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4
사무엘하권 15장~20장까지!
(2사무 19,37)
이 종은 임금님을 모시고
요르단을 건너 몇 걸음만
더 가겠습니다.
묵상ㅡ
오늘 읽은 범위는 꽤나
긴데다 차독, 시므이,
치바, 요나탄, 세바,
므피보셋 등 등장인물이
많아서 대하 드라마
저리가라다.
내용이 너무 풍성해서
묵상 주제를 뭐로 할까
고민했는데 그 많은
장면 중에, 왜 나는
위 구절을 택했을까나.
길앗사람 바르질라이는
여든살의 노인이고
큰 부자다. 다윗 임금이
머무르는 동안 양식을
대주고, 다윗을 요르단
을 건너가게 해줄
양이었다. 그런데
다윗이 예루살렘으로
함께 올라가자며,
양식을 대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 한계를
잘 아는 바르질라이는
언감생심, 그런 상은
가당치않다고 거절한다.
그러면서 했던 말은,
"임금님을 모시고
요르단을 건너 몇
걸음만 더 가겠습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산티아고 길이
떠올랐다. 45일동안
걷다가 머물다가
하면서 가장 역동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길을
헤매거나 방향을
잃었을 때, 또는 난감한
처지에 놓일 때마다
나타나는 천사들의 역할이다.
산모기에 물려서 목뒤가
가렵더니, 얼굴과 손,
목까지 두드러기가 돋았다.
그 무서운 베드버그에
물렸을까봐 노심초사,
목을 긁으며 걷다가
산길에 차를 세우고
아이스박스에 음료와
과일을 채우고 판매하는
여인을 만난거다.
불거진 데를 보여주며
혹시 베드버그?라고
물어봤는데, 바로
물그릇을 들고
나오더니 땅바닥에서
흙을 파서 반죽처럼
물에 개더니만,
그걸 가려운 내목에
발라주면서 입으로,
스읍!하는 시늉을 했다.
남편이랑 유추해본
바로는, 진흙이 벌레
물린 곳의 열감을
빨아들여서 덜 가려울거라는
뉘앙스 같았다. 그런데 대박,
그날 남은 일정을 걷는 동안
가렵지 않았다. 신기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첫번째 천사에 이어
두번째 천사는 걷다가
잠시 쉬어갔던 바(BAR)
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여자 사장님이 긁어
부스럼된 내 손등에다
말없이 물약을 발라줬다.
이런 천사 봤냐고요!!
걷는 내내 손등의 약이
나의 마음까지 치유해
주었다.
어디 이뿐이랴.
지칠때마다 등장했던
천사들의 선행은,
순례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다.
그 천사들은,
다윗의 산티아고 길에
나타나 양식을 대주고
요르단을 건너 몇걸음
더 걸어준 노인,
바르질라이였던 거다.
나는 장녀로서
늘 누군가를 돌보고
위로하며 끝까지
동행해주는 역할에
중독되어 살았다.
가족뿐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거나 소외되고,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보면, 슬금슬금 마음이
앞서나가게 되고,
마침내는 그가 홀로
서기가 될때까지
옆에서 돕고 기도해
주었던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아프거나 지칠 땐,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혼자 앓곤 했다.
도움을 받는것보다
도움을 주는 것에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몸도 약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나의 습성을 바꾸고
경계를 세우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바르질라이의 몇걸음이
마음에 와 닿은 모양이다.
작은 발걸음,
내가 할수있을만큼만
호의를 베풀고 돕는것,
내겐 소화데레사 성녀의
작은길, 영적어린이의
길 영성으로 해석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책임지고
돌보고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내게는,
그냥 힘든 누군가가
내ㅈ집 앞을 지나가면
버스정류장까지
몇 걸음만 더 데려다
줘도 된다는 것,
그 다음부터는 또
바르질라이같은
조력자가 나타나서
천사역할을 해줄거니까.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고
14처를 오르실 때,
시몬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았다.
4처에서부터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졌다.
그렇다고 14처 끝까지
메고 간 것도 아니다.
주님이 허락하신 잠깐의
시간동안, 시몬은 기꺼이
십자가를 나눠지면서
예수님의 산티아고 길을
돕고 응원했던 거다.
바르질라이 어르신의
겸손한 자아인식을
통해, 과도한 오지랍은
절제하고 내 욕심과
욕망이 아닌 주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헌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배웠다.
그게 나에겐 몇걸음의
영성인 것이다.
주님, 거창하거나
특별하거나 남다른
것들을 추구하면서
놓친 작고 단순하고
간결한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시어,
너무 큰 사랑,
너무 위대한 일,
너무 거창한 희망을
위해 기다리기보다,
내가 할수있는
작은 것들을 지금 바로
실천하게 해주소서.
첫댓글 박지현님 묵상 글 감사합니다
묵상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