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짧은 제가 평소 잘하는 말이 있습니다. 전화기는 전화만 잘 걸고 받을 수 있으면 되고, 차는 잘만 굴러가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
그 날 제 차는 뒷범퍼에 작은 흠집 하나였는데 엄청 큰 느낌으로 거슬리더군요. 그래서 수리하러 갔던건데 저 차를 보는 순간 참 어리석은 나를 보고 슬며시 돌아 왔습니다. 차가 그냥 잘 굴러가는게 아니었습니다.
내 단순한 논리를 비웃는듯한 무수한 부품들! 내 머리 속에 자동차란 운전석, 조수석, 뒷자리, 지붕, 바퀴, 엔진, 트렁크. 고작해야 이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저 사진은 자동차 하단부에 있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말 그대로 차의 일부분이었습니다. 얽히고 설킨 배선들, 새까맣게 녹슬어 보이지도 않는 너트와 볼트, 어떤 액체가 흘러 가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배관들... 저들 중에 하나라도 제 기능을 못하면 차가 굴러가지 않는답니다. 어쩌다 굴러가도 언제 멈출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안고 도로를 주행해야 하겠죠.
오늘은 열린수필 5호를 만나는 날입니다.
봄꽃이 완연한 4월부터 원고청탁을 하고, 함께 가고픈 마음에 원고 독촉도 하고, 수차례에 걸친 교정작업을 거쳤습니다.
귀한 원고 내주신 83분의 회원님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바쁜 시간 짬내서 교정작업을 도와주신 김귀선 선생님, 노정희 선생님, 류재홍 선생님, 백승분 선생님, 윤애자 선생님(가나다순입니다.ㅎㅎ)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열린수필이라는 동인지가 5호라는 결실로 이어질때까지 지도해 주신 장호병 스승님, 달구벌 작가님들, 아카데미 선배님들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귀한 원고에 누를 범하진 않을까하여 나름 눈 크게 뜨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막상 책을 받으려는 이 순간 묘한 설레임과 두려운 마음이 꼭 지금 하늘빛깔 같습니다. 밥값이라도 줄여보자고 텃밭에 심은 상추를 쏙아 쌈장 맛있게 만들어 도시락들고 출판사 사무실 처음 나갈때가 아마 4월이었나 봅니다. 노정희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장아찌 반찬을 곁들여 출판사 김인옥 편집실장님께서 차려주시는 점심상을 몇번이나 먹었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실장님 다른 일도 많았는데 참 민폐였다는 미안함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바뀌는 원고 수정 부탁을 한 번도 인상 찡그리지 않고 다 고쳐주시며 웃어 주시던 모습, 회원님들 프로필 사진 찾겠다고 카페 사진방 다 뒤지고 뽀샾 처리까지 도와주신 점, 돌아서 생각해보니 진짜 민폐였는데...그렇지만 다 이해해 주실분이라 믿고 또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상추는 점점 자랐고, 종종 도시락에 담겼던 상추가 이제는 끝물이라 꽃대가 쑥쑥 올라왔습니다. 좀 있음 예쁜 꽃이 피어나고 아마 내년을 위한 씨앗이 맺히겠죠?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자꾸 불안해집니다. 4호때도, 또 3호때에도...어찌하다보니 1호때부터 5호까지 동인지 출판 작업을 돕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보면 오타가 보이고, 잘못된 정보가 실리기도 하고, 이번에는 정말 안틀려야지 해도 늘 반복되는 실수투성이들.
아마 오늘도 책을 받아보면 또 어떤 불청객이 책갈피 사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중압감이 큽니다. 그러나 결코 고의가 아니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감히 조심스레 드립니다. 내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가 수고해야 할 부분이라 감히 기쁜 마음으로 작업에 동참은 했지만, 늘 이때쯤이면 똑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 아닌 다른 이가 했으면 더 잘했을텐데...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 똑같을거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부담감을 줄여보기도 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해서 열린수필입니다. 출판작업 과정에서 혹시나 서운함을 가진 회원님이 계셨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흡함이 보이더라도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요. 올해의 단점이 다음 6호에는 거름이 될테고, 그 단점을 보완해서 내년에는 또 어떤 다른 분들이 더 완성된 책을 만들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출판 경비 절감한다고 여러분께 민폐인지 알면서도 광고 협찬 문의를 많이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기꺼이 협찬해주신 회원님들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아침부터 주저리가 길었습니다. 저 많은 부품들이 모여서 차를 굴리듯, 우리도 함께 어울려서 글동무 되기를 바라는 맘에서 두서없는 글 남깁니다. 오늘 저녁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빠졌습니다. 어설픈 보조 데리고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이면서 출판작업하신 노정희 선생님! 진심으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일내로 칼국수 한그릇 사겠습니다. 이제 상추쌈은 없으니까요. ㅎㅎㅎ
2012년 7월 12일 김숙현 드림.
첫댓글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열린수필5호가 나오기까지...선생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프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하더니, 열린수필 그렇게 아파서 오늘 꽃을 피우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칼국수 그 것도 들깨 칼국수 잘 하는 집 있는데요. 시지동에 있습니다.
그간 원고청탁하고 정리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덕분에 좋은글들이 나올것 같네요.
수고하신 선생님들 땀방울이 모여서 사랑으로 태어났네요. 감사합니다~~~
병아리는 아직 모르지요. 어미닭의 지극정성을~,
감사합니다.
-병아리 올림-
선생님 수고많으셨어요^^ 덕분에 저희는 편하게 앉아서 이쁜 책 받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