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The Tiger, 大虎
한국영화, 장르:시대극 개봉:2015.12.16
감독,각본:박훈정, 제작:사나이픽처스
주연:최민식, 관객:1,762,733명(2017.08.15.현재)
이것은 190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명성을 높였던 “천만덕”(최민식역)의 이야기다. 한반도에는 BC.7천년경부터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호랑이의 수염은 전생과 후생을 볼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여 무당들의 전유물이었다. 잡귀를 쫓거나 잡는것도 호랑이 부적일 정도로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에 나오는 설화의 주인공으로서 호랑이는 조선의 상징이기도 하다. 몸무게 400kg, 꼬리길이 1m20cm, 전체 몸길이 3m80cm에 달하는 조선호랑이는 전세계 호랑이 가운데 가장 크고 용맹하였다. 호랑이의 야간시력은 사람의 6배에 달할 정도로 놀랍도록 뛰어나다. 강한 턱과 긴 송곳니는 정글에서 그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슴을 말해 준다. 험준한 산악지대 높은 동굴에서 생활하는 호랑이는 반드시 자신의 영역으로 귀환하는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조선의 포수들은 동식물들의 생태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잡고 싶은대로 잡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조선포수는 사정거리 54m에 불과한 화승총으로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죽이지 못하면 본인이 죽어야 하는 생명의 사투가 벌어지는 정글이다. 화승총은 화약을 넣고 불을 붙여 쏜 후 총신을 닦고 다시 화약을 넣어야 하는 총으로 한방에 죽이지 못하면 자기가 당할 위험이 너무나 높다. 호랑이 또한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어깨와 늑골사이의 작은 틈새에 위치한 심장에 명중하지 않으면 호랑이는 회복력이 빠르다. 그래서 명포수들은 18m거리까지 접근하는 위험을 감수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제국주의는 사람의 생활에 해로운 짐승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해수구제정책”을 실시하여 조선의 정신이며 영혼인 호랑이 박멸에 전력투구하였다. 그후 1921년,경주 대덕산에서 포획된 호랑이를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조선의 명포수로 명성을 더 높였던 천만덕은 포수의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 깊은 숲속 오두막에서 “석”(성유빈역)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린 아들 석은 아버지가 사냥을 하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던 어느날 해수구제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의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 일본군 포수들이 지리산에 나타났다. 조선최고의 호랑이 가죽에 관심을 가진 제국주의 고위관리 “마에조노”(오스기 렌역)는 일본군과 조선인 포수대를 압박하며 호랑이 가죽을 가져오라고 명령한다.
조선인 포수 “구경”(정만식역)과 일본군 포수대장 “류”(정석원역)는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알려진 “대호”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채 망연자실해 있다. 결국 구경과 류는 천만덕을 찾아가 사정을 하지만 만덕은 이미 오래전에 포수생활을 청산했다면서 거절한다.
구경은 대호의 암호랑이와 새끼를 죽여 대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석이의 감기약을 사러갔던 만덕은 “약재상”(김홍파역)으로부터 암호랑이와 새끼를 죽인 사건을 접하게 되지만 깊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구경은 새끼 호랑이 시체로 대호를 유인하지만 함정에는 늑대만 있을뿐 호랑이 시체는 대호의 손에 넘어가 버린다. 구경이 다시 만덕을 찾아갔을 때 그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선이”(현승민역)와의 결혼을 꿈꾸는 석이는 엄청난 포상금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석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대호 때문에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대호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석이는 아버지 만덕을 피하여 류를 찾아가 대호사냥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류는 석이에게 아리사카 38식소총을 선물로 지급한다. 포수로 참여하고 있는 “칠구”(김상호역)는 석이를 근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구경과 포수들이 새끼 호랑이 시체를 다시 미끼로 사용하지만 오히려 몰이꾼과 일본군 수십명이 대호에게 유혈낭자를 당하며 목숨을 잃는다. 이곳에 함께 있었던 석이는 겨우 목숨을 구하고 때마침 일본군이 쏜 총에 대호도 총격상을 입는다. 그러나 대호가 떠난 자리에 늑대들이 나타나 시체들을 끌고 가면서 부상당한 석이도 함께 끌고 가버렸다. 이때 구경은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려 했지만 이마져도 실패한다. 구경의 이러한 행태를 비난한 칠구가 구경과 한판 싸움을 벌이자 만덕이 싸움을 말리며 대호를 찾아 나선다.
