니 육체와 정신과 영혼이라. 먼저 육체의 방면으로 말하건데, 첫째 의복과 음식과 가옥이라. 그런데 이 세 가지에 대하야 우리의 생활제도는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조선 사람의 의복은 참으로 보기에 미려하고 음식도 돈 적게 들고도 자양분이 많으며 가옥도 잘 개량하였으면 좋을 것이다. 이 의미로 우리는 새 문화를 수입하는 동시에 옛 문화의 부흥을 부르짖는다. 다음에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하여서든지 그들에게 직업을 주고 밥을 주어야 하겠다. 되도록 조선사람 경영의 제조공장이 많이 생기어 그들을 수용하여야 할 터인데 제조공장의 대부분이 남의 손에 든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셋째로는 근일 운동열이 매우 왕성하여 일반 청년들이 운동을 많이 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나 그 중에는 운동만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아니해서 체육을 위한다보다 운동 전문가가 되어 버리는 일이 있다. 이것은 좀 생각할 일이다.
둘째로 정신방면 즉 지식의 향상인데 이것은 남이 가르쳐주어서 아는 것보다 제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제일 좋다. 내 생각에는 자각하는 사람은 상류사람이요 가르쳐 아는 사람은 중류 사람이요 가르쳐도 듣지 않는 것은 탐 하우불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가르치는데 제일 필요한 것은 가정교육인데 조선에는 아직 여자 교육이 발달되지 못하여 가정의 주부가 아무것도 모르므로 가정교육이 말이 못된다. 이 의미로 나는 여자에게도 보통교육을 강제하기를 부르짖는다. 그 마음은 남녀 고학생 구제책이다. 불같이 배우고 싶은 열심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왔으나 생활할 방법이 없어 비상히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학생이 늘어가는 것은 조선 문화를 위하여 기뻐하는 동시에 사회의 유지인사는 그들을 구제할 방침을 연구할 것이라 그 다음으로 일반에게 독서를 장려할 것이다. 이에는 신문, 잡지 같은 것이 물론 좋으나 그 외에 누구에게든지 보통상식을 넣어 줄 만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컨대 외국에서 성풍한 강의록 같은 것이다. 또 정신을 향상하기에는 위인의 전기 같은 것이 비상히 유익하다. 또는 사회상 교제도 상식을 양성하는 한 방법이니 되도록 좋은 친구를 가리어 넓게 교제하는 것도 좋다. 또 오락 같은 것도 지금과 같이 저급의 것만 하지 말고 좀 더 고상한 연극장이 생기었으면 좋겠다.
자살미수 1921.02.22.
방탕한 끝에 자살하고자
경기도 개성군 청교면 유능리에 사는 김영선(32)는 작 이십일일 오전에 시내 체부동 오번지 김성환의 집에서 다디미 방망이와 커다란 돌로 자기의 머리를 함부로 때리어 머리가 벌의 집과 같이 상하고 그 터진 곳으로는 유혈이 낭자하여 일시 매우 소동을 일으켰으며 사실을 안 종로 경찰서에서는 사실을 취조중인데 김영선은 원래 개성사람으로 작년 6월경에 노동을 해서 돈을 저축할 목적으로 경성에 올라와 각처로 다니다가 작년 9월경 시내 체부동 오번지 김성환이라 하는 국수영업을 하는 사람의 집에 고용군으로 들어가서 주인의 일을 성심으로 도와주며 여간 월급으로 받던 돈은 조금도 소비하지 아니하고 저축하여 사오삭 동안에 오십원을 저축하고 근처 사람들에게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받던 바, 우연히 주색잡기에 발을 들여놓아 주인에게 맡겼던 돈을 어느덧 다 소비하고 정신에 이상이 생겨 돌과 방망이로 함부로 자기의 머리를 때리어 자살을 하려 하였으나 마침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는데 경찰서에서는 자살원인에 대하여 다른 사실이 있는 듯 해 취조중이라더라.
흉악한 사기살인범 1921.02.23
흉학한 사기살인범 마침내 무기징역, 그 처는 15년
전라남도 제주도 대정면 무릉리 강진환(49)과 등인의 처 문성녀(5?)
