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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특징
★ 동일 조상에서 분화되어 수일을 사는 생물과 수만 년을 사는 생물, 그 사이의 인간
《죽음의 죽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고정관념을 논하면서 시작한다. 바로 ‘생명이 유한한가’의 문제다. 우리는 모든 생명은 시작과 끝이 있고, 종마다 고유의 수명이 있다고 배웠다. 예를 들어 성충이 된 매미는 2~3주, 인간은 100년, 그린란드 상어는 약 400년처럼, 기간은 극단적으로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늙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진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 생물 본연의 특성이 아니라면 어떨까?
저자들은 수명이 극단적으로 길거나, 늙은 개체가 젊은 개체로 회춘하며 계속 살아가는 생물의 사례를 소개한다. 포시도니아 해초는 약 10만 년의 수령을 갖고 있으며, 히드라 중 일부 개체(홍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폴립 형태로 돌아가 다시 젊어지는 불멸의 생물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인간의 세포 중에서도 분열의 한계에 다다르면 죽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영원히 분열하는 불멸의 세포도 있다. 바로 생식세포와 암세포다. 그리고 수명이 엄청나게 짧은 생물이나, 수명이 엄청나게 긴 생물이나 그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면 결국 동일한 조상으로 수렴된다. 모든 생명의 공동 조상, 루카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다. 그러니 우리가 진화하면서 우연히 노화해서 죽을 운명에 처했지만,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화를 막고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가능한 기술과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노화를 저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최근의 노화 관련 책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노화를 어디까지 저지할 수 있는지 분석한다. 여기에는 불멸인 헬라세포의 발견부터 유전자 지도(게놈 분석)의 완성,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의 발견, 크리스퍼 기술의 개발 등 최신 기술은 물론, 유망기술로 꼽히는 나노기술이나 합성생물학 등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도 전망한다.
★ 유전자지도 완성으로부터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 발견에 이어지는 생명공학 혁명
“역마차의 2배나 되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기관차보다 더 터무니없는 전망이 있을까?”
- 〈계간 비평〉, 1825년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 기계는 불가능하다.” - 윌리엄 톰슨(물리학자), 1902년
“핵에너지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물리학자), 1932년
“세계의 컴퓨터 시장은 다섯 대 규모일 것이다.” - 토머스 왓슨(IBM 사장), 1943년
권위자들과 언론의 이런 발언은 가까운 미래에 세상을 바꿀 신기술을 전혀 믿지 못했던 사조가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음을 보여준다. 혁명적 신기술은 그것이 실제로 보편화되기 전에는 거센 비판과 조소에 직면한다.
노화 역전이나 불멸에 대한 외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수명의 극적인 연장은 생명과학 혁명이 가까워진 지금 이 시점에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주제다. 유전학 분야의 권위자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해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등 저명한 학자들이 《죽음의 죽음》을 그런 논의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책으로 추천한 것은, 이 책 안에 수명 연장의 과학적 가능성과 함께 미래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 과학 발전의 역사와 미래 전망, 수명연장의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살핀다
1장과 2장에 걸쳐 생물의 수명에 관한 논의와 함께 노화란 무엇인지 과학적 테두리 안에서 살펴본 저자들은 3장에서는 산업으로서 ‘노화’를 진단한다. 태동기에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지만 현재 세계 경제의 근간이 된 자동차, 비행기, 원자력 에너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산업을 예로 들며, 장수 산업 역시 지금은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역사상 가장 큰 산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명 연장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고령화 문제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인류가 더 빈곤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의 발달로 식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저자들은 두 번째 인구통계학적 위기인 고령화를 언급하며, 생산인구 비율의 축소로 인한 경제적 문제 등을 직시한다. 그리고 이 위기 또한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으로 예상 밖의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화를 저지하고 노화 관련 질병을 없앰으로써 비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정년 연장, 연금 개시 시기 변경 등으로 사회적 자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 사망률이 1%만 감소해도 5,0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한편 6장과 7장에서는 사람들이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이유를 파헤친다. 영원히 사는 것이 나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죽음’을 두려워해온 인류가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온 심리적 방어기제 때문이다. 저자들은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과 병원에서 손 씻기를 수용하기까지 오랜 배척의 역사를 살펴보고,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바꾸기까지 지속적인 캠페인과 운동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 죽음은 인류의 운명이 아니라 선택사항이 된다
21세기 초반인 지금, 과학의 발달은 생명연장의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유전자 지도의 완성과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무엇보다 세포의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와 이 텔로미어를 계속 연장해주는 효소 텔로머레이스의 발견은 세포가 자신의 분열 한계를 극복해 영원히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964년 한 강연에서 “모든 생물학에서 죽음의 필연성에 관한 단서가 없다”는 곳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생명공학의 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가 노화 관련 질병을 인정하기 시작한 지금, 저자들은 이 문제를 논할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