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콩나물국밥집이 몰려드는 인파로 만원(滿員)입니다. 전주 전통음식으로 콩나물국밥이 있습니다. 전주 콩나물은 산 좋고 물 맑은
남쪽지방 임실에서 생산되는 쥐눈이콩(鼠目太)을 전주 교동의 맑은 물로 길러냅니다. 교동은 물이 맑은 동네 즉 청수정(淸水町)입니다. 전주의
기후와 수질이 맛이 뛰어난 콩나물을 기르는 원동력인 것입니다. 전주의 명물답게 비슷비슷한 이름을 가진 콩나물국밥집이 많습니다. 하지만 맛의
차이는 대동소이합니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예전에는 숙취 때문에 해장을
하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숙취 객뿐만 아니라 관광객에 이어서 따뜻한 국물로 아침식사를 하려는 가족들까지 찾습니다. 콩나물국밥에 중요한 재료는
육수입니다. 국밥집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다시마, 멸치, 황태, 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들을 잘 우려낸 육수가 맛이 깔끔합니다.
고사동에 있는 `삼백집`은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중의 한 곳입니다. 유명 맛집으로 `삼백집`에 대한 소문이 전국에 퍼져나갔습니다. 창업자인 이봉순
할머니는 찾아오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자, 하루에 정성을 들여서 준비한 콩나물국밥을 300그릇만 팔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전이라도 300그릇이 팔리면 가게 문을 닫고 영업을 중지한 것입니다. 이것이 `삼백집`으로 불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인 이봉순 할머니는 욕을 잘하기로 유명하였습니다. `맛있게 처먹어라! 이놈아` 아니면 `썩을 놈!` `돈 없으면 외상
달구 가!` 등 가지가지 욕을 구수하게 했는데 사실은 욕이라기보다는 할머니의 애정이 가득담긴 걸쭉한 인사말이었습니다. 과거에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고 하여 삼백집을 `대통령의 맛 집`이라도 합니다. 수행원 없이 국밥집을 찾은 대통령에게 주인인 욕쟁이 할머니는 `고놈 대통령하고 똑같이
생겼구먼! 달걀이나 하나 더 처먹어라.`라며 달걀 하나를 더 주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웃으면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또 방문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콩나물국밥은 개운한 국밥과 함께 계란과 김이 별도로 나옵니다. 물론 기본 반찬도 있습니다. 김치와 깍두기를 비롯해서 오징어젓갈ㆍ
청양고추 등입니다. 계란에 뜨거운 국물 몇 숟가락을 부어 김 가루를 조금 넣고 쫑쫑 썬 청양고추로 입맛에 맞춰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입안이
칼칼하면서도 고소합니다. 또한 다시마를 우려낸 국물에 황태ㆍ북어 등을 찢어 넣어 만든 얼큰한 국물은 개운하면서도 시원합니다. 이때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은 건강해지는 기분이 절로 생깁니다. 밥이나 반찬은 추가요금 없이 양 찰 때까지 더 줍니다. 일본에 여행 갔을 때입니다. 반찬과
물을 추가로 주문을 하자 단무지, 김치는 물론이고 식탁위의 물 한 컵까지도 추가요금을 요구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으로 따뜻하고 푸짐한 전주의 인심입니다. 콩나물국밥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습니다. 시골 집 안방 윗목에
콩나물을 기르는 시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시루에는 물에 불린 콩이 들어있고 항상 검은 보자기로 덮여 있었습니다. 콩나물시루에 할머니는 수시로
물을 주셨습니다. 물을 먹은 콩나물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습니다. 얼마만큼 자랐는지 궁금해서 시도 때도 없이 열어보다 걸려서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콩나물은 우리 집의 국거리이자 반찬 재료였습니다. 콩나물국을 만들고 콩나물 무침을 만들고 콩나물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식구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콩나물국에 빨간 고춧가루를 듬뿍 쳐서 먹었습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감기는 멀리 달아났습니다. 욕쟁이 할머니는
뵐 수 없어도 할머니의 콩나물국밥은 지금도 사람들 속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7/12/05 [14:31]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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