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월요일 50일차
6시 아침공양
6시40분 운력-극락전 앞 풀메기
8시 세월호 침몰사건의 슬픔에 묵념 하고 백배절명상.
*9시 만델라 영화보기.
11시40분 점심공양
1시20분 인사드리고 차량이동. 약 5시간
5시 30분 충북 제천 경은사 도착
저녁공양
*7시 화쟁사랑방
사랑어린학교 7학년 8명, 경은사 주지 승병스님, 덕산스님, 민주시민사회단체협의회 김형국님, 사무국장 최성욱님, 민주노총, 대일택시지부, 산내 한생명 윤용경님,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김진우님, 수경스님, 철도노동조합, 정토회, 이철수화백, 제천 사암연합회장 상인스님, 제천정토회 대표 유윤식님, 최정호목사님, 김영호목사님 등 약 50명
•세월호 기도문 낭독
•순례취지 : 전쟁의 멍에와 먹구름을 걷어내는 것과, 갈등이 만연해 모두가 적이 되어 있는 한국사회에 쌓이는 불신과 분노, 원한과 공포를 녹이기 위해서 길을 떠났다.
힘으로 승부를 내던 방식으로, 재판으로 결론은 나겠지만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나서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조계종단이 나서보기로 했다.
화쟁과 회통을 일반적 언어로 하면 상극을 넘어 상생의 길로, 화원상생이라 할 수 있다. 남아공에서는 만델라가 진실과 화해의 손길로 문제를 풀어 인류사회의 수준을 높인 인물로 평가된다. 속담으로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면서' 문제를 다뤄가는 것이 화쟁이라고 보면 되겠다.
더 깊이 원효의 화쟁사상을 들여다보면 갈등을 풀고, 더불어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자는 것. 핵심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정서에 거스르지 않게' 그래야 진정한 화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구현해내고자 하는 내용은 첫째, 진실과 실상을 잘 드러나게 하는 것. 둘째,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 그렇게 하려면 일차적으로 대화를 잘 해야 한다. 대화는 의견관철이 아니라 진실을 잘 드러내도록 하는 것. 진실이 드러나면 인정하고 존중하고 수용하게 되고, 극단대립은 안 일어나게 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기적이다. 또 '입을 잘못 놀리면 삼족이 멸한다'는 말이 있듯이 말, 대화를 잘 해야 한다.
현장을 다녀보면 갈등의 양 쪽 모두 대화로 풀기를 바라고 그것이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바람이다. 위로 가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대화를 방해하는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좌우대립, 보수진보, 친북반북 등 덩어리가 되어 덩어리들끼리 충돌하다보니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다.
한국에는 국민의 목소리는 없고, 이 쪽 저 쪽 목소리만이 있을 뿐, 제3의 목소리도 설 자리가 없다.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나, 그들도 싸움의 주체가 되어 오히려 분쟁을 이용하고, 조장하고 있다.
3.1정신을 들고 나온 것은 온 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이면서 화쟁사상과 함께 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그것을 내세우고 순례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 화쟁이라는 것이 한국사회에, 또 제천지역의 문제에 하나의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지역현안
•대일택시지부 집단해고 문제 : 사장이 바뀌면서 택시노동자를 집단해고 시켰고 노동부와 노동위에서는 부당해고라 판단했다. 그런데 제천시청에서 사측의 불법휴업신청을 허가하고 위장직장폐쇄를 허가함으로서 문제가 장기화 된 상태
•철도파업 이후 노조탄압 문제 :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 이후 조합원 중징계 및 손해배상 172억, 가압류 116억. 중앙선(특히 서원주~제천구간:사고위험 높은 구간으로 돌발상황 발생시 기관사 혼자 대처하기 어려움)1인 승무 강행-승객안전 위협, 철도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 강제전출 강행.
-김진우사무국장 지역현안 :
•제천, 단양, 영월의 시멘트공장 주변인들의 폐질환 문제(역학조사결과 1059명의 인과관계가 밝혀졌고 업체배상공고를 받았으나, 업체측에서는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있음)
•제인화이트 전쟁고아수용고아원 문제(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아동 신체학대와 방임을 자행해 왔다는 것. 현재는 학대부정은 물론 내부고발자보호법이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중징계와 소송 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주변 종교들이 옹호하고 있다는 것. 이와 비슷한 일이 조계종 시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철수화백 : 화쟁도 중요하지만 싸움 속에서 쌓인 분노를 푸는 것이 우선. 처음 붙은 딱지는 떼어내는 것이 참 어렵더라. 내 안에 쌓인 분노를 스스로 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마음 흔들리지
않고 실상에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정화가 동반되지 않은 운동들의 결과가 지금 와서 보여지는 것 같다. 사회모순들이 마구 터져나오는 이 시기에 화쟁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절하다. 회색군자라는 오해와 양 쪽으로부터의 돌팔메질을 견딜 각오하고 응원해야 한다.
-상인스님 :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화쟁과 통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겠나.
-최광식 등불님 : 나는 도시빈민, 철거민이었다. 자본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누군가. 자본가에게 줄 서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자숙해야 한다. 예의 머슴과 대기업 노동자에 어떤 차이가 있나. 어쩌면 우리도 자본가 못지않게 돈에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닌가. 노동자도 자본가들이 어쩌면 더 가난하고 불쌍하다는 것을 고민해봐야 하지않나.
-도법스님 : 화쟁을 이야기 하면 양 쪽, 곳곳에서 돌팔매를 맞는다. 보수, 기득권에서도 진보 약자들도 적으로 보더라. 약자 편에 서서 싸워주길 바라지만 그래서는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 문제다.
참여연대를 한다하니, 참여연대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당사자들 간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중재할 역할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단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흐름이 생기면 지방현안도 하나하나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새로운 관점과 역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길 바란다.
여태껏 스님 이야기를 그냥저냥 듣기만 했나보다. 이제서야 스님께서 그리는 그림의 윤곽이 약간 보인 것 같다. 대화마당을 열고 대화를 합리적으로 이끄는 중심의 역할을 할 그 무엇을 만들어가고자 하심을.
목표했던 50일이다. 잠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고 하니 좀 더 굳게 마음을 먹어야겠다. 새 마음 새 목표를 가지고 무사히 걸음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첫댓글 절에서 절하는 사진을 보니, 그냥 눈물이 나네.
절하는 마음으로 하루 시작...그리고 또다른 절반의 시작...!
반이 지나갓구나, 나머지 반도 건강하고 풍성하기를...
그리고 나머지 반에서 도법스님께서 그리려는 그림의 윤곽도 터득하기를,
어쩌면 그 윤곽도 이미 유진등불, 아니 우리 마음 안에 다 있을지도...
단지 실천하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