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4일 고성마라톤은 최악의 날씨속에서 치뤄졌습니다.
최강한파와 레이스중에 흘린 땀이나 물은 즉시 고드름을 만드는 주로에 서기조차 두려운 날씨였습니다.
날씨가 춥다고 하기에, 철저하게 복장을 갖춰서 대회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토요일에 고성 옆동네인, 통영에 숙소를 잡고, 늦게 잠을 이뤘지만, 단잠을 잤습니다.
샤워후 다리근육 골고루 플렉스파워 워밍업크림을 충분히 발라주고, 조제한 음료를 마셔줍니다.
아침을 먹으면 항상 실패해왔던 추억이 있어서, 대회 당일 아침은 과감히 패스합니다.
대신에 식사대용으로 다른 에너지원을 보충해줍니다.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보니, 8시가 되어 대회장으로 출발하였고, 대회출발시간인 9시30분을 20분 남기고, 도착하였습니다.
너무추워서 옷을 맡기는것이 두려웠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물품을 맡기고,
하의 세벌, 상의 세벌을 입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복장입니다.
스트레칭도 출발선상에서 급하게하고, 몸도 출발을 기다리며,허겁지겁 풀었습니다.
출발 2분전에 카보샷을 급하게 먹어치웁니다. 원래 이시간에 먹는게 아닌데...
드디어 풀코스가 출발하였고, 몸을 제대로 풀지않아서 속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혹한의 날씨라서 다들 슬로우 스타트를 하는 모양세입니다.
좀 가다가 앞을보니, 한분이 선두차량과 함께 손살같이 달아나고 있습니다.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는데,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 집니다.
옆에 같이 달리시는분께 저 앞에 가는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다들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아마도 신정식님이 틀림없어 보이는데,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알수가 없는일입니다.
조금가다가 페이스가 떨어지면, 반짝선두라 볼 수 있지만, 한동안 그 속도가 더욱 올라가는 것으로봐서는
제가 예상하는 신정식아우님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목이 먹먹해져서 침을 밷으니, 피가 섞여나옵니다.
이번에 코를 풀어보니, 코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제가 코 혈관이 약해서 자주 코피가 나는편이고, 예전에 비염 수술후에 코피가 더 잦은 편입니다.
피가 목으로 넘어가 호흡이 안되고 있었고, 어쩔수 없이 코피를 장갑으로 훔치고, 침을 자주 밷으면서 달려나갑니다.
에이 코피가 나네, 큰일이네. 이렇게 말하는데, 옆에 동반주하던 강병성아우님이 제 코를 보더니,
피가 많이 납니다. 하면서 자신의 왼쪽에 끼고있던 장갑을 벗어서 저에게 건내줍니다.
고성대회가 얼마나 춥고 바람이 강했는지는 다들 아실텐데, 자신의 장갑을 벗어줄 생각을 하는 용기는 상상이상이였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것은 강병성아우님의 복장입니다.
토시없는 반팔에 맨살이 드러나있었고, 하의는 쇼트만입어서, 다리가 휭하니 드러나 겁나게 추워보이는 복장이였습니다.
그런상황에 아주얇은 운정용 흰장갑을 벗어주는 저 대범한 용기에 제 자신이 머쓱해져 왔습니다.ㅎㅎ
마음이야 고맙지만, 극구사양하고, 제 장갑으로 코를 훔쳐가며, 달렸고, 피가 머지기를 기다렸습니다.
뛰면서 힘은 들었지만, 아름다운손을 제게 내밀어준 강병성 아우님이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강병성아우님은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28분을 몇번이나 찍었던 실력자입니다.
저와는 라이벌관계이며, 대회장에서는 많은 견재를하지만, 사이가 좋은편입니다.
고향이 경상도 보리문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실력도 출중하고, 이번대회처럼 풋풋한 정이 있는 멋진러너입니다.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일본선수 2시간26분주자를 2년전에 꺽고우승했던 실력에, 자세와 리듬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이번대회는 앞쪽에 저멀리 신정식아우님이 달아나버리고, 그 뒤를 따르는 몇몇선수들은 선두추격을 싯점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8km 지점에서는 선두가 시선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조금 올렸고, 저와 강병성 아우님의 추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만해도 아주 빠른 페이스는 아니였습니다. 십여명의 선수들이 그룹을 이뤄 동반주중이였으니까요.
10km 지점에서 시계를 터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일이???
시계가 일순에 화면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얼마에 달렸는지도 모르고, 시간자체가 없는 화면이 되어버렸습니다.
타이맥스 150랩 시계이며, 새로 저를 만난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어째 이런일이???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문제를 일으킨것이 분명한데, 한번 사라진 화면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이것 저것 누르고, 터치를 해도 반응이 없는 시계가 11km 지점에서 12시00분00초로 시간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조금가니, 급수대가 나오고, 더욱 속도를 올려서 달렸습니다.