동도 구좌면에 사는 장인수는 작년 6월경에 공모하여 새물을 사취할 목적으로 사람의 고총을 파서 백골을 끌어내었다가 어떠한 곳에 비밀히 감추어두고 문성녀는 기도를 해 백골을 찾아 내이는 재주가 있다고 소문을 내어 그 방법으로 다대한 급전을 사취한 사실이 있었는데 그 후 강진황의 부부는 사취한 금전을 자기가 모두 소비하고 장인수에게는 조금도 주지 아니함으로 장인수는 여러번 돈을 나누어 달라고 강청하였으나 종시 듣지 아니하고 드디어 강진환은 장인수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작년 6월 14일에 강진환은 장이수를 동면 동리에 있는 자기의 둘째 아들 되는 강두규의 집에 꾀어내어 자기의 아내 문성녀는 파수를 시키고 장인수의 가슴과 두상을 함부로 난타하여 죽이고 그 형적을 감추기 위해 사체를 부인섭(?)에 담아 자기의 소유인 부근 밭에 파묻어 둔 사실이 제주도 경찰서에 발각되어 즉시 체포되어 취조한 후 광주 지방법원 공판에 부친 바 지난 15일에 피고 강진환은 무기징역에 동 문성녀는 15년 징역에 각각 판결언도를 하였다더라. (광주)
신진여류의 기도 – 근래의 연애문제 1921.02.24.
함부로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가 없는 큰 문제
‘신여자’ 주필 김원주 여사담
요 사이 일반 청년 남녀 간 연애문제 같이 말썽거리가 다시없는 줄 압니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마땅히 그러할 것이겠지요. 지금 같은 과도시대 곧 옛 것이 새것으로 바뀌는데 더욱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깨이게 된 오늘날 우리 조선 사회에 있어서는 부모의 뜻으로 얻어 맡긴 아내와 비록 사랑과 이해는 없더라도 습관과 억제로 평생을 부부의 즐거운 행복과 사랑의 맛을 못보고 헛되이 보내려하는 남자가 과연 몇 사람이나 있겠습니까? 설혹 그런 사람이 있다하면 그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까? 깊이 생각하면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귀한 사람도 없고 나보다 더 중한 물건도 없을 것이외다. 물론 사람의 생활을 좀 더 낫게 하고자 하여 과학을 연구하다가 연구실에서 약기운에 중독이 되어 넘어진다던지 혹은 동족을 위하여 포연탄우 중에서 적군의 탄환에 피를 흘리는 것은 비록 얼른 생각하면 “나”라는 것에게는 해만 끼칠 듯하나 다시 거듭 생각을 할 때에는 “나”보다도 오히려 더 큰 “나”를 위하여 노력한 형적을 볼 것이외다. 그러면 한낱 우매한 여자를 인연하여 자기 평생의 행복을 맛보지 못한다 하면 그것도 무슨 인류 사회이나 동족 간에 큰 이익을 주는 무엇이 될까요! 아니올시다만 불완전한 사람으로 인연하여 완전히 될 만한 사람의 앞길까지 그르치게 되는 근본이 될 뿐이올시다. 저는 항상 사랑 없는 가정의 쓸쓸한 공기를 호흡할 때와 마음에 맞지 않는 아내를 두고 낯을 펴지 못하고 근심 중에 있는 남자를 볼 때와 할 일 없이 소박덕이라는 이름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여자를 볼 때에 깊이 생각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한 결과 여자는 여러 가지 풍속과 속박으로 할 일 없이 그대로 그 사람의 아내라는 이름 하나에 운명을 맡기고 지내게 되나 남자는 요 사이 같이 여자와 접촉하기 쉬운 때에 어떠한 처녀와 사랑을 주고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비로소 "아무개는 기남자인데 어떠한 처녀와 좋아 지낸다지" 미친놈, 잡년 하고 세상에서는 떠듭니다. 