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구리행의 피로(?)를 누적시킨 채 학교 뒤에 있는 호반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다니는 농구장이 구리하고 춘천입니다. 구리는 금호생명 때문에 가는 것이고, 춘천은 우리은행 때문에, 또한 학교와 가깝기에 여자농구를 가까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기에 갑니다. 물론 요즈음엔 금호하고 우리하고 하면 금호를 응원하죠.
춘천 호반체육관은 시설이 좋습니다. 특석도 있어 선수들, 코칭 스텝들을 몇 십 센티 앞에서 볼 수도 있고, 좌석도 많아 관중이 확 몰리면 정말 경기 분위기가 나는 경기장입니다. 그리고 항상 제가 3년 전부터 보아왔던, 한결같은 열정적인 장내아나운서님, 응원단장님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 팬들의 지적과 같이 요즘 관중 수가 확~~~ 줄어 버렸습니다. 예전에는 꽉 차진 않았지만 특석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고, 표를 살려면 줄을 서서 10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그냥 술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석에 앉는 건 딱지뒤집기보다 쉽습니다.
우리은행은 2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홈 경기장에서의 횡~~~현상은 이를 직접 말해 줍니다. 특히 올시즌은 더욱 그랬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5승 이상을 못 갔습니다. 새해 들어 첫승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선전한 경기는 여러 경기 있었으나 가장 중요시되는 결과에서 패를 연달아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늘은 우리은행이 제발 이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관람을 했습니다.
우리은행의 더블 포스트는 상대 센터가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엄청난 위력을 자랑합니다. 특히,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정선화 선수는 수비가 좋지만 아직 몸이 100프로가 아닙니다. 김수연 - 나에스더 선수도 수비와 투지는 높이 살 만하나 김계령 선수를 일대일로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특히 나에스더 선수는 김계령 선수에 대해 많은 약점을 보여 왔는데, 고군분투해도 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려 보입니다.
오늘 우리은행이 15점 이상의 점수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골밑에서 파생되는 야투의 성공률 향상과, 우리은행 선수들의 끈기있는 상대에 대한 수비 때문이었습니다.
김은혜 선수의 공백이 매우 커 보였지만 우리은행에 김은혜 선수가 없다 하더라도 외곽을 터트려 줄 만한 선수는 적지 않습니다. 박혜진 - 홍현희 - 김은경 선수는 분명 외곽공격에 있어서 타팀에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김은경 선수의 외곽 공격이 불을 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기복입니다. 잘 들어갈 때는 잘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 초반과 같이 '이거 우리은행 맞어??'라고 하실 정도로 팡팡 들어갑니다. 하지만 한 번 분위기가 꺾이게 되면 슛은 눈에 띄게 다급해지고, 공은 링을 외면합니다. 여기서 변연하 선수와의 기량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슈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입니다. 어느 상황에서도, 어느 심리상태에서도 가슴은 뜨겁게 해야 하지만 슛을 쏘는 머리는 차가워야 합니다. "넣어야 한다.."라고 자신한테 말을 하고 쏘면 들어가기 힘듭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댕겨야 합니다. 그것을 가장 잘하는 선수는 최고의 슈터의 명성을 얻습니다. 훈련한대로 자연스럽게 공을 던지는게 중요합니다.
변연하 선수의 가치는 여기서 빚이 번쩍번쩍 납니다. 오늘 변연하 선수는 김은경 - 김선혜 선수, 심지어는 올 스위치 수비로 인해 장신 선수에게까지 곤혹을 겪어야만 했으나, 팀이 자신한테 바라는 바를 충분히 해내어 역전승을 이끌어 냈습니다.
물론 한 선수에 대한 일변도가 높은 팀은 승리하기가 힘들고,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에이스는 있어야 합니다. 팀이 그 에이스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팀원들의 그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아닙니다. 다른 선수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과 기량입니다. 아무나 어려운 것을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정덕화 감독님의 지략도 눈여겨 볼 만했던 경기였습니다. 4쿼터에 정덕화 감독님은 우리은행의 주전들의 체력 저하를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체력을 어느 정도 비축해 두었던 김영옥 - 한재순 선수를 투입시켜 발빠른 농구로 역전을 노렸고, 이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물론 변연하 선수의 결정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역전은 불가능했겠지만요.
국민은행은 경기 내내 우리은행을 곤혹스럽게 하는 변형 지역 수비를 썼습니다. 정덕화 감독님의 전형적인 스타일로 보실 수 있지만 오늘 경기면에서 보았을 때는 4쿼터를 노리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우리은행의 지역수비도 볼 만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덕화 감독님의 요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해서 체력적인 것에서 승부를 걸려는 것에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우리은행 선수들의 체력만 더욱 닮아 갔습니다.
식스맨 선수인 홍보라 - 이은혜 - 김정아 선수의 기량은 단시간에는 향상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팀 전술에서 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든지 팀의 변형전술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켜야 합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선수들간의 벨런스가 낮은 팀은 승리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한재순 선수는 공 소유시간이 다소 깁니다. 물론 우리은행의 수비가 초중반에 좋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공을 빨리 돌려 공격공간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합니다. 국민은행에는 발빠른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센터진도 발이 느리지 않습니다. 공을 가지고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 성공 기회도 그만큼 닮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대략 성공했어도 외곽 일변도의 게임 운영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잘 들어가면 좋은 것이지만 안 들어가면 그만큼 나쁜 것이 외곽 일변도의 공격입니다. 앞선 선수들의 뛰어난 패싱력을 이용한 컷-인 플레이나, 골밑으로의 수비 집중을 순간적으로 노리는 플레이가 많이 국민은행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김지현 - 김나연 선수를 좀 더 활용해야 할 필요가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잘하면 허재보다 잘하지만 못하면 여고생보다 못한다'의 이상한 딱지를 벗겨 내기 위해서라도 이 선수들을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이 두 선수로 하여금 국민은행은 변연하 선수의 체력을 10~15분 정도 세이브하게 해야 합니다. 동시에, 많은 가능성이 있는 이 선수들을 벤치에서 앉아있게 하는 것은 하나의 '죄악'입니다. 이것은 내년에 정덕화 감독님이 만드시려는 균형있고 근성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준비 단계이기도 하니깐요.
우리은행으로서는 정말 아쉬운 패배였습니다. '간만의' 1승의 절호의 기회를 단 5분만에 날려 버렸습니다.
물론 김은혜 선수와 고아라 선수의 부재가 있겠지만 오늘 경기는 전반적으로 이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은행이 경기를 잘 풀어 갔습니다. 특히 상대의 작은 신장을 이용한 키 플레이는 우리은행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우리은행의 경기에서 2년동안 매일 나오는 말이 '뒷심부족'입니다. 선수들이 다 이겨 놓고도 단시간에 동점을 허용하고, 역전을 허용하고, 경기장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가야 했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물론,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한계에 달하는 시점이 요즘 기간이긴 합니다.
하지만, 승리를 갈구하는 프로팀에게는 다 이긴 게임을 끝까지 이겨 버리는 뒷심도 역시나 필요한 것입니다.
나름 6년 춘천 시민으로서(?) 아쉬웠던 금요일 저녁의 경기였습니다.
물론 국민은행 입장에서 보면 이것보다 재밌는 경기가 드물겠지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