거의 1km당 3분20초대 페이스인듯한 느낌이였고, 지금 이속도는 10km 전력주의 느낌이였습니다.
동반주하던 강병성아우님이 제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컨디션이 무척 안좋아보입니다. 힘들어 보이시네요?
요근래 술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하면서, 힘겹게 따라 뛰었습니다.
근 3년만에 처음으로 체중이 60kg을 넘겼지만, 부상부위가 호전되어 몸상태는 나쁘지 않은 요즘의 컨디션입니다.
간격은 금방 좁혀져서 선두가 보이기 시작하였고, 18km 거리표지판에 나왔을때, 12시23분30초였습니다.
그렇다면, 7km를 23분30초에 달린겁니다. 당연히 힘들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중반에 피가 멎고, 너무 따라뛰면 미안한 마음에 앞에서 끄는것을 교대하며 달렸습니다.
19km 앞두고 선두가 짧은인터벌 한번정도의 거리가 되었고, 더욱 속도를 높여서 선두를 따라 잡았습니다.
역시나 신정식 아우님이 맞았습니다.
중앙마라톤 2연패에 작년도 아쉬운 2등을 한 실력파 러너답게 초반을 겁나게 달리는 바람에 오늘 레이스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잡고나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잠시 소강상태였지만, 20km에서 제가 속도를 내면서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신정식아우님은 뒤따르지 않았고, 강병성아우님은 조금떨어져서 따라오더니, 다시 역전시켜 나갑니다.
다시 좁혀지고, 다시 벌어지고를 두번 반복하다보니, 기운이 쭉 빠져버립니다.
그걸로 저의 레이스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너무 힘들게 달리다보니, 에너지 보충도 못했습니다.
아미노바이탈과 카보샷 그 어느것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건다시피 달리기를 4km 남짓하다보니, 후미주자들이 속속 추월을 하였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껴서, 지체없이
호송차량에 몸을 싣고 결승점으로 돌아와 환복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춥든지, 치아가 따닥따닥 거렸습니다.
부산 금정산마라톤클럽에서 뜨끈한 오뎅국물을 주시어 얼었던 몸을 일순간 녹였습니다.
날씨가 춥다보니, 불을 지펴놓은곳에 러너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새로 불을 피우는데, 불에대한 일가견이 부족한지, 불피우는데, 미숙하더군요.
제가 직접 불을 지펴줬더니, 금방 제 주변에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나중에 보니, 그 과정에서 애꿎은 장갑만 구멍났습니다.ㅎㅎ
김보건아우님이 하프코스에서 일등을 했다고 이야기나누는 과정에서 아우님이 피워놓은 불가로 나타나더군요.
하프최강주자인 케냐출신 피터선수를 이기는 대견함에 제마음이 흐뭇했습니다.
하프코스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빅매치는 장ㅇㅇ,ㅇ홍ㅇ,등이 불참하는바람에 이뤄지지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한 1인자인,
피터선수를 이긴것만해도 크나큰 자랑거리입니다.
혹한의 날씨속에서도 풀코스 주주들이 속속 들어왔고, 저는 갈길이 멀기에, 서둘러 서울로 상경을 하였습니다.
이번대회는 너무나 강한 승부근성이 우승후보였던 신정식,강병성아우님과 저까지 모두 완주하지못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주로에서 보여준 강병성아우님의 아름다운손은 제 인생 마라톤에서 평생잊지못할 추억으로 자리 할 겁니다.
고마워요, 병성아우님! 회복 잘하시고, 서울동아에서 다시한번 2시간 20분대의 기록을 기대해봅니다.
고성대회 3연패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기분좋은 대회로 기억하겠습니다.
최강날씨에 주로에서 열심히 달려주신 고성대회참석하신 모든 러너분들이 대단했던 하루였습니다.
모두 고생하셨고, 앞으로도 더 행복한 마라톤을 즐기시길 빕니다.
어제 대회에서는 김보건아우님이 하프코스 1등을, 박상현선수위원장님이 4등을, 하금순님이 여자부5등에 입상하셨습니다.
입상하신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대회에 참석한 사관학교 회원님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빠른 회복하시고, 금주도 신명나는 훈련을 이어가시길 희망합니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하루를 살아가는 정석근 이였습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달리기가 되었네요~
그래도 퍼지니 기분은 별로입니다.
화요일에 훈련 빡시게 시킬겁니다. 각오하세요.ㅎㅎ
@정석근 동장군이 물러갈 듯 보이는 화요일....
고성의 불똥이 난데없이 정마사를 덮치는가....ㅋ
왜 우리는 겨울에도 불맛을 보게 되는 거죠?....ㅎ
와 입상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저는 날씨가 하도 추워서 밖은 업두도 못내고 헬스장 가서 살랑살랑 달리고 왔습니다
큰 부상 없이 얼릉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보건님.박상현님. 하금순님 거듭 축하드립니다....힘드셨지만 아름다운 배려를 안고오신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어쩐일로 주말에 운동까지...
