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백두산 남사면 정상 가까운 곳의 만주잎갈나무, 이곳은 백두산 교목 한계선으로 고산식물대 또는
툰드라의 식생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지난 세기 동안 지구평균온도가 0.6℃ 상승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인구증가, 경제 및 산업구조가 지속되는 한 온난화는 계속되어 2100년에는 지금보다 평균 2`~4℃ 상승하고, 국지적으로는 이보다 더욱 큰 변화를 동반하여 무려 8℃까지도 상승하는 지역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또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다양한 기상변화와 이변들이 관측되고 있으며 생태계에도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그에 따른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아시아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었다.
산림생태계는 기후변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또는 토지이용 형태의 변화 등 기타 요인과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시아에 있어서는 광범한 규모로 온대식물과 극지식물에 적합한 기후대가 2100년까지 북쪽으로 200~1,200㎞까지 북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 중에서 일부 종들은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 제한적인 기후범위와 한정적인 서식지 요구도를 갖는 종들이 가장 멸종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있는 많은 산악지역들에서는 해발고를 따라 이동할 수 없을 경우 멸종될 수밖에 없는 희귀한 고유종들을 갖고 있다. 섬이나 반도들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수한 생리학적 또는 생물계절학적 특성을 갖는 생물들이 더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할 위험은 많은 종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특히 집단수가 적은 종, 한정적이거나 패취상 서식지를 갖는 종, 제한된 기후범위를 갖는 종, 섬의 저지대에 살거나 산의 정상 부근에 사는 종과 같이 이미 위기에 처해 있는 종에서 멸종속도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많은 종들이 온도 증가와 더불어 극 방향 또는 고지대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일부 종들은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극 방향이나 고지대로 이동하지 못하거나 매우 작은 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멸종이 가속될 것이다.
고산식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현재까지의 관찰결과와 앞으로의 변화예측 결과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산식물의 자생지 축소가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이 예상되며, 특히 일부 고산식물의 경우는 국내 절멸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산식물이란 무엇인가?
고산식물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고산식물은 엄밀하게 고산대에서 발생하여 진화하는 것으로 그곳을 생활의 근거지로 두고 있는 식물을 가리킨다’거나 ‘고산식물은 개념적으로는 산림한계 이상, 즉 고산식물대를 생활의 본거지로 하는 식물이다’ 또는 ‘고산식물이란 고산식물대를 본거지로 하는 식물의 총칭으로 종자식물, 양치식물 그 외에 이끼식물 및 지의식물도 포함된다’라고 한 것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고산대 또는 고산식물대에 대해서도 정의해놓을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관해서도 많은 의견이 제시되어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다. 첫째는 교목한계 이상에서 포복식물, 두메오리나무, 사스래나무 등의 왜성 저목림을 포함해 그 이상의 부분을 고산대라고 부르는 경우이고, 둘째는 목본한계 이상을 고산대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그곳에는 주로 초본군락이 성립하고 있어 소위 포복식물대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 포복식물대를 포함하지 않는 부분을 고산대라고 부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보다 일반적이다.
한편, 쾨펜(W. Koppen)은 기후형을 온도조건에 따라 열대기후(A), 온대기후(C), 냉대기후(D), 한대기후(E)로 분류하고, 수분조건에 의해서 건조기후(B)로 분류하면서 A, C, D를 교목기후로, 그리고 B와 E는 무교목기후 즉 지상식물 혹은 교목이 자랄 수 없는 기후로 보았다. 교목기후는 연강수량이 적당히 있고 적어도 최난월 평균기온이 10℃ 이상이 되는 곳이다.
이와 같이 지상식물이 자라는 지역과 자라지 않는 지역의 경계를 교목한계선(timber line, tree line)이라고 하는데 교목선, 수목선 또는 수목한계선이라고도 한다. 기후대로서는 한대기후와 아한대기후의 경계가 되는데 이 선이 바로 최난월 평균기온 10℃ 선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 선은 위도에 따라 다르지만 중위도지방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체로 설선보다 800~900m 아래에 존재하는데 교목의 생육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설악산 귀떼기청봉, 이곳은 남한지역에서 가장 추운 곳 중의 하나로,아한대 침엽수림의 식생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분비나무림이 고사하고 있는 장면으로 기후변화가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설선의 고도는 보통 기온분포에 따라 고위도지역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킬리만자로 산의 경우는 5,200m, 알프스 산지에서는 2,700m의 고도에서 나타나고, 북위 65°의 아이슬란드 남동부에서는 600~1,000m, 북위 78°의 스피츠베르겐의 산지에서는 500m의 고도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일본 등지의 지역에서는 대략 해발 3,000~4,000m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해발 3,000m 이상의 산지는 없으므로 현재 설선고도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해발 2,700m 대의 백두산과 2,500m 대의 관모봉에 빙하침식지형인 권곡이 발달해 있어서 과거 우리나라의 설선고도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에서 고산식물은 산림한계를 포함한 그 이상의 지역에서 분화하고, 환경적으로 적응된 형태를 갖는 식물로써 종자식물, 양치식물, 이끼식물 및 지의식물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고산식물과 툰드라식물은 다를까?
