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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출처=두산갤러리
[미술여행=윤상길의 중계석] 지난 11월 15일 개막한 두산갤러리(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 1층)의 기획전 <마니에라(Maniera)>가 1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 포함된 작품은 모두 두산갤러리의 소장품이다.
이들 소장품은 구동희, 권오상, 김인배, 박광수, 배윤환, 성낙희, 오민, 이형구, 임영주, 장서영, 장지아, 장파, 전소정, 정지현, 정희승, 차재민, 최윤, 함진, 황수연까지 개관 이후 두산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많은 작가 중 19명의 작품이다. 전시는 이들을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겹쳐보는 것을 시도한다.
오민 ABA Video 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 50초 출처=두산갤러리
전시의 제목인 <마니에라>는 ‘양식(style)’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이자,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이행하는 시기였던 16세기에 잠깐 전개되었던 미술 사조 ‘마니에리스모(Manierismo)’의 원형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내로라하는 르네상스 거장들의 완벽한 균형미와 바로크 시대의 극적인 조화 사이에 있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수상할 정도로 역동적이며, 기이할 정도로 불균형하다. ‘마니에라’는 ‘마니에리스모’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미술사가에 의해 부정되기도, 긍정되기도 했다. 혹자는 이들에게 고유의 이름을 붙여 주기보다는 후기 르네상스라고 부르며, 이전 시대의 광명에 미치지 못하는 조야한 양식이라고 칭했다.
전시전경. 출처=두산갤러리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를 예술가의 성장한 자의식의 발현으로 바라보며, 숙련공에서 나아가 예술가로서 고유한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로 일컫기도 한다. 과장된 비례감, 왜곡된 형상, 비논리적인 구성 등 ‘마니에라’를 지탱하는 양식적 특징이 곧 관습을 비트는 새로운 미적 좌표가 된 것이다.
형식과 매체부터 시기까지, 전시 <마니에라>에 놓인 작품들은 모두 제각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을 묶는 유일한 단서는 두산갤러리와 모종의 인연을 맺었던 작가와 작품들이라는 점으로 두산갤러리가 처음 문을 연 2007년부터 팬데믹과 함께 방향성의 재고를 모색한 분기점인 2021년까지 15년여의 세월이 폭넓게 담겨있다.
전시전경. 출처=두산갤러리
이들의 그때 그 작업은 현재를 잇는 교두보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더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무엇일 수도 있다. 전시는 문자 그대로 각자의 개성이 집약된 작품의 상태에 주목한다.
전시전경. 출처=두산갤러리
전시장에 작품이 머무는 시간은 여러 의미에서 한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간의 물리적인 길이를 의미하는 것인 동시에 특정 시간대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두산갤러리는 그간 작가와 작품의 긴 여정 중 특정한 시간을 공유해 왔다.
길의 중간에 위치하였다고 해서 그 시간을 선형적인 발전사의 논리로 소급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로 일컬어지는 미켈란젤로가 ‘마니에라’를 시작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이다.
전시전경. 출처=두산갤러리
이미 완벽한 것 같은 시점에도, 반대로 불확실성에 잠식된 것 같은 시점에도 누구에게나 변화와 이행의 순간은 온다. 이는 방향 없이 약동하는 작가의 순간이자, 작품만의 독특한 생애주기에서 발견 가능한 독창성과 고유성이 발아하는 순간이다. 전시 <마니에라>는 이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자료 출처=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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