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 70억명 중에서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 약 93%라고 한다. 인간의 정신작용이 물리학적 법칙이나 생물학적 원리로 설명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많은 신경과학자들은 지난 100년 동안 온갖 실험을 통해 '영혼의 존재 가설'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영혼의 존재를 믿고 나름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학자도 많다고 한다.
1901년 4월10일,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유명 외과의사 덩컨 맥두걸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결핵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람이 죽는 순간 몸무게에 어떤 변동이 생기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오랜 투병생활로 죽어가는 결핵환자들은 몸무게가 매우 가볍고 사망 시각을 몇 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으며, 죽는 순간에도 저울에 영향을 줄 만큼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이 실험 결과 줄어든 망자의 몸무게는 4분의 3온스(21그램)였다는 것.
정말로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냐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이 이 실험을 재현하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 더구나 물리적인 속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정신작용을 비물질적인 것으로 설명하려는 개념이 영혼 개념인데, 그런 영혼이 물리적 속성인 무게를 가질 리 없다는 점에서 이 실험은 중대한 결함마저 있었던 셈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개를 대상으로 한 같은 실험에서 개가 죽음을 맞는 순간 몸무게의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물론 영혼의 존재를 믿는 학자들은 이 실험을 통해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기독교 식의 주장이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겠지만.
호흡이나 맥박 등이 모두 정지된 상태였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 중 10~20% 정도가 사후세계 혹은 유체이탈을 경험(이른바 임사체험)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향해 간다거나, 죽은 지인을 만난다거나, 평화롭고 아늑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황홀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뇌에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생긴 일종의 환각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실험도 있었다. 심장마비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사체험을 인터뷰해 왔던 영국 사우샘프턴의대 샘 파니아 교수의 실험은 이러 했다. 유체이탈을 한 사람이 천장 가까이 올라가야만 볼 수 있도록 병실 천장에서 20㎝ 정도 떨어진 곳에 특수 문양의 카드를 놓아두었다. 이 실험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수백명의 임사 체험자가 있었지만, 이 카드를 보았다고 보고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는 영국과 호주, 미국의 15개 대학병원이 참여하였다. 육체가 죽은 뒤에도 정신이 무언가를 경험한다면, 그것은 영혼의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한 사례는 없다.
영혼의 존재를 빌미로 사기치는 종교 장사꾼. 이들이 정신이 허약한 사람들의 일상을 좀먹고 돈을 갈취하는 거대 산업을 유지하고 있다.
* 한겨레 2017.5,6 <정재승의 영혼공작소> '영혼, 과연 실존인가 물리적 현상인가'에서 발췌.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793616.html#csidx766627ee2cecbca9856f957fc43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