그러나 생각하건데 연애는 가장 자유롭지 아니치 못할 것이외다. 만일 그 남녀가 참마음에서 끌어 나오는 사랑에서 이러한 관계를 두게 되었다 하면 남자도 ‘자기는 기혼남자다’하는 생각보다 그 여자를 사랑하는 생각이 앞을 섰던 것이요. 여자도 또한 그러하였을 것이 아닌가. 만일 연애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교환되는 것이라 하면 -임의 소박한 아내- 오직 민적상 아내로 있는 그것이 무슨 그 두 사람 사이의 연애 문제에 큰 장애가 될 것입니까. 여자 편에서라도 남자의 참사랑만 믿고 보면 도리어 오직 부모가 허락하지 않고 상대자의 고집으로 인하여 이혼을 못하고 있는 남자의 마음을 위로해 줄 것이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의견으로 과도기에 선 요 사이 조선 청년 남자 간에는 연애의 자유를 글타고(?) 할 수가 없으며 겸하여 그러한 의미로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어떠한 경우에는 동정할 수도 있고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도 없습니다. 말이 너무 남자 편에 기울었으나 여자가 남자에게 소박을 맞고는 그대로 살아도 아직까지 남자 소박덕이는 보지 못한 까닭이며 이왕 소박을 맞은 여자는 비록 그 남편이 다른 아내를 두더라도 별 다른 영향을 없을 줄로 알 뿐 이라 소박을 맞고라도 그대로 사는 여자는 여러 가지 사세로 오직 그 사람의 아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만족히 지낼 것이니 별로 그에게는 큰 영향은 없겠지요.
과학계의 신기적 1921.02.25.
16세의 어린아이로서 무선전신기를 새로 발명
과학이 발달됨에 따라서 별별 기괴한 일이 허다한 중 근대 과학의 가장 신기한 것은 무선전신이라. 그런데 이 무선전신 계에도 더 새롭고 더욱 신기하다고 할만한 새 사실이 있다. 이것은 미국 “뉴주어이”주 “킵톳”시에 사는 “해를드 러빈손”이라는 방금 열 여섯 살 먹은 어린 천재의 일이다. 최근에 그 아이는 자기의 재주로 장난감같이 만든 기계로 사람의 목소리를 대서양을 건너보낸 일이다. 전문가가 행하기에도 오히려 다대한 기술이 드는 무선전신을 무재인의 손으로 대양에 사람의 소리를 건너보내기는 세계 무선전신 계에 처음 되는 일이다. 이리하여 서양에서 큰 소문거리가 되었는데 그 아이가 보낸 소리는 넓은 바다 삼천 오백마일을 건너 “스코틀낸드” “애버듼쉬어”시에 도착하였다. 이것은 “애버듼쉬어”시에 사는 “조지뺀씨”에게서 온 편지로 알았는데 그 편지에는 “해를드 러빈손”의 이야기와 그의 집에서 노니는 유성기 소리도 들었다고 쓰여있다. 그런데 그아이가 그 성공을 하기까지 자기가 만든 기계를 약 1년 동안 시험하여 보았다고 한다. 하여간 열 여섯 먹은 어린 아이로 이와 같이 세계적 과학에 성공하기는 실로 신기한 일이더라.
이시인의 이혼 1921.02.25
“따눈치오”씨가 또 이혼을 한다고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이탈리아의 시인)
이태리에서 출생한 세계적 시인으로 겸하야 “휴ㅣ메” 항구를 점령한 영웅으로 또는 비행가로 또는 방탕아로 유명한 “따눈치오” 대위는 금년 20세의 꽃 같은 미인 “루ㅇ데파가이”라 하는 이태리에서 하나밖에 없는 절색으로 여류비행가와 결혼하기 위해 지금 함께 사는 부인 “가라스” 공작의 딸 “마리아”와는 이혼을 하고자 불원간 법정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리라더라.
음악과 인생의 관계 1921.02.25.
