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유다의 아내가 죽었습니다. 유다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는 기간을 지난 후에 딤나로 갔습니다. 그때 다말이 시아버지인 유다가 양 떼의 털을 깎으러 딤나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과부들이 입는 옷을 벗고 얼굴을 베일로 가렸습니다. 다말이
이런 일을 한 까닭은 유다의 막내 아들인 셀라가 다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유다가 그 아들을 자기와
결혼시키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다는 다말을 보고 창녀라고 생각을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함께 자자고
했습니다. 유다는 ‘아무 생각 없이’ 창녀와 함께 잠을 자자고 한 것인데, 그녀가 자신의 며느리 다말이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성경에서 비춰진
유다의 모습을 보면, 그는 정말 꼼꼼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수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요셉을 죽이려는 형들의 제안을 상인들에게 팔도록
설득한 사람이며, 애굽에 곡식을 사러 갈 때에도 아버지 야곱을 설득해서 베냐민과 함께 애굽에 갈 수
있게 했던 사람입니다. 베냐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발견되었을 때도 형들을 대신해서 대변해 주는 역할을
했던 사람입니다. 유다는 진실하고
올바른 사람으로서 앞을 내다 보며 생각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라, 진실하지 못한 자신의 생각(꾀)을 늘 정당화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항상 생각이 많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 수를 더 내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한 사람입니다.
본문을 묵상하면서
지금까지의 유다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유다가 자기 며느리 다말에게
했던 말 때문입니다. 26절에서 “그는 나보다 옳다!”고 한 말입니다. 유다는 자신의 며느리가 과부의 몸으로 임신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를 태워서 죽이라고 했는데, 그때 다말은 도장과 끈과 지팡이의 주인이 자기를 임신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유다는 그 물건들을 보면서 순간 자신의 것임을 알고서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유다가 다말에게 했던 말입니다. “그는 나보다 옳다!”라고 말입니다.
같은 본문을 터키어
성경을 보면, “O benden
daha doğru bir kişi”라고 했는데, 한글성경에서 ‘옳다’라고 번역한 것을 터키어 성경에서는 ‘doğru’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정확한’, ‘정밀한’, ‘검증된’ 이란 뜻입니다. 비슷한 듯 하지만 ‘옳다’라는 뜻과 ‘정확한, 정밀한’이란 말은 완전하게 다른 뜻입니다. 유다는 ‘그는 나보다 옳도다.’라고 했습니다.
유다의 말을 그냥 들으면 시아버지가 자신의 며느리를 ‘더 옳다’고 말한 것처럼 들려서 그의 모습이 굉장히 겸손한 사람으로 연상이 됩니다. 하지만 유다가 다말에게 한 말은 자기 며느리를 자신보다 더 ‘정밀한’ 사람이라고 한 것입니다. ‘정밀한’이란 형용사는 사전적인 의미로 ‘아주 정교하고 치밀하여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그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생각해 본 것처럼, 유다야 말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치밀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형제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설득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과부의 몸으로 임신을 한 다말이 보여준 자신의 물건들을 보았을 때, 유다는 정말 혀를 둘렀을 것입니다. ‘와!! 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치밀한 한 축에 끼는 사람인데인데, 그 아이는 나보다 더 치밀하다!!!’는 뜻입니다. 유다는 다말을 불에 태워서 죽이라고 했다가, 자신의 물건들을 보여 주면서 이미 그 일을 계획을 했던 다말을 보면서 더 이상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다는 창녀에게 자신의 물건을 다시 찾기 위해서 아둘람 사람을 보냈는데, 찾지 못하고 돌아오자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로 그것을 가지게 두라. 우리가 부끄러움을 당할까 하노라." 유다는 자신의 아내를 잃고서 그런 나쁜 일을 했으니, 자기도 그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알았다는 것입니다. 유다가 그 일을 덮고자 한 것 또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곧바로 잔꾀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의 모습을 또한 돌아봅니다. 사람에게나 하나님께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인정하고 진실하게 용서를 구하면 됩니다. 더 이상 그것을 위해서 치밀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될까봐 하나님 앞에서도 그 일을 덮어서는 안 됩니다.
말씀 속에서 유다의 모습을 묵상하는 내내 나의 마음도 찔렸던 것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모습을 돌아보면 정말 유다처럼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항상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어야 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순종하려 했기보다 믿음의 사람들 앞에서 조차 설득하려고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지적하거나 잘못을 드러내면, 자존심 때문에 그걸 인정을 못했었습니다. 잘못을 인정을 하지 못하니까 자꾸만 그 일을 합리화하려고 하고, 거짓말까지 더 했었습니다. 지나와서 그 일들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지 않으셨을지 회개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는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오직 말씀하신 것에만 순종하며 단순한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나의 작은 꾀나 술수로만 치밀한 사람이 되어서 사람들만 의식하면서 살지 않게 하옵소서. 내가 지은 죄나 잘못이 있다면… 어린아이가 말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들을 수 있는 겸손함도 있게 하옵소서. 내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여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고, 진리를 덮기까지 어리석은 주의 종이 되지 않게 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연약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날마다 주님을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