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9월 26일) 경북평생학습박람회 연극대회에 출전하다!’
그 동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영문고 친구들의 연극작품이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아침부터 연구소에서 리허설 부랴부랴 하고, 교감선생님께도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후 칠곡으로 향했네요.
조금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리허설을 못했는데, 문제는 공연장이 지붕만 있는 야외,(사전에 조사하기로는 실내라 했는디...ㅠ) 거기다가 환한 대낮이라 조명도 무용지물!
아이들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왔겠냐마는 급하게 입단속하고, 여차여차해서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음향을 맡느라 멀찍이 떨어져 보는데, 아이들 연기디테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갑자기 한 달 동안 찌지고 볶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괜스레 혼자 찡~했네요. 어쨌든 시간은 30분을 훌쩍 지나갔고, 객석 반응도 제법 괜찮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좋아 저 또한 흐뭇했습니다. 싸가지 없고 말도 참 안 듣는 놈들의 얼굴에 어린 왠지 모를 성취의 미소란.....
돌아오는 길에는 녀석들도 피곤했는지, 조잘거리다가 이내 뻗어버렸어요. 뒤풀이에서는 여섯 명이 불고기에 공기밥 16개를 비워버렸네요.(아~사진 속 무서운 식욕!!!)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긴장과 이완이 뒤섞인 공연으로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전문연극이 아닌 교육연극의 선상에 있다 보면 참 여러 생각이 듭니다.
쥐뿔도 모르는 연극이라는 나룻배를 타고 휘청휘청 강물을 건너는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참으로 부끄러워 마음 속 한 기슭에 얼룩진 자화상을 한참이나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말을 안 듣는 친구들과 만나면,
정말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제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여 저에게는 그들과 만나는 것이 참으로 참된 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튼 긴 하루가 지났네요.
아이들과 호흡을 같이해 준 영문고 선생님과 학부모님께도 감사드리구요.
영상을 카메라에 담아 준 윤동희 편집장에게도 인사를 전합니다.
어! 좀 전에 문자 하나 왔네요. 제일 제가 잔소리 많이 했던 녀석입니다.
“쌤다음대회도슬슬준비합시다오늘수고하셧습니다~”
‘그려~ 고고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