신진여류의 기염 – 음악과 인생의 관계
음악은 사람의 생활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 이화학당교사 임배세 양담
어떠한 글에 말하기를 어린 아이와 고운 화초와 청아한 음악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였다. 이 넓은 우주를 살피건데 자연의 음악이 허다히 있으니 층암절벽에 흘러 떨어지는 폭포수와 넓은 바다에 일어나는 물결소리도 모두 자연음악의 한 종류이다. 그러므로 우주에 가득한 천태만상의 모든 소리를 다 음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음악은 사람에게 어떠한 위로를 주는가. 음악은 실로 상한 마음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요, 흐리터분한 정신을 씻어주는 생명의 샘물이다. 우주의 오묘한 이치를 감추고 아름답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기쁜 사람이 들으면 그의 가슴에 더욱 봄바람이 충만할 것이요, 슬픈 사람이 들으면 많은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이 사람의 생활에 큰 위안을 주는 음악과 조선 사회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물론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건데 우리도 찬란한 문화를 가졌으니 반드시 그에 따라서 사람을 울리고 웃게 할 만한 음악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가 오늘날 같이 쇠퇴한 동시에 우리의 음악도 아무 보잘 것 없이 되어 화류계 하등배의 오락물이 되고 말았다. 이에 나는 음악과 사람의 생활의 관계를 조목을 들어 말하고자 한다. 먼저 음악과 가정과의 관계를 말하건데 대개 사람은 어린아이 때의 교육이 가장 요긴함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그러면 이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에 대해 때때로 화창한 음악소리를 들려주어 그에게 즐거운 생각을 넣어줌도 정신발달에 큰 관계가 있을 것이요, 또 남녀 간 사회에 나서서 격렬한 활동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자연 심신이 피곤할 터이라. 이러한 때에 청아한 음악을 들으면 모든 근심이 흩어지고 다시 새로운 활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정 음악이라는 것은 반드시 피아노나 오르간 같은 것을 말함이 아니라 창가라도 무방하니 내가 일찍이 어떠한 서양 사람의 집에 갔을 때에 그 집 부인이 창가를 부르고 아린 아이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데 어떻게 어여쁘게 추는지 참 이 세상의 낙원을 이런 곳인가 하였습니다. 우리 조선 가정에도 반드시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나의 말은 경제상 허락하지 않는 비싼 악기를 구태여 사라함이 아니라 다만 음악의 취미만 일반 가정에서 갖게 되면 어떠한 것으로든지 응용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둘째로 음악이 사회에 대한 관계이니 우리보다 먼저 열렸다는 서양 각국에는 어떠한 집회에든지 음악이 반드시 있어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화창하게 하니 그런고로 그들의 사회에는 항상 봄바람이 부는 듯이 화기가 융융하다. 조선 사람들이 처음으로 그러한 곳에 가서보면 참으로 딴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난다는 것도 과한 말은 아니다. 어떠한 사람은 말하기를 음악은 한가한 사람의 할 일이요, 있는 사람은 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저 서양인같이 바쁜 사회에도 음악을 들을 여가가 있거늘 조선 사람은 바빠서 음악을 들을 수 없다함은 원래 말이 좀 덜 되는 말이다. 또 어떠한 종교에서든지 음악을 응용하지 않는 종교가 없나니 예수교 불교 같은 세계적 종교는 물론 다신교의 일종인 무당 판수들이 북과 장구를 울리는 것을 보아도 음악과 인생의 관계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셋째는 음악과 나라와의 관계이다. 한 나라에 동원령을 내려 군가들이 칼을 집고 전장에 나갈 때에도 용장한 군악소리는 그들의 의기를 백배나 도와줄 것이요, 그 군악소리에 맞추어 애국의 더운피는 더 한층 뛸 것이다. 그리하고 전장에 나간 병사가 적군에게 부상하여 야전병원에 외로이 누웠을 때 눈물 흘리는 그에게 화창한 음악으로 병중의 심사도 위로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음악을 조선 사회는 어떻게 발전시키겠는가. 이것은 별 도리 없고 먼저 소학교 교사가 음악의 취미를 아이 때부터 길러줄 것이다. 어린 아이 때에 가장 그의 특징이 잘 나타나니 어릴 때에 음악에 특장 있는 아이를 골라서 음악을 배우게 할 것이다. 둘째는 청녕 중에 음악구락부 같은 것을 조직하여 음악을 연구하는 것도 좋고, 셋째는 사회의 일반 인사가 음악의 취미를 이해하여 때때로 음악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에 할 것은 하나님은 사람에게 재주를 주시어 그로 말미암아 기쁘게 하셨다. 우리는 그를 잘 받아 즐거워할 것이다. 조선에는 조선유래의 음악 뿐 아니라 이삼십년으로서 서양 음악이 수입되어 씨를 뿌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그 씨는 싹이 트이고 잎이 피고 꽃이 피어 부활의 조선에 새로운 큰 음악가가 나고 우리 사회도 봄바람이 부는 낙원이 되기를 바란다.
