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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실학을 집대성한 조선의 대학자요, 사상가다. 다산의 진면목은 ‘목민심서’를 읽으면 더욱 뚜렷해진다. 다산은 서문에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외면한 채 자기 배만 채우는 관리들의 의식과 형태를 바로잡고 모범적인 지방관의 상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단체장이 비리로 구속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했고, 목민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경우를 보면서 ‘목민심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봤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지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단체장의 역량과 비전에 달려 있다. 우리는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도시들을 보면서 단체장 역할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호남에서는 아직도 ‘허송세월’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정권의 집권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단체장의 무능과 아이디어 빈곤으로 인해 제대로 살리지 못한데 따른 시·도민들의 질책과 한탄의 말이다.
정권이 바뀌어 호남 홀대를 겪으면서 단체장의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을 위한 미래의 청사진은 찾아볼 수 없고 ‘상주 정치(喪主政治)’만 한다는 비난도 일어난다. 호남지역의 단체장에 대한 중앙의 고위관료들의 평가는 차마 옮기기도 민망스럽다.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탓하면서도 자신의 소통 부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거나, 입으로는 청렴을 말하면서 자신의 발은 시궁창에 담그고 있는 일부 단체장들의 행태를 보면서 민심은 자꾸 멀어져가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다산의 심경은 어떠할까? 지금 다산이 다시 살아나 ‘목민심서’를 저술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내용을 쓰지 않을까?
단체장의 가장 큰 덕목은 애민과 애향의 정신이다. 늘 지역과 지역민을 우선시하고 모든 권력이 주민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직무수행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자신의 직무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며, 중앙에 풍부한 인적기반을 가져야 한다.
셋째, 의사소통능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의 주장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하며, 여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열린 귀를 가져야 한다.
넷째, 문제해결에 대한 능력이다. 사회는 여러 집단이 공존하기에 늘 의견이 상충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충된 지역의 문제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자신의 업무에 몰입해야 한다.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소수보다는 다수, 가진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을 배려하고 소외된 사람을 두루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여섯째,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도전정신과 해결능력이 필요하다. 함평의 나비축제나 무안의 기업도시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혜와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꿈이 없으면 미래도, 희망도 없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많은 입지자들이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뚝만 박아도 당선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갖춘 단체장이 필요하다.
〈최희동 전남대학교 총동창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