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년도 농촌 유학 중학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학생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수업에 들어가니 학생들은 내년에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오너라 생각했는지 이것저것을 물어본다.
누가 와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아무래도 여학생들의 성별이 남학생들보다 적다 보니 여학생들이 왔으면 하는 눈치다.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의 영향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학생들은 남학생들이 훨씬 수가 많다.
그러다가 우연히 학생들이 좋은 의견을 주었다.
“멀리서 우리 학교를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학교 홍보 영상을 찍으면 어떨까요?”
“저희가 찍어서 예쁘게 만들어 볼게요.”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선생님들과 상의하여 바로 이를 수락하고, 아니지 실은 허락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이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허락은 무슨...
학생들이 하고 싶다는 것은 최대한 밀어주고 지원해 주려는 게 우리 학교의 교육관인데 허락한다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선생님들은 위험하거나 교육적으로 옳지 않은 경우를 제하고는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뭔가를 찾을 거라는 것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계획을 세우고 콘티를 짜고 역할을 분담하여 촬영 계획을 세운다.
7, 8교시 스포츠 시간을 이용하여 두 학생은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시작한다.
교무실에도 들어와 촬영하길래 나는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환영 인사를 해주었다.
퇴근 후 집에 있으니, 학생에게서 까똑이 울린다.
동영상 작업을 다 마쳤나 보다.
막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학교 홍보 영상 1탄이 전해졌다.
아래 링크는 그 영상이다.
https://youtu.be/Kg9XcV5rOfk?si=25eCGSmrNnQ2ncC8
영상을 보는데 감동이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촬영하고 편집했다는 영상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학생들이 안 한다고 하면 내가 찍으려고 했는데 내가 안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잘 만들었다.
내가 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났겠지.
다음날, 이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보낸 수진이를 만나 폭풍 칭찬을 했다.
“어머, 너 소질 있다.”
“이쪽으로 나가봐라.”
“영상 퀄리티 장난 아닌데?”
보면 알겠지만, 중1이 찍고 편집했다기에는 너무 잘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재 발견이다.
우연한 기회에 수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진이는 기분이 좋은가 싱글벙글이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수진이는 그래서 행복한가보다.
모든 선생님이 수진이를 볼 때마다 칭찬한다.
뒤이어 2탄을 또 만든다고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1탄에서 찍은 아쉬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시 찍어야겠단다.
난 그저 성냥불로 불씨 한번 지폈을 뿐인데 이제 그 불이 활활 타오른다.
이게 맞는 것 같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불씨 한번 지펴주는 거.
그게 교사가 해야할 일 아닐까?
수진이를 통해서 오늘도 난 참 많이 배운다.
학생에게서 교사가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