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금전 회유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정해상풍력발전 강력히 규탄한다
금전으로 회유하는 발전사업으로 인해 대의제의 가치가 훼손되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18기의 대형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에 대해 대정 주민들의 반대로 제주도의회에서는 2020년 4월 이 사업의 지구지정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으며, 대정읍 동일리 주민들 역시 2023년 6월 열린 주민총회에서 이 사업의 재추진에 대해 찬성 73표, 반대 99표로 분명한 반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정해상풍력발전 사업자 측에서는 이번엔 개별 세대에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돈으로 회유하면서 동일리 주민들의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어제 열린 주민투표에서 찬성 187표, 반대 98표로 나온 것이다. 돈으로 마을 주민의 여론을 뒤집어버린 가운데 사업자 측은 이 사업의 재추진을 천명하고 나섰다. 금전 회유가 없었던 1년 전 주민투표 결과가 막강한 자본의 힘 앞에서 180도 뒤집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밀양 송전탑의 비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밀양 주민들의 초고압 송전탑 반대 투쟁은 전기를 소비하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 전기를 만들고 나르는데 따르는 피해와 고통을 일방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함을 널리 알린 바 있다. 밀양 주민들은 한전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을 금품으로 매수해 마을주민들 간 갈등을 조장한 사례들을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이간질 속에 추진된 초고압 송전탑 사업으로 주민들만 찬반양론으로 나눠져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하였다. 이미 동일리와 인접한 대정읍 관내 마을에선 이 사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정해상풍력의 개별 세대 보상금 지급 약속 같은 금전 회유에 의한 찬반 주민 갈등이 지역에서 반복되지 않을지 무척이나 우려되는 상황이다.
핫핑크돌핀스는 개별 보상금 지급이라는 미끼를 던지며 조그만 마을 주민들의 단단한 의지를 꺾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대정해상풍력발전을 규탄한다. 대정해상풍력의 인허가 행정절차는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될 것인데, 돈의 힘이 막강할지 몰라도 인구 2만 명의 대정읍 주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이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분란을 조장하는 자본의 회유 앞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헌신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줄 것이다. 또한 이미 들어선 탐라해상풍력, 한림해상풍력에 이어 한창 주진 중인 한동평대해상풍력까지 제주 연안을 점령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 대신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어린 새끼들을 낳고 살아가는 대정읍 앞바다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있는 그대로 잘 보전하는 것이 훨씬 필요한 일임도 우리는 더 널리 알려갈 것이다.
2024년 6월 23일 핫핑크돌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