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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행위의 열기를 식힐 냉기일뿐이다."
셰익스피어의 현대성
일반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비극작품이라면 『햄릿(Hamlet)』, 『오셀로(Othello)』, 『리어 왕(King Lear)』, 『맥베스(Macbeth)』의 4대 비극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중 그 어느 것도 위대한 고전에 들지 않는 것이 없지만, 필자는 특히 『맥베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비교적 짧은 비극이지만 이 작품에 셰익스피어의 고전적 특성과 현대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세계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와 모든 세계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와 그 가치 그리고 셰익스피어적인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인 것이다.
중세 기독교 시대에 몰락했던 영국의 연극은 엘리자베스 시대1)에 와서 다시 크게 융성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혼란스런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력을 비축하여, 1588년 당시 유럽의 해상을 지배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쳐부숨으로써 제해권을 장악하는 등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다. 또한 유럽 대륙의 르네상스 기운이 유입되어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우게 됨으로써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로서 침체되어 있던 영국이 단연 일등 국가로 부상한 시기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같은 위대한 극작가가 태어나게 되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천재성뿐 아니라, 당시 영국 사회가 위대한 극작가를 배출할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사회적 토양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고전의 반열에 드는 이유는 '현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현대성이라 함은 현대적 사고방식, 즉 르네상스 이후의 사고방식을 일컫는다. 종래의 하느님 중심의 교권주의 사상에서 오는 인간성 말살과, 그로 인하여 암흑천지가 된 중세에서 탈피하여 인간 자신을 본위로 삼고 인간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휴머니즘(인본주의)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인간의 상상력을 강조한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당대의 영국이라는 시간과 공간, 즉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인간의 사고양식 내지 인간의 감수성과 정서에 세련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작중인물의 성격을 창조하는 힘이 가히 천재적이어서 그의 작품들은 왕에서부터 하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당시 연극 공연은 상류 계층과 평민들이 한 극장 안에서 같이 관람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곧 당시 영국의 연극은 소수의 특권층뿐만 아니라 사회 전 계층이 모두 참여하는 시민 사회적 엔터테인먼트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맥베스』
셰익스피어 연구가 브래들리(A. C. Bradley)3)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특별한 불행 내지 '격변(convulsion)'의 이야기"라고 정의한다. 주인공에게 '격변'을 일으키는 원인은 도덕적 '악(惡)'이라 단정할 수 있다. 악이 주인공의 의식질서를 파괴함으로써 일어나는 혼돈과 격동이 불행을 자아내는 '격변'이다. 그 격변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 주인공들의 투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내면적인 동시에 외면적인 투쟁이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은 맥베스 외에는 모두 선인(善人)이라 할 수 있다. 맥베스도 악행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그 본연의 인간성은 선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이렇게 선한 주인공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는 데 그 본질이 있다. 브래들리는 이와 같이 악인과 선인을 불문하고 비극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궁극적인 힘을 '도덕적 질서'라 규정하였다.
악의 성질은 오만, 탐욕, 시기, 분노 등 부정적·비생명적이며 파괴적인 반면에 선(善)은 관용, 사려분별, 정의, 자비 등의 속성을 가진다. 그런데 이와 같은 악의 속성을 가진 인간이 선한 사람을 억누르게 되면, 그때는 악인(惡人) 자신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선한 다른 사람도 파멸시키게 된다. 이렇듯 악인이 필연적으로 자멸하게 되는 것은 복수 또는 응징을 당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음모에 걸려서이다. 맥베스의 경우에도 겉보기에는 응징을 당한 것 같지만,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에 이미 내면적으로 수없이 많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응징의 칼을 받을 때는 오히려 구원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셰익스피어 비극들에서 선인이 악인과 관련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선한 인간이 어떤 성격적 결함 때문에 악의 유혹을 받아 악을 행하게 되는 경우인데, 맥베스와 오셀로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셀로는 질투와 분노, 맥베스는 야망과 탐욕이라는 악의 속성 때문에 악을 행하게 된다. 둘째는 햄릿, 오필리어(Ophelia), 데스데모나(Desdemona), 코딜리어(Cordelia) 등4)의 경우처럼 순정하고 순결하며 선한 성격을 가졌지만, 우연히 악인과 밀접한 관계에 처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불행에 휩쓸려 들어가며, 마치 종양의 곪은 부위를 도려낼 때 성한 살도 도려내지는 것과 같다.
