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40년… 4050 “고길동 아저씨 이제 이해 가, 욕한 거 미안해요”
‘아기 공룡 둘리’ 탄생 40주년
김승현 기자 오유진 기자 입력 2023.05.29. 03:00 조선일보
“고길동입니다.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껄껄.”
26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한 관람객이 영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의 광고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광고 속 캐릭터는 (왼쪽부터) 고길동·도우너·둘리·또치·마이콜. 영화는 지난 24일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전작에 이어 27년 만에 재개봉했다. /이태경 기자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은 ‘아기 공룡 둘리’의 애니메이션 배급사는 최근 ‘고길동의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는 극 중에서 말썽 부리는 둘리와 친구들을 거둬 키워준 고길동의 시점으로 작성됐다. 40년 전 아기 공룡 둘리가 처음 방영됐을 때 고길동은 악역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둘리와 함께 자란 4050세대는 이젠 성인의 입장에서 둘리보다는 오히려 고길동의 행동에 감정이 이입된다고 했다.
고길동의 편지는 4050세대를 ‘우리 어린이들’로 칭하며 시작됐다. 편지에서 고길동은 “오랜만이란 말조차 무색할 만큼 세월이 흘렀다”며 “반가운 웃음과 세월의 섭섭함이 교차한다”고 했다. 편지에는 “인생이란,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이라며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지지만, 행여 둘리와 친구들을 나쁘게 보지는 말아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 속 고길동은 “살아보니 거울 속에 제 표정, 제 얼굴이 비치는지”라며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했다. 이 편지는 “둘리야, 철들지 말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내용으로 끝났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태호(44)씨는 “고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 되어 편지를 보니 고길동의 책임감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며 “어쨌든 자기 자녀와 둘리 무리까지 다 키우려 애쓴 것 아니냐. 이제 같은 입장이 되니 나도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에는 “어렸을 때 길동 아저씨를 욕한 거 반성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눈물 즙 짜는 중”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둘리’ 탄생 40주년 열풍이 거세다. 둘리는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며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가 됐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상가 건물에 아기 공룡 둘리를 기념해 애니메이션 배급사가 만든 ‘팝업(Pop-up)’ 전시 공간이 문을 열기도 했다. 지난 24일에 이곳을 찾았던 직장인 이모(30)씨는 선반에 꽂혀 있는 노란색 비디오테이프 모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씨는 “초등학생 때 주말마다 비디오 가게에서 둘리 비디오를 한두 개씩 용돈으로 빌려 봤다”며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25일 팝업스토어에 들른 40대 신모씨는 둘리 인형을 손에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신씨는 “그때는 캐릭터 상품이 요즘처럼 다양하지 않아 주로 크레파스, 노트 같은 문구류를 많이 샀는데 여기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니 반갑다”고 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함께 방문하거나 3대(代) 가족이 함께 방문해 추억을 나누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고 하루에 72명까지만 예약을 받았는데, 전일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지난 24일 재개봉한 극장판 영화 ‘아기 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도 인기를 얻고 있다. 1996년 처음 상영한 이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 등의 도움으로 27년 만에 고화질로 재탄생했다. 27일 현재 누적 관객 2만9000명인데, 30~40대의 예매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라면과 구공탄’ 등 애니메이션 속 OST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영상이나 ‘1987~88년 둘리 애니메이션 몰아 보기 영상’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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