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박영선
스티븐 킹이라는 미국 작가 알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술 중독 그게 무슨 단어더라? 음…… 알콜중독! 거기에 빠졌던 시절을 고백한 내용이 있어. 글 쓰려고 조금씩 마시기 시작한 술이 술을 잡아먹어서 글을 못 쓸 정도로 피폐해진 과정을 쓴 건데, 중독이 그렇게 시작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과, 글을 잘 쓰면 글에서도 술 냄새가 날 수도 있구나, 하는 부러움이 일었지. 시인 박준은 책상 근처에 술병을 놔두고 글을 쓴다나 뭐라나. 글을 다 쓰고 나면 저 술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글에 박차를 가하게 되더라네, 술을 그렇게도 쓰는구나, 아니 글을.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에는 이런 글이 있어. “바로 그게 전쟁입니다. 우리가 강요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면 나는 평생 전쟁 속에 살고 있는 걸까? 나는 누가 나에게 강요하지 않으면 이렇게 살지 않는 일이 반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해. 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학교도 안 다녔을 테고 결혼도 하지 않았을 테고 아이를 생산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런데 내게 전쟁을 걸어온 자는 누구지? 스스로 전쟁을 걸며 살아온 건가. 사과하는 법에 대해 선생에게 물어보러 들어갔다가 사과 깎는 법만 죽도록 보다 나왔어. 평생 깎아 먹은 사과가 잘못된 방법으로 깎은 거라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그렇게 깎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된 방법이었다니, 앞으로는 선생이 가르치는 대로 깎아 먹어야 하나. 생각하고 생각하다 끝내는 그에게 빼앗긴 나의 전쟁에 대해 생각해. 다시는 선생을 쓰지 않으리 전쟁을 쓰지 않으리 술을 쓰지 않으리 나를 쓰지 않으리,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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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2020년 『발견』 등단. 시집 『여기 잠깐만 앉았다 가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