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藝), 그리고 만남]
시인 박서영과 사진작가 김관수
‘순간’을 치열하게 담았다… 그래서 시와 사진은 닮았다
시인은 사유하기 위해 사진을 보고,
사진작가는 영감을 얻기 위해
시집을 읽는다고 말했다.
시인과 사진작가가 서로의 독자인 셈이다.
이러한 교감이 가능한 이유를 두 사람은
“시와 사진이 닮았기 때문”이라 했다.
김 작가가 말했다.
“사진이라는 구조와 가장 유사한 구조가 시입니다.
시론 책 가져서 사진 집어넣으면
사진 교재가 되죠.
둘 다 상징, 은유, 함축적.
묘한 선택의 예술이에요.
저는 작업이 막힐 때 시집을 읽습니다.
읽다가 언뜻 딱 한 구절에서 영감을 얻죠.
별거 아닌 것을 정말 별거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시인인 것 같아요.
늘상 보는 나뭇가지 하나인데,
어느날 갑자기
그 나뭇가지가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죠.
사진도 그런 관점을 가지고 찍어야 하거든요.
”박 시인은 두 개의 장르 모두
‘순간의 예술’이라는 점이 같다고 했다.
“저도 사진예술론 책을 보는데
시론과 같아서 놀랐습니다.
둘 다 순간의 예술이죠.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인데,
시인은 순간의 이미지를 보면서
생각이 흘러가게 하지요.
시인과 사진작가는 정지된 순간 앞에서
사유를 움직이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서로의 독자가 되는 것 같아요.
http://knnews.co.kr/m/mView.php?idxno=1090025&gubun=
[출처 - 경남 신문]
[ 박서영 (1968∼2018) 시인의 디카시 ]
공룡발자국 화석 - 박서영
멀리서 온 기억에 발을 넣고
먼 곳의 기억에게로 걸어가 본다
먼 곳의 파도 소리, 먼 곳의
바람 소리, 쿵쿵쿵 발소리 내며
떠나가 버린 먼 곳의 사람에게로
“우리는 벌써 당신이 그립습니다
차디찬 땅을 밟고
저 먼 곳으로 떠나가 버린 당신의 발자국이
우리 가슴에 저리도 선명하다니
당신은 천생 시인이었습니다
당신을, 당신의 문장을,
당신의 그 눈매를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박서영 시인, 1968년 경남 고성 출신이다.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문단의 주목받는 시인이었다.
『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좋은 구름』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행주문학상을 비롯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과
요산기금,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등을 받았다.
수년간, 통증을 함구한 채 계간 디카시의 편집위원으로
좋은 글을 발표해준 시인께 조용히 머리를 숙여본다.
천융희《시와경계》편집장
2017. 2. 8일 경남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