소녀가 출가한 후 돌아오지 아니해 1921.02.25.
시내 관철동 이백삼십오번지 사는 박최공의 다섯째 딸 삼명(11)이는 지난 24일하 오십이시경에 술을 사러 나아가서는 인하야 돌아오지 않음으로 그 부모는 당국에 그 사유로 수색 청원을 제출하였다더라.
가까워오는 춘색! 1921.02.27.
요 사이 비 기운은 봄빛을 재촉한다. 봄이 점점 가까워온다. 남산의 적설 되어나듯 소문 없이 오는 봄비에 다 녹아버리고 양지바른 언덕 밑 마른 풀잎 사이로는 새파란 풀싹이 나오라고 머리를 뾰족이 들고 일어나는 모양이며 매 운치위에 돌과같이 얼었던 땅에는 차차 물기가 돌아 모든 옥조임과 온갖 죽음을 다 살려 일으키려고 하는 봄의 발자취가 점점 가까워 오는듯한 느낌이 새로워진다. 비록 가끔 불어오는 북녘바람이 요 며칠 전 까지 차갑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때때로 바람만 자면 날빛은 차차 사랑에 무르녹는 봄빛과 따뜻한 맛을 주는 듯한 감상이 매우 깊어간다. 더욱 26일 아침에는 따뜻한 봄빛이 자못 정답기 한이 없더니 별안간 북으로부터 먹구름이 몰려와 온 하늘을 덮고 궂은비가 내리더니 오전 10시 경에는 온 세상은 돌연히 침침해져서 자못 북녘 구라파의 해질녘과 흡사한 광경을 이루었으며 인하여 음산한 날씨가 족히 첫 봄의 꽃빛을 재촉하는 조짐을 말없이 전하는 듯하였다. 이에 경성 측우소에서도 이제부터 앞으로는 한번 비가 오면 그만큼 봄이 가까이 오고 또 한번 비가 오면 또 한층 봄이 짙어져서 마침내 온 세계가 꽃빛이 될 때에 다다르리라 하니 봄은 점점 가까이 오는구나. 꽃 필 날이 하루 이틀 가까워오지 않는가.
신여자와 결혼생활 (1) 1921.02.27.
화려한 새살림의 경륜도 혼인만하면 수포가 된다.
이원임 여사 담
무슨 일이든지 젊은 사람은 노인네에게 눌려만 왔으며 여자는 남자에게 구속만 받아오던 우리 사회에서 여자도 사람이오, 젊은 사람도 또 생각이 있다고 부르짖게 된 오늘날. 신학문을 배워 새 생각과 새 경륜으로 새로운 살림을 꿈꾸는 여학교 출신들 같이 비참한 경우에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비록 학교에 있을 때와 남의 가정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상의 낙원을 항상 눈앞에 그리며 내가 한번 주부가 되면 ‘이렇게 하겠다.’ 하는 여러 가지 포부와 경륜을 품고 있다가도 한번 남의 아내가 되고 남의 며느리가 되는 날에는 마침내 모든 아름답던 새 경륜의 꽃 같은 꿈은 그만 흐르는 물결 위에 거품과 같이 허사에 돌아가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인 모양이다. 어떠한 여자는 남편과는 마음이 합하나 시부모가 완고하여 평생을 뜻과 같이 즐겁게 살지 못하는 일도 있고, 또 어떠한 여자는 비록 신학문은 배웠으나 불행히 부모의 살피지 못함을 인하여 지식도 없고 취미도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결과 일생을 눈물로써 마치는 비극도 가끔 보는 바이다. 