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를 새집으로 모시며
왕태삼
햇살이 아침 내 먹구름을 투명히 갭니다
청명 하늘은 열리고
산벚꽃 하롱하롱 한지자락을 핍니다
똑 똑 똑
제비꽃 춤추는 한 쌍 무덤에 올라
둥근 삽으로 두드립니다
내 심장도 두근반세근반 두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놀라지 마세요
오늘은 큰 아들 기다리는 깊은 솔숲으로 이사 가는 날이에요
폴짝 새끼 개구리
깊은 저승 속에서 먼저 나옵니다
저 투명한 핏빛 심장과 헐떡거림
써느런 저승에서도 봄은 사는가 봅니다
내 발등을 찍고 풀잎 이승으로 사라지자
하얀 촉루가 마디마디 올라옵니다
새끼발가락서 서느런 이마까지
아기 칠성판에 법정처럼 다시 오르는
그 입술 없는 하얀 진실들
또르르
별안간 하얀 구슬이 내 손으로 구릅니다
불알보다 큰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관절 공
저승에서도 수레바퀴 심보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는 하얗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쇠구슬이 흙가루 될 때까지
하얀 쌍두마차처럼
죽어서도 반짝반짝 달려왔나 봅니다
또다시 으르릉 으르릉
먹구름 속에서 번개꽃이 핍니다
겨울가지에서 움트는 소리를 들으며
새집으로 한아름 진실을 보듬고 돌아갑니다
카페 게시글
☆―왕태삼시 ☞
할아버지 할머니를 새집으로 모시며
왕태삼
추천 0
조회 28
24.04.24 06:31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교수님!
어마어마한 큰 일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매우 가뻐하셨을 거예요.
어둠속에서 평화 평온함이 느껴지는 교수님의 따사로운 문체에 흔들리고 돌아갑니다.
아~ 교수님 청명 한식에 어른들을 어루만져
다숩고 온화한 아랫목으로 모셔 함께모이게 하시느라 많이 애쓰셨군요
그래도 얼마나 후련하시겠습니다 보람된 일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