늑대들이 석이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대호가 나타나 늑대를 죽이고 쫓아내 버린다. 대호는 석이 옆에서 석이를 핥고 살리려고 노력해 보지만 석이는 결국 죽음에 이른다. 석이를 데리고 만덕의 집을 찾은 대호는 만덕을 보며 사라져 버린다. 죽은 석이를 안고 울부짖는 만덕은 믿을수 없는 사실앞에서 좌절한다. 대호는 청년시절 만덕이 죽인 호랑이의 새끼다. 그때 구경은 새끼도 죽이자고 제안했으나 만덕은 새끼를 키워 산으로 돌려 보냈다.
구경은 마에조노를 찾아가 특수부대동원을 제안한다. 마에조노는 항일세력 토벌을 위한 “철포회수대”를 투입한다. 철모와 수류탄을 장착한 철포회수대가 다이너마이트로 지리산을 폭파하고 모든 동물들을 사살하는 작전을 펼치려 한다. 그러나 기습적으로 나타난 대호에 의해 일본군들은 또다시 전멸을 당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호도 총격을 받아 부상을 입은 상태다. 이것을 미끼로 구경과 포수들이 올가미로 대호를 묶고 구경이 대호를 직접 사살하려고 총구를 겨눌 때 대호는 기적같은 힘을 발휘하며 올가미를 찢고 구경을 쓰러뜨린다. 구경이 다시 총을 잡으려고 할 때 대호는 구경의 손을 발로 짓밟으며 처참하게 죽여버린다. 이 장면을 목격한 옆에 있던 포수들이 기겁을 하고 칠구 또한 울음을 터뜨리며 아연실색한다.
마에조노는 전멸당한 일본군을 바라보며 시신을 수습하고 만덕을 데려 오라고 명령한다. 그때 대호는 만덕의 집을 찾고 만덕은 석이와 함께 자신이 살던 집을 화장하고 대호와 함께 지리산 정상을 오른다. 일본군은 지리산을 포위하며 대호를 추적하고 만덕은 대호에게 큰절을 하며 가슴에 총알을 명중시킨다. 이렇게 만덕과 대호는 절벽 끝에서 함께 떨어지며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였다. 한발 늦게 도착한 칠구는 이 광경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본다. 다음날 아침 칠구로부터 대호가 사라져 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마에조노는 일본군과 함께 철수의 길을 떠난다.
영화는 끝이났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는 이렇게 조선의 명포수인 동시에 보통의 조선인과 함께 역사를 마감하였다. 조선의 대표적 상징인 호랑이를 죽이려는 일본 제국주의와 조선의 호랑이를 지키려는 힘없는 조선인의 전쟁은 결국 조선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자신의 부하들의 목숨만을 앗아 가버린 대호 사냥은 마치 마사다의 유대인과 로마군인들과의 3년 전쟁을 연상케 한다. 1천명에 이르는 마지막 유대인을 대상으로 1만5천여명의 로마군이 3년동안 전쟁을 했지만 로마군은 단 한사람의 유대인도 죽일 수 없었다. 힘이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망연자실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기회는 오고 삶은 계속될 것이다. 식민지 시대에서도 죽을 지언정 복음을 부인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힘으로서 가능한 것은 외적인 것 뿐이다. 마음과 영혼은 힘으로 누를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호를 통하여 그리스도인이 바라보는 것은 신념과 원칙이다.죽음이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패자는 죽음이 아니라 죽이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우매함과 어리석음이다. 대호는 죽었지만 일본군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다. 마사다의 유대인도 로마군인에 의해 죽은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신앙적 신념을 지킨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길이고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