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여의도역에 도착해 할리스 파이낸스타워점에서 수업준비를 했다. 조명은 차분하고 역사나 거리에서 모여드는 모습과는 다르게 한산해 보였다. 1시10분 즈음 되자 인터넷장애가 생겼는데 카페는 80명 이상 만석이었다. 나는 1시부터 3시 7분까지 수업을 들었는데 자주 끊김 현상을 겪어야 했다. 창작수업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시간에 맞춰 1시간 일찍 시작한 것인데, 4시로 바뀌는 바람에 나는 김연수 작품을 10분 정도 듣다 나왔다.
카페에서 촛불행동 집회 장소인 여의도역 5번 출구로 걷고 있었는데, 피켓을 들지 않은 시민 무리가 국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무리를 거슬러 걷다가 흐름을 따라 뒤따라 걸어갔다. 우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있다가 아주 천천히 공원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진입로를 통제하지 않는 버스가 지나갈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앞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공원 언덕에 올라가 있었고 나는 국회 앞으로 들어가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다. 촛불행동 깃발을 봤던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는데, 뒤를 돌아보자 버스는 도로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여의도역 사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행동 참여 인파가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들어와 자리를 잡고는 탄핵을 외쳤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었던 시간에 공원 나무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가결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더니 4시 7분쯤부터 인터넷이 되지 않아 소식을 들을수 없었던 게 제일 답답했다. 우리는 국회 앞 첫 번째 언덕에서 환호를 지르면 가결 소식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개표가 끝나자 하늘로 풍선이 올라가고 몇 번이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촛불행동에서 올려준 <시위도 밥먹고> 선결제 나눔지도를 봤는데, 카페와 식당 등 내용이 A4용지 42장에 가득 채워져 놀랐다. 여의도역 인근만이 아니었다. 용산, 종로 등을 포함해 서울은 35장이 넘었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선결제된 표시였다.
의대증원도 잘못됐다는 것을 시민들이 빨리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서울대병원 비대위에서 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 대통령 친위 쿠데타가 해프닝이 아니라는 것이 확연해진 시점에 연대 의대 교수들부터 목소리를 조금씩 내고 있는 것 같아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