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명상이야기 84
바이런 케이티의 네가지 질문
최근에 우연히 서구의 유명한 영성가인 바이런 케이티의 영상물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케이티의 책 <네 가지 질문>은 저도 몇 년 전에 지인의 소개로 읽어보았는데 당시에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케이티가 직접 상담하는 영상, 책을 자세히 소개하는 영상 등등을 보며, 지금 저를 괴롭히는 문제와 결부시키니 놀라운 통찰이 왔습니다.
현재 저의 괴로움을 종이에 적어 보았습니다.
‘항암 후유증과 대상포진의 고통이 나를 무척 괴롭힌다. 이 고통들이 끝없이 계속 될까봐 두렵다. 고통을 계속 당해야 한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은 이렇습니다. 1. 그것은 진실인가요? 2. 당신은 그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나요? 3. 그것을 생각할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4.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일까요?
그 질문에 답을 해보았습니다. 항암 후유증과 대상포진이 저를 무척 고통스럽게 하고 두렵게 하지만, 이것은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 고통을 통해 천사들을 만나고 은총을 확인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때때로 진실이고, 항상 진실인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생각할 때 저는 온몸을 긴장시키고 미간을 찡그립니다.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하늘의 천사입니다.
케이티는 이 네 가지 질문에 답을 한 다음, 각 문장을 뒤바꿔보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바꿔보았습니다.
‘내가 암과 대상포진이란 병을 고통스럽게 하고, 두렵게 한다. 그걸 생각하지 않을 때 평화롭다. 그걸 생각할 때 나는 하늘의 천사가 아니다.’
써 놓은 문장들을 보며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깨달음이 왔습니다. 하늘은 매 순간 가장 좋은 것을 저에게 주신다고 평소 믿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암이나 대상포진이란 병은 나쁜 것일까요? 저는 현실의 문제와 다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암이나 대상포진이란 병이 물리쳐야만 할 절대 악인 것처럼 저항하고 싸워왔습니다. 스승님은 항상 여기가 천국이라 생각하고 행복에 젖어 살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저항하고 싸우는 한, 저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케이티는 암을, 대상포진을 사랑하라고 합니다. 저는 순간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천사라고 말하면서 제 몸 세포의 변형물들인 암과, 대상포진을 은연중 악마라 생각했으니까요.
저는 이런 고통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깨달았습니다. 죽음은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쉬운 도피라는 것을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로병사의 선택권이 우리한테 없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주신 모든 것을 달게 받겠습니다. 가장 낮은 자세로 감사할 때, 비로소 가장 큰 은총을 받는다는 것을 압니다. 하늘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을 주시지만, 교만하고 어리석어 미처 알지 못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