불론 오늘 우리 사회는 신사상과 구사상이 서로 충돌하는 과도시대요, 뿌리 깊은 구사상과 갓 피어나는 신사상이 서로 흘기고 다투는 결과에 노인네와 젊은 사람 사이에는 어찌하기 어려운 높은 장벽이 가로막히고 만 것이라 머리를 틀어 얹고 학교에 다니던 여학도가 도저히 옛날 노인네의 눈에 들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공정히 말하자면 그것을 “왜장녀”이니 “미치광이”니 하는 옛 노인들이 완고한 까닭이 아닌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남의 며느리가 되어 시부모에게 대하여 “당신네 하는 말은 완고하니까 못쓰겠소. 이 일은 이렇게 해야지 그렇게 하면 구식이니까 못쓰겠습니다.” 하는 등 자기의 새로운 의견을 능히 베풀어 말할만한 자유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또 혹은 그러한 대담한 말을 한다거나 옛 법은 어찌하든… 시부모는 좋아하든 말든 자기는 자기대로 새 살림을 한다한들 무슨 수로 그 살림이 하로 내 뜻대로 될 것이며 또는 며칠이나 그 시집에 붙어있게 될는지? 한 의문일 것이다. 그러함으로 요 사이에 신학문을 배운 여자는 비록 가슴 속에는 천하를 새로이 할 nt 있는 새 경륜이 파묻혀 있다 하더라도 한번 시집만 가고 보면 그만 완고한 시부모에게 할 수 없이 눌리고 뿌리 깊은 구습에 몸이 얽매어 마침내 얼마 아닌 동안에 옛사람이나 새사람이나 다 함께 인습이라는 무서운 테 속에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어느 시집살이하는 동무의 말을 들은 즉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부모께 아침 문안을 하고 즉시 아침을 시작하여 시할아버님으로부터 시부모 또는 자기 남편 되는 이까지 차례차례로 밥상이 끝나기를 기다려 자기마저 아침밥 숟가락을 들게 되면 어느덧 시간은 하오 한시가 넘고 그때에는 벌써 아침을 제일 먼저 자신 시할아버님은 점심을 찾게 되고 그 점심이 또 차례차례 끝이 나면 또 저녁쌀을 내이게 되고 그 저녁이 끝날 때에는 벌써 그날 해는 서산에 기울어 전등불이 들어오게 됨으로 도무지 자기는 먹으려고만 사는 인생이라고 하겠는 외에 다른 수가 없다고 탄식을 하는 소리도 들었으며 또 어떠한 동무는 자기는 비록 신지식을 가졌으나 여러 가지 구습관계로 완고한 가정에서 철없이 자라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결과 모처럼 배운 신학문과 새 취미는 도로 고통을 느끼는 근본만 될 뿐이며 이와 같으려면 내가 무슨 까닭에 그같이 공부는 하였던가 하는 생각이 난다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참 이것은 한적은 실례에 지나지 못하거니와 아무리 학교에 있을 때에는 잘난 체하던 여자라도 한번 시집만 가면 만족치 못하고 뜻과 같지 못한 시집살이에 머리를 흔들고 나중에는 자기도 또한 그 풍습에 귀순하여 일본말이니 산술이니 창가이니 하는 것은 다 남가일몽에 부치고 시부모의 전제하에 습관에 몸을 파묻어 버리거나 그 시집을 배반하고 뛰어나오거나 둘 중에 하나를 취지 아니치 못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신여자와 결혼생활(2) 1921.02.28.
