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별리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도 천차만별이다. 그 중에서도 죽음의 순간을 인지하고 못하고 맞는 죽음, 즉 전쟁이나 사고 등으로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을 앓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삶을 마무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이리라. 수행을 많이 한 어떤 이들은 자신이 떠날 순간을 미리 예고하기도 한다는 것을 여러 책에서 보았다. 한국불교에서도 어떤 고승은 자신이 며칠 후에 떠나겠다고 시자에게 말하자, 시자가 내년에 아주 큰 행사가 있는데 지금 떠나시면 절대 안 된다면서 내년에 행사 끝나고 가시라고 하니까, 고승이 정 그렇다면 그리 하마 하고, 다음 해의 행사를 끝내고 바로 입적했다고 한다. 또한 티벳의 달라이 라마나 림포체들은 입적하기 전에 제자들에게 다음 생애에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겠다고 일러주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부인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과 함께 쓴 ‘조화로운 삶’, ‘조화로운 삶의 지속’ 등의 저서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코트 니어링(Scott Nearing)은 100여 년의 삶(1883 ~ 1983)을 살면서 가까운 친지, 친구들에게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어도 절대로 병원에 데려가 검사하거나 치료하지 말라고. 일주일에 하루는 과일만 먹고, 매일 자급을 위한 농사를 지으며 건강하게 살다가 말년에는 일을 못 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신의 삶이 끝나 감을 깨닫고 곡기(穀氣)를 끊고 안식을 취하며 평안 속에 살다가 조용히 떠났다. 나와 히란마야도 기력이 다해가는 것 같다고 느낄 때는 곡기를 끊고 키르탄과 명상으로 소일하다가 조용히 떠나자고 서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바바께서 떠나실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시지 않고 갑자기 떠나셨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바바의 대열반일(Mahaprayan)’ 행사 기간에 많이 부르는 새벽의 노래(Prabhát Saḿgiita)가 있는데(#2085) 그 가사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TUMI ESECHILE KÁ́UKE NÁ́ BALE NÁ́ JÁ́NIYE GELE CALE
뚜미 에셰칠레 까우께 나 볼레 나 자니예 겔레 쫄레
MOR, ÁRO GIITI Á́RO GIITI CHILO GÁ́OYÁ́R Á́RO CHANDE TÁ́LE NÁ́ JÁ́NIYE GELE CALE
모르 아로 기띠 아로 기띠 칠로 가와르 아로 촌데 딸레 나 자니예 겔레 쫄레
(당신께서는 오신다는 소식도 없이 갑자기 오셨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가신다는 기별도 없이 홀
연히 떠나셨습니다. 저는 수많은 리듬으로 당신께 불러드릴 노래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도를 참 좋아하고, 인도에 자주 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직 잘 적응이 안 되는 것이 몇몇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도의 모기다. 인도에는 일 년 내내 모기가 극성인 곳이 있고, 여름철에만 비교적 심한 곳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자주 가는 콜카타는 일 년 내내 모기가 있는 곳이다. 겨울철 새벽에도 콜카타 틸잘라의 아쉬람에서 하는 판차자냐(05:00 ~ 05:30에 하는 새벽 명상) 시간에도 모기가 달려든다. 이곳의 다다들은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반팔 상의를 입고 와서 가끔씩 손으로 내쫓는 정도이지만, 나는 완전히 중무장을 하고 명상을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바바의 대열반절’ 행사 기간(10월21일 ~10월26)에는 모기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날씨도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참으로 일 년 중 여러모로 가장 쾌적한 시간인 것 같다. 바바를 따르는 우리들로서는 육체적으로도 조금 더 우리들 곁에 머무르셨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바람일 뿐일까. 지구에 머무르시는 동안에도 세속적 시각으로 보면 우리들을 위해 기꺼이 그런 터무니없는 혹사를 감당하셨을 터인데, 바바지의 바쁜 여정을 뻔히 알면서도 지구에만 계속 계시기를 떼를 쓸 수도 없을 터였으리라.
바바지는 아난다 마르가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전 존재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발달과 복지사회, 복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 수많은 강연과 책의 저술, 5018곡이나 되는 새벽의 노래 (Prabhát Saḿgiita) 작사, 작곡 등, 떠나시는 날까지 한 시도 편안히 쉬실 날이 없다고 들었다. 더구나 떠나시는 날까지도 이와 같이 제자들을 위해서 베풀어 주신 바바지의 배려에 바바지가 더 그립고 사무침이 가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