[네이버 지식백과] 맥베스 [Macbeth] - 권력의 야망에 걸린 죄와 벌의 비극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비극 『맥베스』
르네상스 시기에 대륙으로부터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영국에 물밀 듯이 유입되는데, 그에 따라 새로운 어휘도 많이 수입되고 또 만들어진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시대의 연극은 말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시대적 경향 때문에 중세부터 있어온 선과 악의 개념 및 그 투쟁의 양상을 더욱 생생하게 전개시킬 수 있었는데, 『맥베스』는 당시의 영국인들이 공유했던 이런 경험을 바탕에 둔 것이라 하겠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에서 취재한 작품이다. 주인공 맥베스는 국왕 덩컨(Duncan)의 사촌으로 귀족이며, 반란군을 진압하는 등 많은 전투에서 공적을 쌓은 훌륭한 장군이다. 인간성이 풍부하지만 연약한 성격에다 강렬한 시적 감수성을 지닌 그는 어느 날, 장차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리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엉뚱한 야망을 품는다. 그의 아내 역시 그에게 왕이 되라고 부추긴다.
그는 덩컨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점점 많은 사람을 죽이는 폭군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맥베스 부부는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으로 공포와 불면의 나날을 보낸다. 마침내 부인은 몽유병의 발작으로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맥베스도 왕자 맬컴(Malcolm)과 함께 잉글랜드 지원군의 도움을 받아 쳐들어 온 맥더프(Macduff)의 칼을 맞고 죽는다. 권력의 욕망이 비극적 종말을 불러온 것이다. 이제 정당한 왕위계승자인 왕자 맬컴이 왕위에 오르고 스코틀랜드는 질서가 회복되어 안정을 되찾는 등 모든 비정상적인 것들이 바로 잡혀 제자리를 찾게 된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비교적 짧은 작품이며, 사건이 신속하게 집약적으로 전개되는 특성이 있다. 작품의 구성을 보면 부차적 사건(sub-plot)이 없고 플롯은 오로지 주인공 맥베스에게 집중되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주의는 맥베스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극은 주인공 한 사람에 대한 분석 이상의 그 무엇을 제공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셰익스피어가 오늘날의 클로즈업과 원거리 촬영에서 볼 수 있는 영화적 기법을 써서 주인공 맥베스의 행동에 폭넓은 시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맥베스의 왕위 찬탈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마녀들의 예언이 곧장 현실로 이루어지는 등 사건이 속도감 있게 집약적으로 전개되어 관객에게 강렬하고 즉각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비극의 구조는 3부로 되어 있다. 제1부는 극의 갈등을 일으킬 사건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제시부분(Exposition)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짧은 소동과 혼잡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화제에만 올라 관객을 긴장시킨다. 제2부는 갈등의 시초·전개·기복을 취급하는데 이것을 갈등부분(Conflict)이라 한다. 여기에서는 사건이 생장하고 절정(Climax)을 지나 전환점에 달한다. 제3부는 갈등의 결말이다. 여기에 이르면 흔히 전쟁이 벌어지고 사건이 자연스런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된다. 이것을 대단원(Catastrophe)이라 한다. 『맥베스』는 이러한 전형적인 셰익스피어 비극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맥베스 [Macbeth] - 권력의 야망에 걸린 죄와 벌의 비극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맥베스 /세익스피어 / 민음사
마녀 모두 :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탁한 대기, 안개 뚫고 날아가자. 14
더러운 마음을 감춘 맥베스는 고운 얼굴을 한 채 덩컨 왕을 만나고 결국 그를 시해하는 역적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뱅코도 마녀에게 똑같은 말을 들었지만 두 사람의 선택은 서로 달랐다. 맥베스가 어둠의 유혹을 받았을 때에도 악마들의 ‘진실’을 쉽게 믿지 말 것을 충고했다. 하지만 맥베스는 마녀들을 만나기 이전부터 그 안에 잠재해 있던 권력욕을 지우지는 못했다. 아무리 외적인 자극이 강하다 해도 내적인 호응이 없다면 그 자극은 아무런 결과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녀 1. 맥베스보다 작지만 더 크시다.
마녀 2. 운은 좀 덜 좋지만 더 좋으시다.
마녀 3 왕은 아닐지라도 왕을 낳을 분이시다. 22쪽
덩컨 : 크나큰 내 기쁨이 차올라 넘치면서 슬픔의 물방울 속으로 숨으려 하는구려.--왕자,친척, 영주들과 가까이 서 있는 여러분은 들으시오.
과인은 장자인 맬컴을 왕세자로 봉하고 지금부터 컴벌랜드 왕자라 부르겠소.