고산식물대는 수직분포를 지표로 하는 생활대의 하나로 산림한계의 상부로부터 빙설대의 하한, 즉 설선까지의 범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식물대는 열대지방에서는 당연히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나 북반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북극을 향해서 갈수록 즉 고위도를 향해서 갈수록 표고가 낮아져서 북극지역에서는 저지대로 되어 툰드라와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산식물대는 추위 때문에 수목이 생육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한대에 대응하나 열대지방의 고산에서는 환경조건과 식물경관이 특이한 면도 많다.
한반도에서는 고산식물대가 있는 높은 산은 북부지방에 있다. 남한지역에서도 한라산의 정상부 일대가 고산식물대라고 한 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고산식물대는 없고 아고산식물대라고 하는 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북부지방은 사정이 다르다. 백두산은 물론이고 관모봉 등 개마고원에 위치한 많은 높은 산과 봉우리들이 고산식물대의 특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고산식물대는 툰드라식물대와 식생에서 다소 상이한 면도 있다. 즉 고산식물대를 들여다보면 툰드라에서보다는 환경요인, 그 중에서도 특히 온도, 습도, 토양 요인 등이 표고, 경사, 방위 등에 따라 급격히 변하므로 표고만을 기준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하부로부터 고산관목림, 고산초원, 고산툰드라, 고산황원으로 식물상이 변화하거나 미세한 입지조건에 대응하여 이들 군계가 모자이크 모양으로 분포하는 것이 보통이다.
교목한계선에는 어떤 나무들이 자라나?
북극지방 전체에 걸쳐 있는 교목한계선은 곳에 따라 가문비나무속, 소나무속, 자작나무속, 백양나무속, 이깔나무속, 오리나무속, 버드나무속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 교목한계선의 산림은 연속적인 숲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인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산림툰드라와 심지어 한대림에까지도 넓게 영구동토가 확장해 있기 때문이다.
가문비나무나 이깔나무속 같은 일부 종들은 뿌리가 얕게 자라기 때문에 지하에 영구동토가 있을지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자작나무속이나 백양나무속과 같은 그 외 나머지 종들은 뿌리가 깊게 자라기 때문에 영구동토에 심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점이대의 폭은 타이미르와 동시베리아 지역, 래브라도의 내륙, 캐나다의 중앙지역에서는 수백 km나 된다. 그러나 래브라도의 동부 해안지역, 페노스칸디아의 일부 지역들에서는 불과 수 km에 불과하다. 해발고 역시 이 점이대 형성에 관련이 있다.
이 점이대의 특징을 살펴보자. 북방의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생장기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다든지 하는 여러 요소들이 이러한 점이대를 결정한다. 그 중 기후는 주요 요소가 되는데 바람과 습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하계기온 10℃ 등온선이 잠재적인 교목한계선이 된다. 그 외 여러 요인들이 수십 km 규모에 달하는 교목한계선에 영향을 미친다.
한라산 왕관릉 일대의 구상나무림, 이 지역의 구상나무림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름다운 순림이지만
많은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기후변화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지역에서 교목한계선과 산림한계선이 순록의 과방목이나 벌채와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훨씬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와 유사하게 산불도 교목한계선과 산림한계선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이와 같은 요인들은 기후가 악화되었을 때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요인들, 예를 들면 병해충 같은 것들도 교목한계선을 재편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토양조건과 지형적 요인들이 교목한계선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보는 바와 같이 북극지방에 자라는 종들, 특히 교목한계선을 구성하고 있는 종들을 보면 지역이 어디든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과 공통종이거나 유연관계가 깊은 종들이라는 것이다. 새양버들속, 가문비나무속, 소나무속, 자작나무속, 백양나무속, 이깔나무속, 오리나무속 등은 우리 한반도에도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의 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거의 동일 지역에서 분화과정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반도 역시 어떤 지사적 시기에는 같은 생태권 또는 같은 종 분화의 중심지의 일부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은 물론 아이슬란드, 북아메리카 같은 지금의 기준으로는 머나먼 곳이지만 우리 한반도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과 같거나 유연관계가 깊다는 것은 한반도 종의 기원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종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축적되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무들이 온도가 상승하면서 점점 더 고지대로 밀려나고 있으며,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멸종의 위기에 처한 이러한 고산식물들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대책을 세우는데 필요한 이곳의 산림입지환경은 어떠하며 이러한 종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출처 : 산림조합 산림지 2010년 04월호 출판일/등록일 : 2010.04.01
http://www.sanrimji.com/sites/websolution/files/old/pdf/2010/04/2010041070-1073(1).pdf
http://www.sanrimji.com/site/websolution/menu/1368.do?issueNo=831&categoryNo=10&articleNo=18521&scene=article-detail
http://www.sanrimji.com/sites/websolution/files/resource/20130502/F0136748561360142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