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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은 '블랙(BLACK)' 입니다.
"블랙(2009)" 은 청각과 시각이 닫힌 온통 블랙의 세상에 태어난 '미셀' 이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인도 영화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태로 세상에 던져진 채, 단지
촉각만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 어둠 속에서 우리는 몇 날, 며칠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여기 40년을 어둠 속에서 살아간 한 여자의 이야기는 헬렌켈러를
모티브로 영화화되어 전 세계10억명을 울린 감동의 스토리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헬렌켈러는 태어난 지 19개월이 되었을 무렵, 뇌척수막염을 앓고 시각과 청각을
잃었지만 '앤 설리번' 선생의 헌신적인 교육을 통해 작가 겸 사회사업가로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인간에게 교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또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잘 알려준 사례일 것입니다.
'블랙' 역시 어둠 속의 빛이 되어준 스승과 제자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펼쳐져 있으며, 헬렌켈러의 성장과 비슷한 전개 과정으로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과 배우들의 명연기의 슬픔과 기쁨의 파노라마는
또 다른 깊은 울림으로 관객을 이끄는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영국계 인도 집안의 장녀로 신이 불완전하게 만드셨기에 불운한 운명과
싸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하이 선생(아미타브 밧찬)' 과 미셸(라니 무케르지)'
이라는 두 사람의 만남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만나 어떤 기적을 일으켜 가는지 한번 따라가 보시죠.
영화의 시작은 대형 블랙 화면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습니다. 함께 할 때,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자막이 흐르면서,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는 곳, 그게 제가 사는
세상입니다" 라는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2살 때부터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된 그녀, '미셸'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소리는 침묵이 되고 빛은 어둠이 되는 곳,
그게 그녀가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녀에겐 모든 게 '블랙(black)' 이었습니다.
"8년간 매일 사고를 쳤어, 얘랑 살면 행복해질 수 없어."
"애를 이해하려고 해봐요. 어둠 속에서 얼마나 숨이 막히겠어요. 가여운 내딸"
딸을 짐승 대하듯 다루던 아버지, 감싸안기만 하는 어머니.
거칠고 난폭한, 부모조차 통제 못하는 8살 소녀 미셸에게 어둠을 빛으로,
침묵을 소리로 이끄는 선생님이 나타납니다.
사하이 선생님이 미셸에게 처음 가르치고자 한 단어.
"모두가 a, b, c, d, e 부터 시작하지만 너는 b, l, a, c, k 부터 시작이야"
'사하이 선생님,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되고 노래가 되었습니다.
마치 마법사처럼... "모든 단어엔 뜻이 있어"
그리고 한바탕 격전 끝에 그녀가 온몸으로 느끼고 배운 단어
'wㅡaㅡtㅡeㅡr'
그녀 생애 첫악수...첫 입김
미셸은 사하이 선생님과 함께 세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소통해 나가게 됩니다.
그녀에겐 '물 한방울' 도 대야이고, '지식' 은 빛이자 곧 '사하이 선생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하지만, 그녀와 선생님은 무수한 실패를 축하했습니다.
사하이 선생님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거미는 수없이 실패한 이후에야 집짓기에 성공한단다.
실패는성공을 향한 첫걸음이야
절대로 실패했다고 도망쳐서는 안된다' 고
"선생님이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말은 '불가능' 이었어요"
"네 세상은 어둡지 않아, 빛으로 가득차다고!"
어둠이 필사적으로 집어삼키려고해도 항상 빚을 향해 가야한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했던 선생님. 그녀에게 블랙으로 가득 찼던 세상을 빛으로
만들어 주고 어둠과 싸우는 법을 알려주신 사하이 선생님은 어느 날 조용히
그녀 곁을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졸업식을 맞이하고, 축사에서 미셸은 자신에게는
모든 인생이 블랙 이었음을 수화로 말하며 이를 극복시켜준 사하이 선생님을
이야기 합니다. 블랙의 졸업가운을 입은 졸업 동기들 앞에 자신이 가운을 입지
못하는 이유도 사하이 선생님께 먼저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임을 말한다.
"꿈은 눈으로 보는 거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겁니다. 눈이 안보이는 저도 꿈이
있거든요"
미셸과 사하이 선생님의 못다한 이야기는 영화로 만나보시기를 권합니다.
"인생은 아이스크림이에요. 녹기 전에 맛있게 먹어야지요."
ㅡ사하이 선생님의 대사 중 ㅡ
감독 : 산제이 릴라 반살라
배우 : 아미타브 밧찬(사하이 선생님)
라니 무케르지(성인 미셸)
아예사 까푸르(어린 미셸)
상영시간 : 124분
보통 인도 영화는 발리우드(인도 특유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뮤지컬 같은 방식)
라 불리는 방식을 취하는데 <블랙>은 인도풍의 느낌이지만, 발리우드 특징인 춤과 노래없이 진실된 이야기를 통해 감동과 여운을 주는데 진심인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실제 인물인 헤렌 캘러의 책 《사흘만 볼 수 있다면》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내일 갑자기 장님이 된 사람처럼 여러분의 눈을 사용해보세요.
내일 귀가 안 들리게 될 사람처럼 음악 소리와 새의 지저귐과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연주를 들어보세요.
내일이면 촉각이 모두 마비될 사람처럼 그렇게 만지고
싶은 것들을 만져보세요.
내일이면 후각도 미각도 잃을 사람처럼 꽃 향기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해보세요. 모든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자연이 제공한 여러 가기 접촉방법을 통해 세상이 당신에게 주는
모든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영광을 돌리세요.
그렇지만 단언컨대 모든 감각 중에서도 시각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축복입니다.
ㅡ 헬렌켈러 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2024년12월15일 훈)
-옮긴글-
(눈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볼 줄 아는 그녀, 미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