먼저 부모와 각각 살림을 하여 단순한 살림을 도모함이 급무
이원임 여사담
이것이 만약 군주에 대하여 민중이 불평을 품게 되었다든지 교사에 대하여 학생이 불만을 갖게 되었다 하면 혹은 피를 흘려 혁명도 일으키고 입을 모아 배척운동도 하겠지만 말이 가정 문제와 시부모와 새 며느리의 관계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며느리 된 자가 절대적으로 시부모의 뜻을 받으며 가도를 지키지 아니치 못하는 외에는 오직 외로이 남모르는 눈물만 뿌릴 따름이 아니오리까. 그래서 항상 약자의 지위에 있는 며느리는 반드시 강자의 처지에 있는 시부모에게 피를 짜내는 듯한 고민을 느끼면서라도 모든 자유와 온갖 행복을 이바지하고 마는 것이다. 오직 “나”밖에 모르며 당신네가 자라나던 때 일밖에는 알지 못하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마음에 합당하지 않고 시대에 어긋난 살림살이를 하게 되니 그들은 그 집으로 시집을 간 것이 아니라 상등 종노릇을 하러 간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 우리 조선에서는 아무리 고상한 학식과 원대한 포부가 있다 하더라도 자기의 이상과 같이 신시대에 적합한 새 살림을 하여 볼 사람이 천에 하나이다. 백에 하나밖에 없을 줄로 압니다. 참 생각 할수록 그들의 경우를 생각하여 애석한 일이며 세계에 빛날 신조선을 꾸미는데 큰 원소가 되는 새 살림을 위하여 통탄할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하므로 만일 우리들 노안저서(?) 뜻과 같고 시대에 적합한 새 살림을 해보고자 할진데, 먼저 시부모와 딴 집 살림을 하고 다만 조석으로 문안을 다니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리하여 먼저 한 가정의 주부된 직책을 맡아서 비로소 그 가정을 자기의 평생 뜻대로 처리하여 볼 것이다. 그렇게 된 이상에는 둘째 순서로 남편 된 이에게 가정에 당한 일에는 여자에게 쓸어맡기고 다시 간섭하지 않겠다하는 승낙을 맡아 그 가정에서 수입되는 금액을 상당히 열두 달에 분배하여 놓고 일일이 과목을 정하여 살림살이의 예산을 만들어 놓고 지나간 일을 보살펴 앞일을 경영하는데 한 참고를 삼을 것이다. 그리고 셋째 순서로는 위생에 주의를 할 것이니 참 자기도 하인을 부려보나 조선 여자는 너무 의생사상이 유치한가 합니다. 그것은 너무 옛적부터 여자를 천시한 결과 “여편네야 뭐라 하면 어떠한가.” 하는 관념이 굳어 와서 상류에서부터 점점 하류에 이를 사록 조선여자는 더러운 것을 예사로 여깁니다. 그러하므로 하인을 두거든 좀 귀찮아하더라도 위생의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도 주며 자기가 몸 소행하여 집안을 청결하게 할 직책을 맡은 하인을 매우 단속을 할 것이며 또는 항상 여러 가정을 보건데 자손이 많은 집안에서는 가장 어린 아이 하나만 그 어머니가 데리고 자고 그 외의 아이들은 하인들과 함께 자게 하여 마침내 참지 못하고 본받지 못할 행동과 언사를 배워 잘못하면 그 폐해가 장래에 까지 미치는 모양이니 이 점에도 극히 주의할 것이며 아직 조선에서는 여자가 가정 일을 전폐하고 사회에 나서서 활동을 하는 게 그리 잘한다고는 할 수 없으니 아무쪼록 집안일을 간편토록 하여 치우고 상당한 시간을 이용해 잡지나 신문이며 혹은 음악 같은 데에 재미를 붙여 아무쪼록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면 온당 하겠는데 살림을 간편히 하고 수양할 시간을 버는데 먼저 일본과 같이 김치회사와 장회사가 있어서 조선 가정에서 제일 큰 일로 아는 김장과 장 담그는 수고를 덜며 겸하여 좁은 집안에 장독대와 김치광을 두는 폐를 덜 것이며 다음에는 아마 세계에 조선 사람같이 의복을 자주 갈아입고 조선 여자 같이 의복 짓기에 공을 들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니. 보라, 양복이나 일본 옷은 한 벌만 하면 얼마나 오래 입나. 아무쪼록 흰 빛은 여름에나 택하고 그 외에는 더러움 타지 않는 빛깔을 택하여 가끔 동정이나 갈고 속옷이나 빨아 입도록 하였으면 매우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만한 생각은 누가 아니 가졌을 것은 아니로되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그와 같은 생활을 누리는 사람이 오직 없는 것이 한이오니 제일 먼저 신문이나 잡지나 혹은 연설로써 구식 가정에서 세상을 모르시는 시부모님의 귀를 밝혀드리고 눈을 띄워드려 새 살림꾼의 처지와 소망을 짐작하시어 어느 범위까지는 자유와 방임을 하실만한 깨우침을 드리는 것이 제일 급선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