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0 00:54
나만 그런건지 다른사람의 여행기를 읽을때
구체적인 내용이 세세히 와 닿지가 않아 설렁설렁 보게된다
글쓴사람 생각에 읽는이가 자기마음 같은줄 알고
신나서 주절주절 써내려갔다는 느낌만 들었다
자기만족으로 시시콜콜 쓴것 그저 남의 일처럼 대충 보고 넘기곤했다
하지만 나도 별수없이 여행기를 쓰다보니 그네들처럼 다시 그시간으로 되돌아가면서 신바람이 난다
이래서 그들도 빠져들어 그렇게 자세히 표현했었구나
여행하는 내마음처럼 되어 읽어 주길 턱없이 기대하면서 쓰게 되는것 같다
그렇지만 같이 가본것이 아니라면 여행자와 같은 공감은 어려운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십오년전의 여행기라 퍼즐 맞추듯이 강렬했던 추억만 모아 기록해 보았다
오래전인데 그래도 건질 기억이 남아있는것을 보면 그만큼 여행이란 삶에 활력소고
영양분이 되어 있는건지 모른다
디즈니랜드를 아이들처럼 간다고 생각하며 출발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기우였고 어른들이 더 많아 보이는 유원지였다
그곳에서 미리 겪어 보았던 그의 말대로 만나는 반가운 같은 한국사람끼리
아는체 안하는것을 여러번 보았고
그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나도 그런중 한사람이고 그것은 고칠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을 서서 놀이기구들을 아이처럼 마음껏 즐겼다
한국에서 접했던것 보다 스케일도 크고 다이나믹했다
처음 보는 본고장의 청룡열차가 밤하늘처럼 컴컴한 곳으로 들어 가더니 무섭게 달려 마구 비명을 질렀던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만화로 아는 월트 디즈니의 커다란 미키마우스와 사진도 찍고
알록달록 동화속에서 하루를 보내니 동심이 되어진다
동화책 그림같은 건축물들도 아름다워 꿈속같고 상큼하다
차창으로 보이는 숲의 아름드리 나무도 어마하게 거대하고
땅도 넓기도 하며 꽃이나 새 뭐든 큼직큼직한 나라였다
극장 안에서 먹는 팝콘도 양동이같이 생긴 커다란것에 담아주어 다 못 먹는다
LA공항에서 다음으로 향한 여행지는 화와이다
같은 미국인데 얼마나 먼지 비행시간도 항공료도 한국에 가는것과 거의 비슷했다
전형적인 관광지 같은 분위기의 화와이에 오니 꽃목걸이를 걸어 반기고
신혼여행온 사람들처럼 우리 침대위에 열대꽃이 놓여져있었다
물가가 비싸서 조심스러웠고 특히 샐러드용 야채가 턱없이
높았던것으로 기억한다
여북하면 채소가 비싸다고 일부러 귀띔해주었다
길을 나서면 경제대국 일본인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왔다
진주만 공격, 2차대전과 그들이 교차되며 복잡한 마음이 된다
전통춤인 훌라춤을 선보이던 유원지에서
건장한 하와이 원주민남자가 관광객들에게 민속공연을 펼쳐보이다
고객임에도 일본인을 빗대 은근히 놀리는것을 보았다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왕따를 놓고 얼마나 통쾌했는지..
전쟁을 일으켜 여러민족에 고통을 주어서 미움을 사는 일본인이었다
야시장에서 한국사람들이 많은 노점상들을 보았다
주로 악세서리나 토산품을 파는 작은 공간의 가게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은 억척스레 사는듯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야자수와 함께 와이키키 해변 모래에서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림처럼 멀리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감히 못 입던 파인 옷을 입고 검은 선그라스로 바다를 보며 폼을 내기도 했다
무덤덤히 그사람과 자주 세차게 불던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최신식으로 세련된 모습의 관광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도 하며
알로하 하와이~! 를 만끽했다
아침마다 먹던 도너츠와 맑은 어메리칸식 커피
젊은이들이 자동차에서 유별스럽게 쿵쾅거리며 틀고 다니던 음악소리
그으름 입힌것 같은 고질고질한 슬럼가도 있지만 와이셔츠가 더러워지지 않는
깨끗한 공기의 세계 최강의 나라의 일부를 보고 왔다
그때 삼십대 중반이었던 나는 미국을 돌아 본후 친근함이 자리하게 되었다
한번이라도 다녀와 그이름을 새기게 되면 가깝게 느껴지는것이 여행이 주는 수확이기도 하다
한동안 크고 넓은것에 익어버려 우리집에 돌아오니
내방을 비롯해 모든것이 작아보이기도 했다
볼만한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