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18)
18. 순후한 인심을 확인하며 다시 구례구로(선평삼거리 – 구례구역 32km)
8월 24일(월), 맑고 더운 날씨다. 아침 6시에 숙소를 나서니 관리인이 따뜻하게 구운 토스트를 한 조각씩 나누어준다. 6시 반, 숙소 앞 식당에서 조반을 들고 일어서니 여주인이 일행 숫자만큼 팩에 담은 음료를 건네며 가실 때 드시라고 친절을 베푼다. 아침부터 상쾌한 기분.

순천에서 이른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 7시에 선평삼거리를 출발하여 전날 걸었던 코스를 되짚어 올라간다. 이미 걸어 익숙한 길, 그래도 시간과 방향이 다르니 풍광의 느낌도 다르다. 더러는 전날 살피지 못했던 지명이나 자료가 눈에 띠기도. 산자락에 새벽 안개 드리우고 시냇물 콸콸 흐르는 천변길이 생동감 넘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여라.
한 시간 반 걸어 학구마을에 이르니 마주치는 동네 분들이 마스크 착용을 강조한다. 코로나 대응에 철저함이 믿음직하다. 전날 점심장소까지 열심히 걸어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송치재 오르막길에 들어섰다. 40여분 씩씩하게 걸으니 정상에 이른다. 잠시 숨을 고르고 긴 내리막길 걷기 나선다. 햇볕이 따가운데 마땅히 쉴 곳이 없어 황전면사무소까지 내쳐 걸으니 12시 반, 점심시간이다.
점심장소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이 일행을 맞는다. 한국체육진흥회의 자문위원인 허유인 순천시 의회의장이 전날 저녁 숙소로 예방할 의사를 피력하였으나 코로나 대응에 신경이 곤두선 지역상황을 감안하여 정중히 만류하였다. 이것이 마음에 걸렸음일까, 순천 시내를 벗어난 외곽에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내방하여 간단히 인사말을 전하고 점심을 대접한다.

짐심장소에서 인사하는 허유인 순천시의회 의장
오후 1시 반에 황전면소재지를 출발하니 식당 바로 옆에 이순신백의종군 깃발이 휘날리고 괴목백의종군길을 새긴 나무판도 눈에 띤다. 전날은 미처 살피지 못한 자료들, 면사무소 앞의 풀섶 길 100여 미터를 백의종군꽃길로 가꾸기도. 마침 괴목 장날, 이래저래 전날과는 다른 되돌이 길이 흥겹다.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살피듯.
황전면소재지에서 구례구역까지 13km, 뜨거운 뙤약볕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조절하여 3km쯤 걷고 휴식을 취한다. 첫 번째 휴식은 전날 꿀 호떡 들었던 발산마을 연화정, 오후 2시 지나 쉬는 동안 빠삐코 아이스크림으로 열을 식혔다.
발산마을에서 외구마을까지 3km 남짓, 철걸 지나고 모퉁이 돌아 한 동안 이어지는 농촌 풍광이 고즈넉하다. 외구마을 당산나무에 이르니 주민 서너 명이 휴식 중, 일행을 반기며 귀한 식품을 내놓는다. 브라질 원산의 백향이라는데 처음 맛보는 과일이다. 백 가지 향기가 나는 명품으로 재배자는 외구마을 주민 김종행 씨, 서울의 유명호텔과 납품계약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을 기대한다며 밝은 표정이다. 뜻밖에 귀한 식품을 맛보게 되어 감사, 아침부터 오후까지 순박한 인심을 체험하는 좋은 발걸음이어라.

백향을 맛보인 외구마을 주민들과 함께
외구마을 출발하니 오후 3시 15분, 전날 걸은 만락정 지나 선변교 거쳐 구레구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가깝다. 전날보다 한 시간 빠른 행보, 도중에 스탬프 생략하고 지형지물 살피는 시간이 줄어서일까. 구례구와 선평삼거리를 오가는 단조로운 코스를 불볕더위 이기며 무사히 왕복하여 다행이다. 숙소와 식당은 이틀전과 같은 곳, 저녁 식사 후 강바람이 감미롭다. 섬진강 풍광 살피며 편안한 밤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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