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유증으로 떠오른 층간소음
윗집은 실내화 착용·매트 설치… 아랫집은 직접 항의 피해야
매년 증가 추세… 전문가들 “제도정비와 이웃간 배려 필요”
신시가지 아파트에 사는 김 모씨는 이번 설 명절에 윗집과 얼굴을 붉힐 뻔 했다. 설을 맞아 윗집을 방문한 아이들의 소음에 밤낮 없이 시달렸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설 명절이라 겨우겨우 참고 넘어갔지만, 인내심의 한계를 넘나드는 소음 때문에 명절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일가친척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명절 때가 아니더라도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주거시설에는 각종 생활소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의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해운대 신시가지 지역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20여 년 전에 지은 탓에 건물 방음면에서도 취약점이 많은 실정이다.
정부가 정한 층간소음의 측정 기준을 보면 1분 평균 층간소음이 주간 40데시벨(dB), 야간 35㏈을 초과시 소음으로 인한 피해 배상대상에 해당된다. 또한 층간소음 최고치가 주간 55㏈, 야간 50㏈을 넘으면 1분 평균소음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배상대상이다. 기준을 어길 경우 1인당 최대 114만 9200원을 소음발생자인 윗집이 소음피해자인 아랫집에 배상해야 한다. (소리의 세기는 데시벨(dB)로 나타낸다. 정상적인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인 0dB을 기준으로 10dB씩 증가하는 경우 소리의 세기는 10배씩 강해진다.)
배상액은 층간소음 정도와 피해 기간에 따라 늘어난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이 기준을 5㏈을 초과하면 피해 기간에 따라 1인당 6개월 이내이면 52만 원, 1년 이내면 66만 3천원, 2년 이내면 79만 3천원, 3년 이내면 88만 4천원을 배상해야 한다. 특히 최고소음과 평균소음이 모두 기준을 넘을 때는 추가로 최대 30%까지 배상액이 가산돼 최대 114만 9200원까지 배상해야 한다. 층간소음 피해자가 1세 미만의 유아나 수험생, 환자일 경우에는 최대 20%까지 가산된다.
한국환경공단이 발간한 ‘층간소음 상담 매뉴얼 및 민원사례집’에 따르면 아이 뛰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은 40㏈, 어른이 뛰는 소리는 55㏈, 망치질 소리가 59dB이다. 특히 아이가 뛰는 소리 등 발걸음 소리로 인한 층간소음 민원이 전체 층간소음 민원의 72%를 차지한다.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아래층이 위층에 무작정 찾아가기보다는 관리사무실이나 경비실을 통한 제3자의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직접 이웃과 대면하게 될 경우 서로 간에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대화가 힘들고, 감정이 고조되면 심한 말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도 발생할 수도 있다. 층간소음이 배상이나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에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 관리사무소 이외의 국공립 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에 문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점은 층간소음을 자제하기 위한 배려다. 위층의 바닥은 아래층의 천장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인테리어 공사 같은 지속적인 소음을 발생시키는 일이 생길 경우 미리 다른 입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른 아침이나 저녁, 주말은 피하는 것이 예의이다. 아래층에서도 층간소음 자제 요청에 부응해 위층에서 층간소음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아량이 필요하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각박한 현대 사회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내 집’이란 생각 이전에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집’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윤승혁 /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