이 영예를 그가 독차지해선 아니 되고 공신들 모두에게 별처럼 고위직이 빛나게 할 것이오.- 자, 인버네스로 가서 과인과 장군의 결속을 더 다집시다.29
맥베스 : (방백) 컴벌랜드 왕자라!-- 내 길을 막았으니 이건 내가 걸려 넘어지든지 아니면 넘어야 할 계단이다. 별들이여 숨어라!
빛이여, 검고 깊은 내 욕망을 보지 마라.
눈은 손을 못 본 척하지만 끝났을 때
눈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30
맥베스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다. 검고 깊은 내 욕망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별들도 빛도 숨으라고 말을 한다. 부인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맥베스의 마음도 이미 권력에 대한 욕망이 넘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의 왕위는 원래 세습제가 아니었는데 덩컨은 이미 아들 맬컴에게 왕세자로 봉하고 컴벌랜드 왕자로 부르게 한다.
맥베스는 이 순간 꼭꼭 숨겨서 눌러놓은 자신의 탐욕을 드러낸다.
컴벌랜드 왕자 : 스코틀랜드의 왕위는 원래 세습제가 아니었다고 한다. 왕이 살아 있을 동안 후계자를 발표하면 그에게 컴벌랜드 왕자란 칭호를 부여하여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아든)
그 권력욕의 불은 맥베스의 부인에게서 더 불을 당기는 역할을 해준다. 뒤에서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의 힘은 가히 상상할 수 없었다. 피를 부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무서웠다. 햄릿이 여자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부분도 리얼하게 다가왔다. 같은 여자로서 섬짓하다.
1막5장 15에서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글래미스, 코도이고, 약속받은 것 또한 될 겁니다.---하지만 그 성품이 걱정돼요.
최고로 빠른 길을 택하기엔 너무나 인정미가 넘쳐요.
당신은 위대해지고 싶고 야심도 없지는 않지만 그에 따른 사악함이 없어요.
꼭 하고 싶은 것을 경건하게 바라지요.
속임수는 안 쓰지만 부정하게 얻고 싶죠.
위대한 글래미스
당신은 “날 갖고 싶으면 이렇게 해야만 돼.”
이렇게 외치고 있는 걸 갖고 싶고,
실행은 두렵지만 없었기를 바라지는 않을 일을 하고 싶죠.
어서 이리 오세요.
그래서 당신 귀에 내 혼을 불어넣고
운명과 초자연이 씌워줄 것 같은 금관에
당신의 접근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용맹스러운 내 혀로 꾸짖을 수 있도록.(p.31)
이렇게 나약한 맥베스를 부인은 부추기고 있었다.
역사의 모반은 언제나 남성들의 세계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맥베스는 안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맥베스 부인 : 보살펴 주어라.
굉장한 소식이다.(사자 퇴장) 까마귀도 목이 쉬어
내 흉벽 안으로 들 덩컨의 운명을 울부짖고 있구나.
자 너희 악령들아, 흉계 따라 나를 지금 탈성 시킨 다음에 최악의 잔인성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득히 채워다오!
내 피를 탁하게 만들어 동정심의 접근과 통로를 막아다오.
그래서 본성 중의 측은심이 날 찾아와 잔인한 내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것이 달성될 때까지 편하지 못하도록!
내 가슴의 담즙 젖을 빨아라, 살귀들아,
안 보이는 몸으로 어디에서 너희들이 자연의 악행을 시중들든! 오너라 짙은 밤아,
지옥의 가장 검은 연기로 네 몸을 휘감아 내 칼이 내는 상처 내 칼이 못 보도록,
하늘이 어둠의 장막 새로 엿보고 ‘멈춰라!’고 외치지 못하도록!(p.32-33)
맥베스 부인 : 오! 절대로 태양은 그 내일을 못 보리라!
영주님, 당신의 얼굴은 책과 같아 낯선 걸 읽을 수 있어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처럼 보이세요. 눈과 손과 혀로써 환영을 표하세요. 순진한 꽃 같지만 그 밑의 뱀이 되는 겁니다. 오시는 그분을 대접해 드려야죠. 그리고 당신은 오늘 밤의 큰일을 제 수완에 맡기세요. 이 일로 우리는 다가오는 모든 날에 종횡무진 지배권을 가지게 될 거예요.
맥베스 : 더 의논해 봅시다.
맥베스 부인 : 밝게만 보이세요,
안색을 바꾸는 건 겁을 내는 겁니다.
