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주일낮설교(광복절 73주년 기념주일)
기독교신앙과 역사 (신명기 6:20~25절)
<그 날이 오면>
해풍 심 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동포에게 고함>
안중근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서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천국에서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오늘은 조국 대한민국이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합병이 되어 국권을 상실한 지 36년 만에 땅과 주권을 되찾은 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 제73주년 기념주일입니다. 이 시간에는 광복절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기독교 신앙적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함께 말씀을 통해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이루신 역사입니다.
출애굽의 역사가 하나님께서 이루신 역사인 것처럼 조국 광복의 역사 역시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임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스스로 독립 운동을 통하여 얻은 해방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바로의 세력을 꺾고 그 백성을 인도하여 가나안 땅으로 나가게 하셨습니다.
오늘 신명기 본문에도 "주께서 강한 손으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민족이 홍해에 가로 막혀 궁지에 몰렸을 때 모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출 14:13~14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가만히 서서 주께서 오늘 너희를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지켜보기만 하여라. 너희가 오늘 보는 이 이집트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주께서 너희를 구하여 주시려고 싸우실 것이니, 너희는 진정하여라.”
구약 성경 여러 곳에서 이 말은 반복되어 나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급 역사만이 아니라 모든 역사는 우연이나 숙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이룩해 가신다는 이스라엘 역사가들의 신앙고백입니다.
우리나라 8·15 해방도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의 역사와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해방도 하나님이 친히 이룩하신 역사라는 말입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집필하신 함석헌 선생은 조국 해방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무도 모른 것은 아무도 꾸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꾸미지 않고 온 것은 하늘의 선물이다. 이것은 하늘에서 직접 민중에게 준 해방이다.“
1948년 5월 10일, 유엔의 감독 하에, 스탈린 치하에 있던 38선 이북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이때 198명의 국민대표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5월 31일 첫 번째 국민회의 지금의 국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회 속기록 제1호 첫 페이지를 보면 그 첫 회의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위탁의 기도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최고 연장자이셨던 이승만 박사님께서 임시국회의장을 맡으셨는데, 이승만 박사님께서는 단상에 올라오셔서, 회의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이 감사기도로 시작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께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공식 회의 순서에도 없는 기도를 감리교 목사 출신인 이윤영 의원에게 부탁한 것입니다.
이윤영 의원은 본래 평양 숭실학교를 졸업하고 협성신학교를 졸업한 감리교 목사였는데, 정계에 투신하여 제1대 국회의원이 되었고, 후에는 장관까지 지내신 분입니다.
당시 제헌국회에서 드린 이윤영 의원의 기도문입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 하나이다. 오랜 시일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시사 세계만방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또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 이 기쁜 역사적 환희의 날을 이 시간에 우리에게 오게 하심은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만방에 정시(呈視)하신 것으로 저희들은 믿나이다 ... (중략) ...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신학자 라이홀드 니버는 그의 저서 <Faith and History>(신앙과 역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시간이거나, 역사이거나 간에 설명 없이도 알 수 있는 것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하나님의 섭리의 신비는 역사에다 의미를 부여하며, 천지창조의 신비는 시간에다 의미를 부여한다.”
역사를 이스라엘 민족처럼 하나님의 하시는 일로 보지 못하고 단순히 운명 혹은 숙명 또는 인간의 노력으로 생각한다면 그러한 역사관은 신앙인으로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관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역사의식이란 하나님을 역사의 주권자로 인식하면서 하나님께서 정하신 목표를 향하여 이 역사를 이끌고 계신다는 믿음입니다.
◆둘째, 땅과 주권을 되찾은 해방의 날입니다.
“광복(光復)”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땅과 주권을 되찾음”을 의미합니다. 한 나라는 땅(영토)과 백성과 주권이 있어야 됩니다. 광복은 이 나라 백성들이 이 땅에서 주권을 되찾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즉 주권을 되찾고 독립된 나라를 회복하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구약의 출애굽 사건은 장차 가나안으로 인도하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우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광복을 통해 이 땅을 회복시키시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도록 하신 것입니다.
즉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와 백성을 세우신 사건이 바로 광복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첫 번째 말씀선포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였습니다. 죄인들이 죄에서 돌이킬 때에 잃어버린 실낙원을 회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실낙원을 낙원으로 회복시키시고자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의 핵심은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하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은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다시 오실 주님과 함께 완성하실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그 나라와 그 의를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나라를 위해 부르시고 그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셋째, 빛을 회복한 날입니다.
‘광복’이라는 말의 원어적 뜻은 ‘빛을 회복하다’입니다. 성경에서 빛은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요 1:9절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었나니”
요 8:12절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그러므로 영적인 의미에서 광복은 빛을 회복한 날이니 곧 빛이신 예수님을 마음대로 믿을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신앙의 자유를 회복한 날이라는 것입니다.
신사참배를 강요당하여 마음대로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신앙의 자유를 되찾게 된 날입니다.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신사참배를 반대하며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의 피를 흘렸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순교자의 피를 외면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광복을 통하여 더 이상 신앙의 자유가 억압당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되었기 때문입니다.
독립운동가였던 단채 신채호 선생은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역사를 소상하게 후세에게 전하는 기념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펼치고 있습니다.
후대로 하여금 지난 과거의 역사를 알게 함으로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고자 함입니다. 역사의식이 없는 민족은 도덕의식도 약할 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으며, 또한 역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게 마련입니다.
역사를 신앙의 눈으로 볼 때 거기에 우리가 취하여야 할 교훈과 앞으로의 역사 곧 미래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