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김치를 담가 먹기로 하였다.
그동안은 어머니가 담가주신 김치를 얻어다 먹었다.
결혼을 해서도...
그러다가 이번에는 스스로 김치를 담가 보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시골집 마당에서 김치를 담가보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이를 공지하고 절인 배추(남원 운봉산)와 기본 양념(진안 부귀산)을 미리 주문한다.
토요일 오전에 볕 따뜻한 오후, 시골집으로 고고씽.
막상 김치를 담그자고 하면 아이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하며 기대한다.
김장이 힘들다고 하던데 아이들은 왜 좋아하는 걸까?
5인 가족 기준으로 김치통 3통을 목표로 절인 배추 10kg과 기본 양념 1봉지를 마당 평상에 펼치며 준비.
아내의 진두지휘로 큰 대야에 물을 가득 받고 절인 배추를 깨끗이 씻는다.
아이들은 면장갑에 고무장갑을 겹쳐 끼고 대야에 있는 배추를 여러 번 깨끗이 씻어 채반에 올린다.
채반에 올려놓은 배추에서 물이 빠지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기다려야 한다.
맛있는 김치를 먹으려면...
안에서 아내는 양념에 넣을 소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각자 도마와 칼을 들고 양념에 들어갈 소인 무, 파, 갓을 자른다.
크기도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괜찮다.
그렇게 다른 것들이 어우러지고 버무려져야 완성이 된다.
우리의 정성이 들어가면 된다.
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보다 더 열심이다.
아~ 김장도 공부지.
진짜 해야 할 공부지.
잠시 쉬었다가, 물기가 다 빠진 배추 등장.
드디어 장갑을 바꿔 끼고 배추에 양념을 묻힌다.
각자 배추를 부여잡고 양념을 쥐어 배춧잎 한 장 한 장 들쳐 양념을 바른다.
배춧잎 한 장 한 장 소중한 듯 양념을 조심스레 꼼꼼히 바른다.
그러기를 한창 초등학생 1학년 막내가 허리를 펴며 한마디 한다.
“아이구~ 허리야~”
그게 어찌나 우습던지 다들 웃는다.
그 조금 했다고 허리가 아프다니. ㅋㅋㅋ
우리가 먹는 김치 한 조각이 그 누군가의 허리 아픔(노고)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손과 얼굴에 양념을 묻어가며 배추는 김치로 탈바꿈한다.
옆에서 아내는 김치통을 가져와 우리의 겨우내 먹을 김치를 차곡차곡 담는다.
차곡차곡 담기는 김치가 마치 은행에 적금하는 것과 같다.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한지 모르겠다.
나는 아까 불에 올린 냄비에 수육을 삶는다.
예전부터 김장하는 날엔 수육이었다.
왜 꼭 수육일까?
우리 조상들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데 잘 모르겠다.
김장하는 날 수육을 먹으면 참 맛있다.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데로 아이들에게도 경험시킨다.
좋은 경험은 이렇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좋은 것들만 물려주리라.
수육이 야들야들하게 다 익고 김치통에 김치가 다 찰 무렵.
오늘 온종일 애쓴 장갑을 벗으며 고생한 우리를 자축한다.
“다들 너무너무 애썼다. 처음으로 담근 우리 김치 너무 맛있다.”
아이들도 이제야 직접 담근 김치를 입에 넣는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막내까지도 맛있다고 소리를 지른다.
여기에 고기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노동 후 먹는 맛있는 음식이 최고의 선물이다.
이런 게, 진정한 행복 아닐까?
김치통에 가득 담겨있는 김치를 보면서 난 행복했다.
오늘은 김치를 담근 게 아니라 행복을 담갔다.
매번 얻어먹기만 했던 김장김치, 이번에는 내가 부모님께 가져다드려야겠다.
우리가 담근 행복 김치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