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 다지기 / 박진주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면서 내 소망이 하나 있었다. 글을 멋들어지게 쓰는 것이었다. 어느 그 누가 봐도 내 글을 멋있다고 느꼈으면 했다. 입학하고 혼자 무언가 생각나면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중엔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알 길이 없어서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로 글을 쓰다가도, 다 쓴 글을 보면 형편없는 글솜씨에 우울해했다. 여태 글을 평균 이상은 쓴다고 자부해 왔는데 대학교는 중·고등학교 때와는 달랐다. 작은 우물 안에 살고 있다가 바깥세상을 보니 내가 여태 살던 세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연히 알게 되었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훨씬 많았다. 화려하고 유려한 글들을 보니 내 것을 세상에 내놓기가 부끄러웠다. 그렇다 보니 글을 안 쓰게 됐다.
글을 놓고 지내다가 우연히 이 수업을 발견했다. 처음엔 ‘수필 쓰기 연습'이란 강의명만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 논문도 아니고 수필이면 나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참에 글 쓰는 실력을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 받은 편지 쓰기란 주제는 오랜만에 쓰는 거라 고심해서 썼던 글이었다. 머리를 쥐어짜서 쓴 글이었는데 잘 썼다는 칭찬을 받아서 그날 하루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날의 기분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 이후로도 여러 주제로 글을 썼지만, 글을 직접 쓰는 것보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던 건 다른 사람의 수필과 기사의 문장을 고쳐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내가 평소에 쓰던 안 좋은 버릇들도 고칠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쓰며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수업에서 배웠던 것을 다른 수업에서 글을 쓸 때 적용했더니 비문이 거의 없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나는 여태 글쓰기를 두려워했다. 과제로 수필을 쓸 때도 한 문장마다 수십 번을 고민하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글을 다 끝내놓고도 고민하느라 올리지 못하고 계속 보고 또 봤다. 그렇게 고심해서 올렸는데도 고칠 부분이 많을 땐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내 글이 볼만 해졌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들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나만의 문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글을 쓸 기반이 탄탄히 다져지고 있는 것 같아서 보람차다. 이렇게 단단하게 다지다 보면 내가 만족할만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수필 쓰기 연습'은 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수업이다. 수업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글을 쓰며 고치는 과정이 재밌고 즐거웠다. 그래서 수업을 가는 날은 항상 설렜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은 내가 글 쓰는 데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줬고, 앞으로도 내게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유익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한 학기 동안 행복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신 교수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