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장맛비가 흩뿌리고 있다.
그나마 바람이 잠잠해 우산을 받치면 걸을 맛이 난다.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천년의 역사를 지닌 농다리를 건넌다.
잘 다듬어진 바위들이 얽히고 설키며 물줄기들을 다스리고 한 가운데로는 커다란 바위가 사람들이 건널 수 있게 줄지어 놓여 있다.
긴 세월을 버티며 디딤돌이 된 단단한 바윗돌의 우직함이 새삼 고맙다.
가늘어졌다 굵어졌다를 반복하며 내리는 비와 함께 초롱길을 걷는다.
농다리에서 시작해 현대 모비스 야외 음악당을 거쳐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로 향한다.
약간의 계단과 경사가 있지만 걷기 퍽 좋은 길이다.
비덕분에 더욱 진해진 나뭇잎들의 진초록이 눈을 맑게 해주고 톡톡 우산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경쾌한 리듬이 갠 날보다 더 멋스런 산책길이 되게 한다.
가는 길에는 푸른 용 조각이 길을 인도해 준다.
309m 길이의 미르 출렁다리는 초평호를 가로지르며 시원스럽게 놓여 있다.
높은 다리에서 바라보는 너른 호수는 빗방울들과 어우러지며 잔물결이 일고 다리 위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작은 흔들림이 느껴진다.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와 매트가 깔린 산길을 신명나게 걸으며 하늘다리로 향한다.
수없이 많은 작은 돌들이 만들어내는 소원탑들과 호수랑 소나무 사이로 빗방울을 매단 채 간혹 보이는 글귀들도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늘다리에 다다를 무렵 호수 위로는 고무보트가 산자락에는 어드벤처 기구들이 보인다.
알고 보니 청소년 수련원 건물이 주변에 있고 그곳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의 일환으로 갖추어진 시설인 듯하다.
이런 곳에서 수련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 싶다.
하늘다리 끝무렵에는 마치 사랑의 열쇠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산악회 리본들이 빽빽하게 달려 있다.
초롱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단면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길을 따라 쭈욱 걸어 나오면 현대 모비스 야외 음악당이 나타나고 시작점인 농다리로 회귀하게 된다.
넉넉잡아 두시간이면 충분한 초롱길.
1박 2일 짧은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 진천 농다리 초롱길이다.
PS.
농다리를 건너 오니 이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되었다는 방송이 나온다.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
광주로 오는 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는 속도를 줄이며 내내 비상등을 켜고 달려야 할 만큼 장대비가 쏟아진다.
운전하는 남편은 외려 편안해 보이는데 난 바짝 긴장해 앉았더니 목이 뻐근하다.
그나마 걷는 동안 평온했던 하늘이 참 고맙다.
첫댓글 드디어 전라도를 벗어나 바깥 동네 충청도 나들이를 하셨군요.
이 농다리와 초평저수지가 있는 진천은 우리 동네나 마찬가지 입니다.
바로 옆 증평이 우리 고향 동네이거든요.
초평저수지 붕어찜 맛 좀 보셨는지요.
다음엔 괴산 산막이길도 한번 고려해 보세요.
안내해 드릴까요.
붕어찜이 유명한가 보네요.
생각도 못했는 걸요.
괴산 산막이길도 좋을거란 예감이 드는데요.
이름부터 마음에 들어요.
나중에 도전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