이번 동마가 기대됩니다.
꼭 섭3 이루시길 바랍니다.
화요일에 뵙겠습니다.
@정석근 드뎌 헬스6개월 등록하구 어제처음 했습니다
화목빼고 짬짬이
@김태호 헐 싱글은 해볼랍니다
체력보충 훈련량극복
과제가 많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제 처절했습니다.
코피에 시계까지... 그리고 멈추어서니, 저체온증에...
마라톤은 이렇게 하면서 또 한번 배우게되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감독님의 고성마라톤 혹한 달리기 후기를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합니다.
1.백전노장 정감독님도 레이스를 실패할때가 있고 배움을 느끼신다는 점
2.맹 추위를 감안해서 처음부터 승부하지 않고 레이스를 전개 하셨더라면~
3.농담입니다만 최진수씨를 우승시키기 위한 전략? ㅋㅋㅋ
3연패를 향한 굳은 결심이 강한 동장군의 기세를 꺽지 못했다는 점과
3연패의 장애물이었던 두 분의 강자들이 초반 힘을 빠지게 만든것 같네요~
무엇보다 강병성 선수의 혹한의 희생정신이 진한 감동을 선사 합니다^^
풀코스 마라톤은 여전히 저에게도 어려운 종목입니다.
다 아는듯 보이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부족함을 절실하는 현실이니까요.
감독님!
정말 사투를 벌이셨군요!
수고 많으셨구요!!
회복 잘 하시옵서서!!
헛심을 많이 썼네요.ㅎㅎ
다음엔 약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정말 힘든 대회였네요... 컨디션, 날씨, 레이스 등등...
대회를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몸조리 잘 하시고요.. 화요일 운동장에서 뵙겠습니다.^^
홧팅~~~
네. 잘 준비하고, 계획대로 철저하게 밀고나가야 합니다.
그게 실전에서는 잘 안되니 문제지요.ㅎㅎ
김보건님 박상현님 하금순님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토요일 남산훈련은 아무것도 아니었군요. ㅎㅎㅎ
대회는 철저한 마인드 컨트롤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정도는 대회주를 추천하는 겁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요즘 좋아지고 계시니, 동마에서 좋은기록 예상됩니다.
50분정도 기록단축 가능해 보입니다. 이번에도 대박을 기대합니다.
찬성님 기대됩니다^^ 동마전까지 3키로이상 체중감량하세요^^
감독님 !한파로 사투를 벌이는 현장스케치 입니다~~!!! 역시 대회는 항상 준비를 철처히 해야한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간직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 잘하시고 계시니, 큰 어려움 없을겁니다.
연습한대로만 하면, 문제될것이 없지요.
선두권은 우승을 위해 달리기때문에 어제같은 일이 가끔 생기기도 합니다.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불사르고 오신 감독님 김보건님 박상현님 하금순님 박종율님 모두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달리기만 잘 하시는게 아니라 글솜씨도 대단하십니다.
조목조목 생생한 후기는 감동적입니다.
저도 4시간에서 10분까지의 목표로 뛰었는데
반바지,반팔을 입고 뛸것을 예상했는데 갑자기 기상이변으로 사상최악의 날씨에서 악전고투의 마라톤이 되었습니다.
출발전에 감독님을 보려고 했는데 추운날씨에 이것저것 망설이느라고 출발시간 카운트를 할때 출발선에 서는 바람에 뵙지도 못하고..
10키로까지는 바람도 없고 따뜻했는데
10키로를 지나면서 방향을 바꾸니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남은 32키로 추위와 바람과 체력과 싸우며 겨우4시간19분으로 골인..
14년 마라톤중 최고춥고 어려운 대회로 끝.
역시 종율님은 14년 마라톤의 베테랑 달림이셨군요~그래도 겸손함으로 정마사를 적응하시는 모습이 훌륭하십니다 ^^ 살얼음 투혼 당신은 챔피언입니다 ^^
어제 대회 뛰셨으면 인간승리입니다.
앞으로 어제보다 더한 대회는 없을겁니다.
오늘도 진한감동을 선사하시네요...
훈련나오시어 다시한번 기량향상에 힘을 보태주세요.
이제 큰추위는 모두 지나간듯 보입니다.
후배기수분들 잘 영도해주세요.
감독님 비염수술하였나요, 아니면
축농증 수술하였나요.
나두 축농증 수술 2번 하였읍니다..
지금은 조아저서 풀에 도전 합니다..
비염수술했습니다.
수술후 관리를 못해서 자주 코피가 납니다.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대회 참가기 잘 읽었습니다. 회복 잘 하십시요. !
시랍은 항상 있는거고 큰 부상 안 당하신것에 감사 드려야죠. 수고 하셨습니다.
달리기는 사랑에 실천인 것 같습니다
잘 뛰지는 못 하지만 배려하는 모습으로
주어진 능력에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추운날씨에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