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과거 공무원 시절에는 비만 오면 비상이 걸려 비를 싫어했는데
요즘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비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번 비는 곡우(穀雨)로써 하늘에서 곡식이 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나는 가끔 자연인이란 프로를 봅니다.
사연들이야 많겠지만 대부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쳣난이.
잔(盞) 자바 권(勸)할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백호 임제가 황진이(黃眞伊) 무덤 앞에서 읊은 시조입니다.
그는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본관이 나주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하여 스승이 따로 없었고
어디에도 억매이지 않고 술과 여자 사이를 배회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임종하는 어머니의 부탁에 따라 글 공부를 하긴 하였으나
과거에 번번이 낙방하였습니다.
그러던 22세 되던 해에,
스승 남이흥을 만나면서 학문에 눈을 떴고
중용을 800번이나 읽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8세에 생진시에 합격하고
이듬 해 알성시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당파 싸움에 염증을 느끼고
결국 관직을 그만두고 전국을 유람하면서 술과 여자를 탐하면서
가는 곳마다 숱한 일화를 남겼습니다.
서도병마사로 임명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의 무덤에서
위 시조를 읊었다가 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파직 당합니다.
평양 최고의 기생 일지매(一枝梅)와의 로맨스.
기생 한우(寒雨)와 주고받은 시조 한우가.
그러나 그는 3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고 맙니다.
돌이켜보면
세속과 타협하지 못한 그가 안타깝습니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당파 싸움이 없는 저승 저자거리 황진이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면 시를 읊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술붕어도 오늘같이 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에는
빈대떡에 막걸리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