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처음으로 제주에 넘어와
지금, 2022년 1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게 이곳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 '어려운 존재'라 말하고 싶다. 하루 40명, 단 두 팀만을 받는 박물관, 그렇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박물관. 하지만, 그래서 더 가고 싶었던 박물관.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나는 오늘 오기와 사랑으로 남아있는 '수풍석 뮤지엄'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수풍석 뮤지엄의 돌 박물관
수풍석 뮤지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79
수水ㆍ풍風ㆍ석石 뮤지엄은 22만평 드넓은 대지 위에 조성된 주택단지 내에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타미 준이 지향하는 바가 가장 잘 드러난 수풍석 뮤지엄은 미술품이 전시 된 일반적인 곳이 아닌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뮤지엄'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과 어울어진 이 무릉도원은 2015년 9월 비오토피아 주민회에서 개방하여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수풍석 뮤지엄의 물 박물관
유동룡 ㆍ 이타미 준
1937. 일본 ~ 2011.06.26
재일교포 출신의 건축가로 활동한 유동룡 건축가는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현 시미즈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1968년 무사시 공업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이타미 준 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자신의 성인 '유'가 일본 활자에 없어 사업상 불편을 겪자 생애 처음 이용한 공항의 이름인 '이타미'와 절친한 음악가 길옥윤의 '윤'에서 따와 이마티 준이라는 예명을 지었고, 그 예명으로 활동을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한국성을 표현했던 그의 건축물은 장소의 고유한 풍토, 지역성을 살려 '인간의 삶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했다. 국내에선 충남 아산의 '온양 미술관'을 설계했으며, 특히 디아스포라 건축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제주에서 건축 혼을 불태웠다. 그 건축물로서는 '포도호텔', '수풍석 뮤지엄', 방주교회가 남아있다.
수풍석 뮤지엄의 바람 박물관
그의 생애, 이타미 준 아니 유동룡
건축가로서의 삶으로 평생을 살아간 그는 사실 미술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생계를 위해 건축을 택했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건축 혼을 불태웠다. 그는 건축가의 삶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을 받으며 한국의 최고 건축가로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 '기메 미술관'에서 개인적을 열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2005년 프랑스 예술 문화훈장인 슈발리에, 2006년 김수근 문화상, 2010년 일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했다.
무라노 도고상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상은 무라노 도고상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무라노 도고상' 첫 외국인 수상자, 유동룡(이타미 준)은 일찍이 197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건축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의 혼을 지닌 일본 건축가'로 명성을 쌓아온 재일 동포였다.
그의 명성은 2010년 5월 일본에서 정점을 찍었다. 바로 무라노 도고상 수상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수상은 일본을 뒤집는 사건으로 불린다.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일본 건축계가 마침내 스스로 금기를 깨고 '한국 국적 유동룡'을 '대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큰일이냐면 일단, 외국인으로서도 이 상을 수여하는 게 첫 번째였고, 특히 한국인이 수상한다는 것은 그들의 금기를 깨는 것과 같았다.
일본 근대 건축의 아버지 무라노 도고(1891-1984)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무라노 도고' 상은 후보 작가의 3년 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는데, 심사위원 10명의 만장일치제였기에 더욱 까다롭다. 그렇기에 유동룡의 수상은 더욱 쉽지 않았다. 비하인드스토리로 심사위원 10명 중 한 명은 "그는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상을 줄 수 없다"라며 끝까지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결국 10명 모두를 설득했고, 외국인인 유동룡(이타미 준)에게 상을 수여하며 외국인도 받을 수 있다는 경계를 허물게 되었다.
돌 박물관
수풍석 박물관은 이름과 반대의 순서로 관람이 가능했다. 한 시간의 관람 그 시간 중, 첫 번째 만나게 된 돌 박물관은 왜 유동룡 건축가가 권위 있는 건축가인지 단박에 알게 했다. 이 작품은 빨간색 외관이 꽤나 인상적이다. 원래 처음의 색은 노란색이었던 이 건축물이 바람과 비, 태양을 맞으며 붉은색으로 녹슬었고, 그것이 지금의 건축물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게, 계획된 그의 작품, 그의 상상과 생각에 나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박에 없었다.
내부에선 태양의 각도에 따라 들어오는 빛이 달랐고, 그 빛에 따라 내부의 모습도 조금씩은 변한다고 했다. 자연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건축물,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바람 박물관
바람 박물관에 들어가 보면 촘촘하게 뚫려있는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며, 바람 소리의 연주가 들려온다. 또, 이곳도 태양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의 이동이 눈에 띄게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쪽은 직선의 형태를 또 한쪽으론 활처럼 휘어져있는 곡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굴곡의 미를 살린 이 건물은 곡선이기에 활시위를 당기는 듯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이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도 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그게 이 바람 박물관이었다.
물 박물관
수풍석 뮤지엄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이곳은 어쩌면 이 뮤지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소가 아닐듯싶다. 이곳의 물은 바람에 따라 흔들리기도, 때로는 멈춰서 하늘을 고스란히 담는 거울이 되기도 하며 이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혼을 사로잡는다. 동그란 원형의 지붕 없는 건축물은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 아름답게 빛나는 곳이었다. 원형을 한 바퀴 돌면 같은 모습 같지만, 섬세하고, 미묘하게 달라져 보는 재미마저 선물한다.
수풍석 뮤지엄은 제주에서 꼭 한 번 가볼 만한 여행지다. 예약을 하지 않고는 갈 수 없기에 꼭 예약하고 제주 여행을 계획해 보자. 보통 한 달 전에는 예약을 하기에 후회 없는 여행을 위해서 조금의 시간을 투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