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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서 중심 잡기
“스마트폰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기 직전에 같은 학년의 친구가 매력적인 제안을 해왔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스마트폰을 절제하기란 정말 힘드니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우리는 스마트폰을 땅에 묻어버리기로 결정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도 뜨거운 감자인 듯합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잘만 쓰는 친구들도 많지만 생각을 좀 한다는 친구들은 고민이 많은가 봅니다. 유아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중독되어가는 요즈음 디지털 세상에서 실족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함께 찾아봅니다.
엮은이의 말 |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서 중심 잡기
“빠름, 빠름, 빠름~올레!”, 어느 이동통신사 광고 카피입니다. 이제 손 안에 작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이 다 내 손 안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 흡인력이 너무 강력해 연인들도 만나면 서로의 눈을 마주보기보다 저마다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봅니다. 페이스북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늘어나는 ‘좋아요’ 개수와 지지 발언에 흐뭇해하며 인정받고 누군가와 연결된 뿌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디지털 세상의 네트워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의 소식도 곧바로 전해주고,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이집트 시민들의 분노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메신저도 되지만, 정작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에서의 연대감을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연대와 교감의 모습일까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우리 세대는 그렇다 쳐도 다음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요? 이제 돌 지난 아이들도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매혹당하는 마당에 말이에요.
소크라테스가 인간 영혼을 선한 말과 사악한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에 비유했듯이, 디지털 문명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두 마리 말의 질주 속에 마차가 넘어지지 않고 잘 갈 수 있을지, 마부의 역량이 새삼 걱정스럽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우리가 맞닥뜨린 이 상황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2015년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나눠주고 전자교과서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교복을 입고 자란 탓인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체로 ‘스마트’한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 교실, 스마트 교육…. 교과서의 콘텐츠는 그대로 둔 채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옷만 갈아입는다고, 분필가루 날리는 칠판 대신 스마트 칠판을 건다고 스마트한 교육이 되지는 않을 텐데 말이죠.
이렇게 스마트 교육이든 디지털 세상이든 좌우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질주하는 말이 선한 말인지 사악한 말인지 지켜보기만 해선 안 되지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두 마리 말의 고삐를 잡은 마부들이니까요.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각자 자리에서 ‘마부의 자세’를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마부가 두 마리 말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제대로 달리려면 무엇보다 ‘멀리’ 바라봐야 하겠지요. 눈앞에 달리는 말만 쳐다봐서는 도대체 어찌할 도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 보기, 거리 두기, 떨어져서 보기’는 비단 디지털 세상뿐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숙제를 푸는 열쇠이기도 할 것입니다. ‘스마트폰 중독’과 ‘디지털 치매’를 염려하는 이들의 주장도 있고, 도구결정론의 함정에 빠지지 말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디지털 세상과는 거리가 한참 먼 어느 대목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도 귀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삶과 배움에 대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아날로그의 미덕을 절로 느끼게 해줍니다. 민들레를 만들면서도 나름 균형을 잡으려 애를 썼습니다만,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실지 새삼 궁금합니다. 목차
표지 이야기 | 005 디지털 세상에서 중심 잡기 엮은이의 말 | 006 두 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서 중심 잡기 _ 김경옥
기획 | 디지털 세상에서 중심 잡기
008 |스마트폰과 스마트 교육 _ 권장희 021 | 스마트폰, 간디공동체의 스마트한 선택은? _ 오아시스 028 | 디지털 세상의 불편한 진실 _ 만프레드 슈피처 042 | 또 하나의 마을, 인터넷 공동체 _ 송경재 047 | 마음과 도구의 관계에 얽힌 두 가지 입장, 그 틈새에서 _ 박동섭
민들레 단상 058 | 초인의 꿈 _ 현병호 지상 강좌 064 | 저주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힘 _ 우치다 타츠루 열린 마당 077 | 도제식 교육을 말한다 _ 아사다 미쓰오 민들레 논단 090 |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_ 김태정 공부 뒤집기 107 | 명료하게 말하고, 논증하기 _ 이한 현장 이야기 118 | ADHD를 둘러싼 슬픈 속내들 _ 성태숙 교육 풍향계 134 | 스마트 교육이 학교를 스마트하게 만들어줄까? _ 편집실 136 | 대안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다 _ 장동식 143 |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에 대하여 _ 편집실 함께 읽고 싶은 책 146 |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사는가 _ 강도은
076 | 우치다 타츠루 부산 강연 안내 133 | ‘ADHD로부터 아이 구하기’ 정기모임 안내 158 | 새로 나온 책 159 | 소자보 |
첫댓글 민들레 86호를 받으시면 꾸준히 읽어주세요. 그리고 5월 모임부터는 86호 읽고 얘기나눌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