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과 저렴한 연료비, 매연 억제 등 다양한 장점 덕분에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기차가 다수가 됐을 때, 우리는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하게 될 겁니다. ‘미래에는 전기차 유지비가 어떻게 변할까? 그때도 전기차 유지비가 지금처럼 저렴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구조적 차이
전기차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 기존 파워트레인이 하던 일을 배터리와 모터가 담당합니다. 엔진과 변속기의 역할은 작고 간소화된 모터가 맡고, 연료탱크의 역할은 배터리가 대신합니다. 덕분에 전기차에서는 연료 계통 부품이 사라지고 변속 부품의 구조도 간단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차체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여 공력특성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고, 공간효율도 높이는 등 다양한 장점으로 이어집니다.
전기차의 현실적 부품 유지비
전기차가 가진 다양한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유지비입니다. 전기차의 유지비가 일반 자동차보다 저렴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연간 20,000km를 주행한다 가정했을 때, 전기차의 충전 비용은 3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굉장히 낮은 가격이죠.
부품의 유지비를 따지면 차이는 더욱 벌어집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관리 항목이 2-3배 정도는 작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 하나만 해도 각종 밸브, 벨트, 필터 등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교체해야 할 부품들이 많죠. 하지만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파워트레인에서 관리가 필요한 부품이 적습니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관리해야 할 것들이 적다는 뜻이며, 이것은 고스란히 높은 경제성으로 이어집니다. 현재 판매중인 전기차의 주행거리별 권장 점검표만 봐도 내연기관의 점검주기와 비교하면 굉장히 심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경 쓸 일도, 비용 들 일도 적다는 뜻이죠. 배터리나 모터는 모듈형인 경우가 많아 수리가 아닌 교체의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비가 더 쉽다는 것도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미래 전기차의 유지비는 어떻게 변할까?
미래 전기차 유지비의 최대 관건은 배터리 가격과 용량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 사례를 기준으로 보자면 2009년 1kWh 당 1,100달러였던 배터리 가격이 2013년에는 700달러, 2016년에는 273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1kWh 당 70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위험요소가 없지는 않습니다. 리튬 배터리의 원재료인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가격 문제로 인해 배터리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죠. 특히 지난해 1월부터 가격이 급상승한 코발트 가격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이 비상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는 배터리 완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설비 확충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의 가격 인상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배터리 가격 하락은 미래 전기차의 차량 가격과 유지비 인하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전기차 유지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현재 충전 방식을 벗어나 무선충전, 모듈형 배터리 교체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상용화를 위한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전기차의 구조 역시 지금보다는 더 복잡해질 것이고 그만큼 유지보수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죠.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확충될 충전 인프라의 비용부담이 전기차로 전이되지 않게끔 제도적인 준비도 필요해 보입니다.
전기차의 유지비를 결정지을 또 다른 요소는 전기요금입니다.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인상되고 있는 전기요금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인상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감소, 단가가 높은 태양광, 풍력, 조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의 설비 및 사용량 증가, 에너지 세제개편안 등 이미 도입됐거나 앞으로 도입될 여러 제도들에 의해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석유 등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 인상폭에 비하면 전기요금의 인상폭은 매우 적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된다 해도 전기는 여전히 가장 저렴한 자동차용 에너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다면 차량 유지비 측면에서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앞서 설명한 전기차 유지비를 결정짓는 다양한 요소들이 안정적으로 자리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기차는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차의 역할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 확대’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