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차는 서양미술사 3차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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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박형준
당신은 사는 것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내게는 그 바닥을 받쳐줄 사랑이 부족했다. 봄비가 내리는데, 당신과 닭백숙을 만들어먹던 겨울이 생각난다. 나를 위해 닭의 내장 안에 쌀을 넣고 꼬매던 모습. 나의 빈자리 한땀한땀 깁는 당신의 서툰 바느질. 그 겨울 저녁 후후 불어먹던 실 달린 닭백숙.
'준다'와 '받는다'가 서로 반대말은 아닐 것이다. 이 두 낱말이 삶에서 척지고 돌아않은 경우,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가령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가 흐뭇해하는 풍경 같은 거 말이다. 무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닐터인데, 그렇다면 곡진한 감정이 대립의 경계를 지워버렸다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 무언가 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면, 그런 누군가를 위한답시고 했던 그 일에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거면 아예 차가워지는 게 더 낫다. 차갑게 식은 닭백숙을 혼자 먹으며 입천장을 데지 않는 것처럼, 별로 기억할만한 아련한 사연도 남겨지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