그 나머진 모두 내게 맡기세요.(모두 퇴장)(p.34)
맥베스 : 이 일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맙시다. 그는 최근 나에게 영예를 내렸고, 난 온갖 사람들의 금빛 찬사 받았는데 새롭게 반짝이는 지금이 입을 때라 빨리 벗고 싶진 않소.
맥베스 부인 : 당신이 입고 있던 그 희망은 취했어요? 그 후로 잠잤어요?
이제야 깨어나 자진해서 했던 일을 창백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부터 당신 사랑 그런 줄 알겠어요. 욕망만큼 행동력과 용맹심을 같이 가진 사람이 되는 게 두려워요? 금상첨화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가지고 싶지요?(p.38)
그런데 속담 속의 불쌍한 괭이처럼
“하고 싶어.” 그 말에 “감히 못해.” 대꾸하며
스스로 비겁자로 살 거예요?
속담의 ‘고양이가 생선을 먹고 싶으나 발을 적시기는 싫다.’
맥베스 부인 : 의지가 약하기는!
그 단검 이리줘요. 자는 사람 죽은 사람 그림 같을 뿐인데, 그림 속의 악마는 애들의 눈에나 무섭지요. 그가 피를 흘리면 시종들의 얼굴에 발라줄 거예요.(퇴장, 안에서 노크)
맥베스 : 어디서 두드리지?---
소리만 들으면 오싹하니 내가 왜 이럴까?
이 무슨 손이냐? 하! 손이 눈을 뽑는구나.
저 태양 모든 물로 내 손에서 이 피를
씻어낼 수 있을까? 아냐, 내 손이 오히려
광대무변 온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여 푸른 물을 다 붉게 하리라.(p.48)
맥베스 부인 다시 등장.
맥베스 부인 : 내 손도 당신 손 색깔이나, 심장은 그렇게 창피하게 창백하진 않아요. (노크)
남문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요.--자러가요.
적은 물로 우리는 무혐의가 될 테니
얼마나 쉬워요! 당신의 굳건한 마음이
당신을 버렸어요.(노크) --쉬! 또 두드리는구나.(p.48)
잠옷을 걸쳐요, 불려 나올 경우에 안 잔 것 같으면 안되니까,-- 초라하게
생각에만 빠져 있지 마세요.(p.49)
맥베스 : 내 앞으로 데려와라(시종 퇴장)
이런 삶은 안전하지 못하다면 헛것이다.
뱅코에 대한 내 두려움은
깊이 박혀 있으며 제왕 같은 그 성품엔 두려운 게 군림한다. 그는 실로 과감하다.
그리고 그 불굴의 기질에 덧붙여 용맹을 이끌어 안전하게 행동케 만드는 지혜 또한 가졌다.
이 몸이 두려운 존재는 오직 그 하나다. 그리고 내 수호신은
안토니의 수호신이 시저에게 당했듯이
그에게 질책을 당한다. 그는 처음 마녀들이(p.63)
나에게 왕 호칭을 썼을 때 그들을 꾸짖고
자기에게 말하라 명령했다. 그들은 곧 예언처럼 왕들의 시조로 그를 환영했는데
내 머리엔 자식 없는 왕관을 씌워놓고 내 손에는 볼모의 왕홀을 쥐여 주어 혈통 밖의
손에 의해 빼앗기게 만들었다.
내 아들이 계승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난 뱅코 후손 위해 내 마음을 더럽혔고 인자한 덩컨 왕을 그들 위해 죽였으며 오로지 그들을 위하여 평화의 그릇에 원한을 부었고, 공공의 적 악마에게 내 영원한 보물인 영혼을 내주었다.
그들을, 뱅코의 씨앗을 왕 만들기 위하여!
그럴 바엔, 자 운명아, 결전장에 들어와
나와 한번 끝까지 겨뤄보자! -- 누구냐? --(p.63)
맥베스는 아들이 없었다. 자신이 왕은 될 수 있지만 자식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공공의 적 악마에게 영원한 보물인 영혼을 내 주면서까지...왕이 되기 위해 맥베스는 너무 많은 피를 불러왔다. 결국엔 그 왕위자리를 뱅코의 아들에게 갈 것을 알면서도 평화의 그릇에 원한을 퍼부었으며, 인자하다고 생각했던 덩컨 왕을 죽였다.
맥베스 부인 : 됐어요. 폐하.
구겨진 모습을 매끈하게 펴시고
오늘 밤 손님들 사이에서 빛나세요.
맥베스 : 여보, 그렇게 하겠소. 당신도 그러시오.
