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21
류인혜
* 바티칸궁전 박물관
포로 로마노를 구경한 후 점심을 든든히 먹었다. 다시 돌아온 바티칸 입구의 기다리는 줄이 짧아졌다. 이곳도 우피치 미술관에서처럼 검색대를 통과한다. 처음부터 주눅이 들었지만, 몸집이 커서 당당해 보이는 우리들의 가이드 뒤를 따라서 드디어 ‘바티칸’ 작은 나라에 입국했다.
바티칸은 아비뇽에서 로마로 교황청이 다시 귀환한 이래 6세기 동안 260여 명의 교황이 재임한 곳이다. 네로 황제에 의해 순교한 베드로가 묻혔던 무덤 위에 콘스탄틴 대제가 지었던 본래의 성당은 오랜 전화 속에 없어져 버리고 15세기 말부터 200년이 걸려 베드로 성당이 완성되었다.
타원형으로 된 계단을 올라가서 이리저리 들어가니 솔방울 정원이 나왔다. 건물의 중앙에 커다란 솔방울의 조각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가 보았다. 솔방울 조각 양옆에는 공작새 두 마리가 꼬리를 내리고 있다.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앞으로 네모진 정원 중앙 잔디밭에는 둥그런 조각품이 놓여있다. 정원 한 편에는 세 가지의 그림판(왼편에서부터 IL GIUDIZIO UNIVERSALE THE LAST JUDGEMENT/ LA CAPPELLA SISTINA THE SISTINE CHAPEL/ LA VOLTA THE CEILING)을 세워놓은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 서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한 곳에 서서 앞으로 볼 그림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적고 있는데 둘러보니 솔방울 계단 끝에 있는 문이 있다. 일행이 눈치채지 않게 가만히 들어가 보니 기념품 가게이다. 둘러보니 필름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36매가 4.5유로(6,000원)다. 한국보다는 비쌌지만 하나 사서 얼른 넣었다.
중요한 사진을 찍지 못해 걱정이 많았던 필름이 구해져 든든하다. 기분이다며~, 모여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는 일행의 모습을 먼저 담았다. 설명 후에 자유시간을 주어 다시 가게로 들어가서 바티칸 방문 기념으로 16유로 50센트짜리 목걸이를 하나 샀다. 금색으로 장식하여 화려한 메달이다. 집으로 돌아와 유용하게 사용하게 된 애착 기념품이 되었다.
귀중한 유물이 많은 이곳에서도 무엇을 먼저 보았는지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어느 방에는 지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것과 비슷하다. 지명을 읽을 수 있는 것만 자세히 보았다. 통일되기 전의 이탈리아는 도시국가인 베네치아, 밀라노 공국, 피렌체 공국, 나폴리 공국 등이 각기 영주 밑에서 자생하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이탈리아 전역의 지도가 있는 그곳 이름은 ‘지도의 회랑’이라고 한다.
선생을 따라가는 초등학생들처럼 가이드 뒤를 따르니 팔각정원이 나온다. 중앙의 둥그런 연못에 여러 가지 풀이 어우러져 있고 군데군데 화분을 놓아두었다. 돌아가면서 벽면에 조각상을 배치해 놓았다. 술의 신 ‘박카스’를 그곳에서 본 듯도 하다. 아폴로는 따로 공간을 얻어 근사한 자세로 완벽한 나체의 몸매를 자랑하여 민망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양쪽 벽면에는 액자처럼 사각 부조가 걸려 있었다.
오른쪽 손에 항아리를 잡은 몸집이 좋은 남자가 비스듬히 앉아 있는 큰 조각상을 눈여겨보았다. 사진을 참고하여 찾아보았더니 하드리아 시대의 조각을 모방한 것으로 발견되었을 때는 머리, 오른쪽 팔, 왼손 등이 없었다. 미켈란젤로가 감독하여 추가로 조각해서 붙였다고 한다. 그 조각품의 이름이 ‘모세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이라는 조각을 보았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다. 다시 열심히 찾아보니 ‘티그리스강’이라고 붙어 있다. 남자의 조각상에 강 이름이 붙어 있어서 어리둥절해 그냥 제목을 모르는 것으로 했다.
많은 조각품이 전시되어 혼돈이 왔으나 ‘풍요의 여신’은 뚜렷이 기억에 남는다. 가슴에 젖같이 둥근 포도 조각이 많이 달려 있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이방 여신이다. 비슷한 모양의 조각품들이 많다. 유명한 작품을 모방한 다른 조각가들의 모조품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유물들이 방안 가득히 진열되어 있다.
어느 방에서는 벽에 드리워진 큰 카펫이 많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벽걸이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려놓고 일일이 짜나간 솜씨에 감탄한다. 우리는 무엇인지도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다니기만 했지만, 일반적으로 바티칸을 구경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 솔방울 정원→ 브라쵸 누오보→ 벨베데레의 정원→ 동물들의 방→ 뮤즈 여신들의 방→ 원형의 방→ 그리스 십자가의 방→ 2두 전차실→ 촛대들의 화랑→ 아라찌 천의 화랑→ 지도의 회랑→ 소비에스키 방→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 바티칸 박물관Museo di Vaticano
바티칸궁전에는 박물관, 미술관, 회화관, 도서관 등이 20여 개나 있다. 소장품들 또한 고대 그리스 미술을 비롯하여 저마다 미술적 가치가 높다. 이 작품들을 꼼꼼하게 돌아보려면 1주일은 걸린다고 한다. 입구에 소요 시간별로 코스를 구분해 두었다.
산 피에트로 사원에 인접해 있는 로마교황청의 중심적인 건물이다. 14세기에 프랑스의 아비뇽에서 교황청이 되돌아온 이래 교황의 거주지가 되었다. 안에는 로마 교황의 주거지와 1,400개가 넘는 예배당이 있다.
건축 면적은 5만5천 제곱미터.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래층에는 회화관을 비롯해서 피오클래멘티노 미술관, 이집트 박물관, 키아라몬티 박물관, 시스티나 예배당 등이 있다. 2층에는 에드루이리아 미술관, 지도 갤러리, 라파엘로의 복도 등이 있다.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이집트 시대부터 오늘날까지의 미술품, 문헌, 자료가 소장되었다.
라파엘로의 '라파엘로의 방',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등 르네상스의 걸작을 모아 놓은, 로마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