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애도 낳을래” 크게 늘었다 30대女 “결혼 의향” 11.6%P 증가
지난 5월 2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송파구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뉴시스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10월 14일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의향 및 태도,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인식 및 요구 등에 관해 조사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만 25~49세 남녀 25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저고위는 지난 3월 동일한 문항으로 구성된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 두 조사 결과를 비교해 6개월 동안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무자녀 중 ‘아이 낳을 생각 있다’ 5.1%P 상승
먼저 미혼 남녀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인 응답자들의 65.4%가 ‘결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거나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61%)보다 4.4%포인트(P) 높은 수치다. 특히 30대 여성은 지난 3월 조사에선 결혼 의향이 48.4%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60%로 11.6%P 급등해 인식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자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도 높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68.2%가 ‘자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3월(61.1%)보다 7.1%P 높아진 수치다. 남녀 모두 긍정적 인식이 늘어난 가운데 특히 만 25~29세 여성은 34.4%에서 48.1%로 크게 상승했다.
자녀가 없는 이들 중 출산 의향이 있다는 응답 역시 늘었다. 출산 의향을 묻는 문항에 대해 3월 조사에서는 ‘낳을 생각이 있다’는 응답을 택한 비율이 32.6%였으나 이번에는 37.7%로 5.1%P 높아졌다. 결혼은 했는데 자녀가 없는 기혼·무자녀 응답자의 출산 의향은 50.7%로 나타났다. 다만 이미 자녀가 있는 유자녀 남녀 중 자녀를 추가로 출산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9.3%로 지난 3월(10.1%)보다 하락했다. 추가 출산 의향이 없거나 계획하지 못한 이유(1·2순위 중복 선택)로는 ‘자녀 양육비용 부담(46.1%)’, ‘자녀 양육이 어렵게 느껴져서(40.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편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8명으로 지난 3월 조사와 동일했다. 이에 대해 저고위는 “임신·출산·양육에 어려운 요소를 지원하고 긍정적인 환경을 만든다면 저출생 추세 반전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양육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는 출산 후 가정 내 돌봄과 육아시간 확보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응답자의 31.3%가 출산 후 13~24개월 동안 아이를 가정 내에서 돌보기를 원했고 25~36개월간 가정 내 돌봄을 바라는 응답자도 29.5%나 됐다. 부부가 모두 일하는 맞벌이가구의 60.6%는 일·가정 생활 균형을 위해 ‘육아를 위한 시간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위한 임신·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유연근무제 확산 등의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가정 양립 위한 지원 필요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 등 정책 수요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도 포함됐다. 응답자의 64.6%는 정부 대책을 ‘들어봤다’거나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저출생 대책 발표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TV 등의 매체를 통해 10명 중 6명 이상이 저출생 대책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 양육, 일·가정 양립 등의 분야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묻는 문항에선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1순위로 꼽았다. 특히 응답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과제 가운데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육아지원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88.1%)’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남성은 ‘소득 걱정 없이 휴가·휴직 사용(86.2%)’이, 여성은 ‘육아지원 제도 사용여건 조성(90.9%)’이 가장 높았다.
저출생 대책에 포함된 핵심과제 중 인지도가 높은 과제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에 주택 공급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가구의 소득기준 완화 ▲유치원·어린이집 무상교육·보육정책 실현 등이었다. 저출생 추세 반전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에 주택 공급 확대(73.6%)’,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최대 월 250만 원으로 인상(72.5%)’, ‘유치원·어린이집 무상교육·보육 정책 실현(72.5%)’ 등을 꼽았다.
향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확대·강화해야 할 정책으로는 ‘엄마와 아빠의 육아기 유연근무 사용 활성화(84.4%)’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어 ‘소아의료서비스 이용 편의성 제고(83.0%)’, ‘긴급 이용자를 위한 돌봄 기관 서비스 확대(81.3%)’, ‘임산부 근로시간 단축 추가 확대(80.8%)’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이번 인식조사를 통해 인지도, 기대효과가 낮은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 안내·홍보 및 개선을 추진하고 확대·강화 요구가 높은 정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 대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에 집중 지원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생 기조를 반전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을 2030년 1명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부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세 개 분야에 중점을 두고 15대 핵심 과제로 구성됐다.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는 돌봄이 필요할 때 잘게 쪼개 쓸 수 있는 휴가·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육아휴직 제도와 별개로 부모가 자녀당 각각 연 1회, 2주 단위로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제가 도입된다.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사용시기와 대상 자녀의 연령도 확대된다.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반차, 반반차 등 ‘시간단위 휴가’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업에 사용을 지도하기로 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은 월 최대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오른다. 이밖에 일터에서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출산휴가를 신청할 때 육아휴직을 통합 신청하는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양육 분야에서는 0~11세 교육·돌봄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담겼다. 우선 어린이집과 유치원 돌봄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한다. 어린이집·유치원을 누구나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 운영시간 8시간에 더해 돌봄 4시간을 제공하고 희망 유아는 100%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방학 중에도 돌봄을 원하는 경우는 100% 돌봄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등 대상 늘봄학교는 전국 모든 학교, 전 학년 대상으로 확대한다.
결혼과 출산에 ‘집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주거 지원도 늘린다.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택물량은 연간 7만 호에서 12만 호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규 출산가구에는 특별공급 재당첨 기회를 1회 더 부여하고 본인 및 배우자의 청약당첨 이력은 배제해주기로 했다. 2025년 이후 출산하는 경우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의 소득 요건을 3년간 한시적으로 2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완화한다. 또 2024~2026년 혼인신고 시 가구당 100만 원 규모의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와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하고 이와 연계해 특별회계와 예산 사전심의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