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와 안상훈 감독 특강
2007112916 영화영상학과
정대환
특강을 듣기 전에 교수님께서 영화 <아랑>과 <블라인드>를 꼭 보고 들으라고 하셨기에, 보지 못했던 <블라인드>를 특강 이틀 전에 보게 되었다. 영화 <블라인드>를 보면서, 소재가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목격자인데, 시각 장애인인 목격자라는 것이 '목격자'라는 단어 자체와 모순이 되듯이 아이러니한 소재에 대한 발상이 좋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눈이 멀게 된 전직 경찰이 동생을 잃은 후, 연쇄살인범과 엮이게 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그러면서 전개되는 사건들과 영화의 진행이 밀도 있는 긴장감으로 채워져 진행된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붙잡게 되고 새로운 가족으로 기섭이라는 동생이 생기게 되면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매우 견고하고 탄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봤던 <아랑>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릴러로 극적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면서 큰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의 끝까지 긴장감을 밀도 있게 잘 유지하면서 영화의 결과까지 마무리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안상훈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는 영화가 마지막에 힘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가 긴장감을 밀도 있게 잘 유지하면서 진행되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크게 터지는 느낌이 강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긴장감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랑>에서도 미스터리하고 잘 진행되던 영화의 이야기가 종반에 너무 한 번에 풀려버리면서 조금 김이 샌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영화 <블라인드>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서 많은 조사를 하고 배우 김하늘이 소화할 수 있도록 연출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이 엄청나게 튼튼하다는 것이었다. 감히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건방지지만, 영화의 이야기와 구성이 기본에 충실하고 화면의 구성에서 독특한 편집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처음부터 튼튼하기 때문에 영화가 어느 정도 선 밑으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대단한 점이라고 생각을 했다. 소위 말하는 상업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충실하게 지켜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이야기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상업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 동원에 있어서 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다음에도 안상훈 감독이 또 다른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1년 11월 23일, 안상훈 감독 특강을 듣게 되었다. 저번에 강형철 감독과의 만남보다 좋았던 것은 강의실에서 수업인원들이 모여서 자유롭고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특강을 통해서 안상훈 감독으로서, 선배로서 알려주는 많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특강에서 시나리오,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또 선배로서 그리고 영화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해주는 현실적인 그리고 절절한 조언들이 매우 와닿고 씁쓸하고 유익하였다.
먼저 특강을 통해서 영화사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한 번 했던 것 같다. 2학년 때, 세계영화사 수업을 유지나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그 때 '왜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를 엄청나게 했다. 영화의 시작부터 이야기하면서 연극을 많이 보고 알아야한다고 강조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연극의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무대를 구성하는 미장셴처럼 영화에도 화면을 구성하는 미장셴이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배우의 연기를 지도함에 있어서도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시선처리를 하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클라이막스의 어원이 설사라는 뜻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가장 인상에 깊게 남았고, 그 뒤에 강조했던 것이 기서결로 구성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클라이막스를 서와 결 사이에 넣어주어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본인의 성향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자신이 문학적 감성과 회화적 감성 중에 어느 성향이 더 강한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중에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를 파악하였고, 둘 다 중요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에서 예술성을 논할 때, 이제는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상업영화에서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였다. 처음, 표현과 소통 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냐는 안상훈 감독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안상훈 감독이 나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소통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후에 다른 학우들에게도 같은 질문들이 오갔고 각자의 생각들을 말했다. 후에 대중성을 언급하면서 소통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역시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살짝 와닿았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 된 후에 자유롭게 질의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나에게는 상업 현장경험이 없기 때문에 궁금한 것들도 있었고, 영화계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들, 지금의 상황과 예전의 상황들이 어떠했는지, 영화를 선택하면서 가졌던 현실적인 고민들은 없었는지 모든 것들이 궁금하였다. 먼저 안상훈 감독은 94학번, 35기로 나에게는 14기수 차이인 선배였다. 그 당시,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영화과였기 때문에 연극수업을 들으면서 영화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하였다. 기본적인 무대 미장셴부터 배우의 시선처리 같은 것들을 배웠고 그것들이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분과가 되어 연극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하였다. 그리고 졸업을 하면서 동기들과 만든 영화가 운 좋게 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하였다고 하지만, 안상훈 감독을 봤을 때, 결코 운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일례로, 영화 <블라인드>의 시나리오를 컴퓨터로 보여주었는데, 엄청난 탈고 횟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묘한 탈고까지 친다면 시나리오를 50번도 넘게 탈고를 했을 것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파일 폴더에는 초고부터 시작해서 1고 1.1고... 수십여개의 수정된 시나리오 파일들이 들어있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익히 말씀하시다시피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은 특강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파일 줄은 몰랐다. 물론, 노력은 하고 노력했기에 성과를 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안상훈 감독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영화 <블라인드>의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들의 흔적을 보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노력을 떠나서 끈기와 독기가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나리오기에 탄탄한 이야기 때문이라도 영화가 실패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졸업을 한 후에는 영화를 더 공부하기 위해서 아카데미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년 공부를 하다가 <아랑>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데뷔하게 되고, 영화작업을 마친 후에 다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블라인드> 전까지 인고의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슬펐다. ‘역시 영화를 하는 건 힘든 길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똑똑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 답답했다. 그리고 이렇게 안상훈 감독이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니 학생들이 그동안 궁금했던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 하는 현실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생계는 어떻게 꾸리나요?’, ‘영화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나요?’, ‘결혼은 할 수 있나요?’, ‘영화를 선택하면서 불안하거나 고민하시지는 않았나요?’ 등 지금 영화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과 궁금함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먼저 결혼은 아직 못했다고 했다. 물론 영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영화 연출만 해서 생계를 유지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하였다. 연출의 기회도 많지 않고 그 기간도 길고, 성공하는 영화는 더 적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감독들이 영화 연출을 하지만 생계수단은 다 따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구체적인 생계수단이 궁금하였지만 묻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는데, ‘영화를 선택하면서 불안하거나 고민하시지는 않았나요?’라는 질문에는 ‘물론, 불안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라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블라인드>를 만들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진 않았으나 말할 수 없을만큼의 고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에 이런 말을 해주었다. ‘영화를 통해서 한 번에 무엇을 이루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그렇게 한 사람은 여태까지 아무도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영화는 과정을 즐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 영화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고된 길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도 영화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영화가 다 만들어지고 성공했다고 하여도 그것을 목표로 하면 결국에 영화 2~3편 만들고 더 찍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더불어서 영화를 하면서 누구보다 부지런해야하고, 재능이 있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또 성실해야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영화사 공부는 꼭하고 더불어 연극과 수업도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주었다.
결국에 ‘영화를 한다.’라고 하는 것, 영화계에 몸을 담는 것은 힘들고 고된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 자체를 즐겨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노력하고 성실할 것! 결국에는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정답이 아닐까 싶다. 왕도는 없다. 정도는 있고..
어쩌면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의 앞길을 걸어간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와닿았던 시간이었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의 조언이기에 깊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이야기와 조언들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것이 제일 걱정이다. 걱정도 태산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데, 앞으로는 걱정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실천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안상훈감독특강(장편시나리오실기).hwp
첫댓글 와` 엄청난 조회수...이건 무슨 뜻일까?
조회수가 자꾸 늘어나는게 놀랍네요. 1000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