뱅코 장군을 각별히 기억하고
눈과 혀 모두로 그를 높여주시오.
한동안은 불안하니 우리의 명예를 아첨의 냇물에 담그고
얼굴을 가면 삼아 우리의 본심을
감춰야 할 것이오.(p.70)
뱅코 : 아, 배신이다! 도망쳐라, 플리언스, 도망쳐!
복수할 수 있을 거야. --아, 비열한 놈.(죽는다. 플리언스는 도망친다.)(p.73)
이 극의 전환점
맥베스 : 피를 부를 거랍니다. 피는 피를 부를 거요.
돌들이 움직이고 나무가 말한 적이 있으며
까치와 갈까마귀, 당까마귀 등을 통한
점술과 예언으로 깊이 숨은 살인자를 밝혀낸 일도 있소. - 밤은 어찌되었소?
지금부터 맥베스 부부는 점점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들 주변은 차차 밝아온다.(p.81)
맥더프 : 스코틀랜드는 여전하오?
로스 : 아, 불쌍한 나라!
못 알아볼 지경이오. 어머니가아니라
무덤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그곳에선
무지한 자 말고는 어떤 것도 웃지 않고
탄식과 신음과 대기 찢는 비명을 토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으며, 격렬한 슬픔은 흔해 빠진 감정 같소. 조종을 듣고도
누구인지 안 물으며, 착한 사람 목숨이
모자 위의 꽃보다 더 빨리 시들어 병들기도 이전에 죽습니다.(p.108)->비참한 왕국
맬컴(덩컨왕의 아들) : 진정하오.
자, 우리 위대한 복수의 약을 지어
치명적인 이 비탄을 치료해 봅시다.
맥더프 : 그에겐 자식이 없어요. ---귀여운 것 모두를?
모두라 하였소? ---오, 지옥 솔개 같으니! -- 다?
아니, 귀여운 병아리와 암탉을 모두 다 일격에 낚아채?
맥베스가 만일 자기 자식이 있다면, 맥더프의 자식들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든)(p.111)
맬컴 : 폐하께로 갑시다. 우리 군은 준비됐고
작별만 남았소. 맥베스는 흔들어도 될 만큼 무르익은 상태이고, 하늘의 천사들도 무장을 갖추었소. 기운을 차리시오.
아침이 오지 않는 밤만이 긴 법이오.(p.112)
@맥베스 부인이 몽유병으로 힘들어하는 부분
맥베스 부인 : 저주받은 자국아, 없어져라! 제발 없어져!
아무도 우리의 권력을 시비할 수 없는데? - 그런데 그 늙은이 몸에 그렇게도 피가 많을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p.114)
아직도 여기에 피 냄새가 남았구나. 아라비아 향수를 다 뿌려도 이 작은 손 하나를 향기롭게 못하리라. 오! 오! 오!(p.115)
@맥베스 부인이 몽유병으로 죽음@
세이튼 : 폐하, 왕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맥베스 : 우리 모든 지난날은 바보들의 죽음 향한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p.125)
@맥더프와 맥베스의 싸움에서 맥더프에게 죽임을 당함.
맥더프 : 불사신아 절망해라.
네가 항상 섬겨왔던 수호신이 말할 거야,
맥더프는 때 이르게 제 어미의 자궁을 찢고 나왔노라고.(제왕절개로 태어남)
맥베스가 살해되고 퇴장하는 부분은 극장의 비유인데, 즉 인생이란 무대에서 사라지는 죽음을 뚯함.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 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더러운 건 고웁다”라는 마녀들의 궤변은 다시 한 번 그 힘을 발휘한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성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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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를 읽고,,
맥베스를 읽다보니 너무 권력욕에만 치중했던 것 같다.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을 건드린 맥베스.
권력을 쟁취하고도 아무 죄책감 없이 명예를 누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려말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을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국했던 역사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고려의 충신들은 모두가 이성계의 단 칼에 쓰러지고 개국의 당위성을 확고하게 다져 간 이성계라는 인물을 보면 그렇다. 그 사람도 맥베스처럼 자책감으로 괴로워했을까?
독재정권시절에 광주 5.18민중항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피를 흘렸던가.
그 주역은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있고 이 땅 하늘 아래 같이 호흡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사람은 양심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인물들과 비교하면 맥베스의 인간성은 오히려 고귀하기까지 하다.
그 부부는 결국엔 죄책감 때문에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니 말이다.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이며,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이 인생인 것을 우리는 뭔가 되지 못해서 안달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