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바르토크는 20세기 전반부를 대표하는 모더니스트의 한 사람으로서, 동구권 민요의 채집과 자연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당대의 그 누구보다도 독창적인 작풍을 확립한 인물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은 그가 남긴 대작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며, 많은 이들로부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추앙되는 걸작이다.
▲ 작곡 경위와 초연 이 협주곡을 의뢰한 사람은 네덜란드로 망명한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졸탄 세케이였다. 처음에 버르토크는 변주곡 형식을 취한 단악장 구성의 협주곡을 생각했지만, 세케이가 원한 건 3악장 구성의 정식 협주곡이었다. 결국 협주곡은 3악장으로 완성되었지만, 버르토크는 애초의 구상도 포기하지 않았다.
즉 그는 중간 악장을 변주곡으로 작곡했으며, 마지막 악장도 첫 악장의 소재들에 기초한 변주곡의 성격을 띠도록 했던 것이다. 작곡은 1937년 8월에 시작되어 1938년의 마지막 날에 마무리되었고, 완성된 작품은 1939년 3월 23일 암스테르담에서 세케이의 독주와 빌렘 멩엘베르흐가 지휘한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바르토크가 이 협주곡을 작곡하던 무렵에 헝가리 정부는 친 나치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었다. 파시즘을 완강히 거부했던 버르토크는 그처럼 우울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던 나머지 망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국의 음악문화에 대한 그의 애정은 여전히 강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의 발로에서였는지 몰라도, 그는 원래 이 협주곡의 첫 악장에 ‘베르분코시의 템포로’라는 지시를 붙여놓기도 했다. 베르분코시는 헝가리의 민속춤곡의 일종으로 주로 병사를 모집할 때 연주되었다고 한다.
■ 해설
▲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빠르고 즐겁게, 과하지 않게) 통상 연주시간이 17분 안팎에 달하는 제1악장을 쓰면서 버르토크는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위대한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하나의 장대한 여정을 아우르는 극적인 악장을 의도했다. 곡은 하프의 탄주(B장조)와 저현의 피치카토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오묘한 화음들의 사랑스러운 연결로 출발하며, 얼마 후 바이올린 솔로가 도리아 선법에 기초한 주제선율을 민요풍 억양으로 꺼내놓으며 가세한다.
이 제1주제가 질주하고 고조되는 과정을 거친 후 한결 차분한 흐름 속에 등장하는 제2주제는 ‘12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악장 전체를 통틀어 형태를 바꾸어 가며 서른두 번이나 반복되는 이 주제에 관해서 버르토크는 이런 언급을 남긴 바 있다. “12음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조성에 입각한 음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쇤베르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후 음악은 찬란한 드라마와 섬세한 서정성, 복합적 리듬과 아방가르드적 음향을 두루 아우르며 절묘한 진행을 보이다가,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카덴차를 거친 후 헝가리 특유의 강약격 리듬으로 내달리다가 장중한 울림 속에서 B음에 안착하며 마무리된다.
▲ 제2악장 Andante tranquillo(느리고 침착하게) G장조 또는 리디아 선법의 주제에 기초한 여섯 개의 변주로 이루어진다. 다분히 즉흥적인 변주들이 다채로운 양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제5변주에서는 신랄한 ‘스케르찬도’가 나타나고, 서정적인 주제는 제4변주의 후반부와 종결부에서 회상된다.
▲ 제3악장 Allegro molto(매우 빠르고 즐겁게) 제1악장의 변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시금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제1악장의 도입부 주제를 변형시킨 제1주제와 역시 ‘12음’으로 이루어진 제2주제가 등장한다. 막판에 굉장히 빠른 음표로 바이올린이 질주를 하고 저현 활이 북북 그으면서 종결을 향해 돌진한다. 트롬본, 트럼펫, 호른 등이 가세해서 총력을 다해 팡 터트리고 끝난다.
■ 감상 (상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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