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목포와 박부산... 그리고 확증편향
선생님은 5년 내내 반장과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부산이를 끔찍이 아꼈다.
국영수는 물론이고 음악, 미술, 체육까지 한마디로 못하는 게 없는 부산이는 이 학교의 슈퍼스타였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항상 부산이를 본받으라고 귀가 따갑게 말하곤 했다.
마을 대대로 내려오는 만석꾼 집안의 부산이는 한마디로 귀공자처럼 성장했다. 남부럽지 않은 집안 환경을 가진 모범생 부산이는 마을에서도 유명했다. 한마디로 기대주였다.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93살 할머니부터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한 5살 꼬마까지 "우리 마을 공부 1등은 부산이"라고 할 정도였다.
한편, 이 마을로 4학년 때 전학온 최목포.
공무원 아버지의 발령으로 이사를 오게 된 목포는 특유의 유머 감각과 친화력으로 친구들은 물론 마을 사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싸'였다. 공부도 곧잘 했지만, 부산이에게는 조금 못미치는 만년 2등.
어느 날부턴가 부산이는 바이올린과 태권도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부산이 엄마는 노래도 잘 하고, 운동신경도 괜찮은 아들을 "슈퍼 차일드"로 만들고 싶었다.
하얀 도복에 바이올린 가방을 메고 동네를 활보하는 부산이를 친구들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최목포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목포는 어느날, 아버지에게 바이올린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뻔한 공무원 월급으로 매달 수십만원씩 들여 음악학원에 보낼 형편은 아니었다. 아빠는 말했다. "6학년이 되서 전교 1등을 하면 생각해보마"
목포는 그날 이후 코피를 쏟으며, 공부에 파고 들었다.
그리곤 6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드디어 전교 1등을 해냈다.
부산이는 난생 처음 전교 1등을 놓친 분함을 참지 못했다.
절치부심, 나태했던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전념했다. 하지만, 엄마는 "바이올린하고 태권도 학원도 열심히 다니라"고 부산이를 조여댔다.
학교 공부에 바이올린, 태권도까지... 부산이는 솔직히 버거웠다.
6학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은 최목포는 이제 학교에선 누구나 인정하는 전교 1등이 됐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의 머릿속엔 "공부 1등은 박부산"이란 공식이 여전히 박혀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최목포의 성적표를 보여줘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객관적인 자료를 내밀어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을 내세우며 입장을 바꾸지 않는 고집스러운 행태. 심리학 용어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는 일종의 선택적 사고다. 이 확증편향이 사람이나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면 감정적 편견이 생기고, 차별행동으로 이어진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9년 교육부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 두 곳밖에 없는 해양대학교를 비교한 자료를 봤다.
취업률, 1인당 교육비, 기숙사 수용률, 외국인 학생수 등 다양한 항목에서 목포해양대가 한국해양대를 앞서고 있다.
일각에선 일반학과도 많은 종합대학 규모의 한국해양대와 해양 중심의 학과를 가진 목포해양대를 단순 비교한다는 데에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해양대 학부모 K씨는 이렇게 말한다.
"상식적으로 종합대학을 지향하는 한해대의 경우 문과가 많으면 수업료가 낮아져야 정상인데 공대 중심의 목해대보다 수업료가 비싸다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 학생이 내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율도 한해대 쪽이 낮다. 종합대를 지향하기 보다는 해양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학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부산이는 학업에 충실했어야 했다. 예체능까지 능숙한 '슈퍼 차일드'를 만들려했던 엄마의 욕심이 문제였다.
어느 순간 목포에게 뒤처져 버린 부산이는 이도저도 아닌 학생이 된 셈이다.
교육부의 자료를 내밀어도, 믿지 않으려는 당신은 어쩌면 확증편향 성향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HHY NEWS 연해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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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쩜 이리 명쾌하게 풀어놓으셨는지 "끄덕끄덕"하고 갑니다.
논문수준 입니다~ㅎ
최곱니다~~~
목포해양대 화이팅입니다..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중입니다. 교명만 변경되면 금방 추월도 가능하지 싶은데...
박수를 칠 수 밖에~~~~~~~
한마디로 짱 입니다
고정화된 편향을 날려 버리기 위해선 교명변경이 시급한 과제!!
오늘도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행복한 히루보내세요♡
우찌 이렇게 잘 쓰시는지~ 최고입니다~
우와~~~~분명 문과출신임이 확실합니다..진짜 대단대단 ...간단 명료 요약...쁘라스 센스 까지 진짜 ...대단하세요 잘보고 이해가 쑥 됩니다..목해대 퐈이링.....축하공연 읍는교??/
역시 언론인이 글을 쓰니 펙트가 이렇게 명쾌히 와 닿네요.
귀에 쏙쏙.비교도 넘 쉽게 잘하셨구요
감사합니다
옴마야~~~
이거슨 소설한장면~~
역시 시벨롬님 천재였어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비교설명~
여윽시~~목포해양대로 보내길 잘했어요..ㅎㅎ
애쓰신 시벨롬님 멋짐폭발이어요~^^
역시....넘 멋지세요~^^
교명변경이 절실하네요
대댄한 영자님
어쩜 이리도 성까지 잘붙였는지
ㅋㅋ~ 따봉~^
울집에 있는 최부산이는 그렇게 바이올린과 태권도를 시켰더니 이제 자기인생은 자기가 앞가림하겠다고 최목포로 이름 바꾸고 새롭게 바뀌었네요~^^
지 좋아하는 농구와 컴퓨터게임 잘하고 이제 공부만 좀 더잘하면 되는~
새롭게 시작하는 최목포는 벌써 주위에서 멋쟁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근데 논설위원은 누구신가요?
목해대 멋집니다 ^^♥
어서오세요~ 업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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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해대에 대한 확증편향이 확고했는데 이글을 보니 목해대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