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과 영석님의 팜플렛에 대해 의논했다. 팜플렛에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여 넣었는데, 영석님의 실제 사진을 넣는 게 더 와닿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고 싶은 일에 선물 포장한 사진, 커피 포장한 사진 등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이전에 만든 팜플렛과 유사하게 잘하는 일을 3가지로 써서 구성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영석님, 팀장님이 상담실로 들어오셨고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간단히 대화 나눈 후 팀장님은 볼 일을 보러 가셨다.
“영석님, 어제 구직 지도 못 그린 거랑 카페 팜플렛 조금 수정해야 하는데 어떤 걸 먼저 하고 싶으세요?” 은지
“네. 좋아요.” 영석
“공장 갔던 거 적는 거랑 팜플렛 만드는 것 중에 뭐 먼저 하실래요?” 세빈
“음… 적는 거?” 영석
“네. 그럼 지도에 동그라미 치는 거랑 공장 갔던 곳 적는 거 먼저 할게요. 괜찮아요?” 은지
“네.” 영석
영석님은 어제 만들었던 팜플렛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팜플렛의 뒷장에는 어제 영석님이 무엇인가 설명하면서 적은 글자들과 그림이 빼곡히 차있었다.
“팜플렛 먼저 만들까요?” 세빈
“네. 좋아요.” 영석
“영석님, 우리가 생각해봤는데, 이 팜플렛에는 영석님이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요. 사진이 조금 많아서 복잡해보이기도 하고요, 이것보다는 영석님이 할 수 있는 사진들을 넣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은지
“영석님, 제가 커피 컵과 홀더를 팀장님 통해서 받았는데, 이걸로 컵 포장하는 사진을 찍는 거 어떨까요?” 세빈
“좋아요.” 영석
영석님은 우리가 하는 대화에 집중하는 것 같진 않았다. 대신에, 팜플렛으로 휴대폰을 포장하려고 노력하였다. 휴대폰 케이스와 연결된 목걸이가 포장하는 것에 방해가 되어 분리하기도 하였다. 휴대폰을 포장하기에는 팜플렛이 찢어진 곳도 있었고 많이 구겨지기도 하였다. 크기가 작기도 작아 새로운 종이 여러 개로 포장하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A4 용지 두세 장을 가져왔고 포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팜플렛에 담으려 하였다.
“영석님, 이 종이로 이렇게 포장하는 건 어때요? 그리고 핸드폰 케이스를 빼면 더 잘 접힐 거 같아요.” 세빈
“네. 그거 저 주세요.” 영석
“휴대폰을 세로로 두면 포장하기가 어려울텐데요? 가로로 두면 더 좋겠어요.” 세빈
영석님은 핸드폰을 종이로 포장하고 핸드폰 케이스와 시계, 핸드폰 목걸이줄도 포장하려 하였다.
“영석님, 이제 이거 할까요? 컵 홀더 끼우는 거랑 뚜껑 닫는 거요. 아 이렇게 하면 좋겠다. 여기는 이제 깨끗하게 치울까요? 사진에 깔끔하게 담기게요. 의자랑 가방도 치우는 거 어때요?” 세빈
“좋아요.” 영석
영석님은 물이 담긴 일회용 테이크아웃 잔을 받았다. 능숙하게 컵홀더를 끼우고 뚜껑을 닫는다.
“우와~ 영석님! 잘하는데요? 이런 일 해본 적 있어요?” 은지
“이거 교회 바자회에서 했어요. 교회에서.”
“아~ 진짜요. 잘하신다~” 은지
영석님의 어깨가 으쓱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영석님의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
영석님은 아까 하던 휴대폰 포장하던 것을 마저 하고 테이프를 꼼꼼히 붙인다.
“영석님, 그 테이프 왜 붙이는 거예요?” 은지
“포장, 잘 붙이려고.” 영석
“나는 이거 하고. 어, 이거 봉투 접는 거 어떻게 하지?” 영석
“봉투 접는 거요? 이렇게요.” 은지
은지님은 가로 양 끝을 두 번 접고 세로 양 끝을 두 번 접어 편지봉투 모양을 만들었다.
“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했어요, 방금?” 영석
“양 옆에 두 번 접고 위 아래로 두 번 접었어요. 이렇게요. 그런데 왜 접는 거예요?” 은지
“봉투 사야지. 이거 넣어야 하니까.” 영석
“아~ 팜플렛 봉투에 넣으려고요?” 세빈
나는 노트북으로 카페용 팜플렛 구성을 단순화하였다. 영석님은 자기 일에 집중하여 내가 팜플렛 수정하는 것을 눈치 못 채는 것도 같았다.
“세빈님이 팜플렛 수정하고 있는데, 영석님이 직접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은지
“아까 찍은 거 사진 보내서 하니까. 잘하잖아요.” 영석
영석님은 봉투 포장과 테이프 붙이기에 한창 집중하였다. 한번 집중하면 눈을 떼지 못하고 하는 일을 끝까지 하는 것이 영석님의 강점이라 느꼈다. 하지만 어제는 그렇게 집중하고 열심히 만들려 했던 팜플렛에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얼마 걸리지 않아 팜플렛을 완성하였다. 완성된 팜플렛을 영석님에게 보여드렸다.
“팜플렛 만들었는데 어때요? 영석님이 더 수정할래요?” 세빈
“잘 만들었네요. 좋아요.” 영석
“영석님이 직접 팜플렛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은지
“네. 잘 만들었어요. 좋아요. 다 됐다! 종이봉투 포장 끝~” 영석
영석님과 함께 팜플렛을 잘 만들려던 논의와 생각이 수포로 돌아갔다. 어쩌면 내가 영석님과 함께 팜플렛을 만들려 하지 않은 게 실수는 아닐까 생각하였다.
사회사업 주안점
사회사업 주안점은 복지를 이루는 데 사회사업이 중점을 두어 살피는 점 또는 사회사업의 중심이 되는 목표점입니다. 그 핵심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생태, 강점, 관계입니다. ··· 사회사업은 되도록 당사자 쪽 강점으로써 복지를 이루게 돕습니다.
2) 사회사업가 쪽 강점
사회사업가와 기관의 지식 기술 자원, ··· 사회사업가 쪽 강점으로써 복지를 이루어 주면,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을 해치기 쉽습니다. 복지 바탕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 이러므로 사회사업가 쪽 강점은 신중히 임시로 최소한으로 활용합니다.
[복지요결 p.60-62]
일지를 쓰면서 내가 했던 실수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 영석님의 높은 집중력이 팜플렛 만드는 것에서도 발휘되었다면 좋았겠다 생각하였다. 영석님과 함께하는 나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사회사업답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07.20. 목요일 정세빈
첫댓글 당사자는 할 기미가 안 보이고, 나 혼자하면 더 쉽고, 빨리할 수 있고, 훨씬 깔끔하고..
알죠.. 그런줄도 다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복지요결에서 찾아냈네요.
그렇게 도우려면 마음에 새기고 항상 염두해 두고 있어야 행동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한가지를 또 배운 세빈학생 응원합니다!
당사자를 돕다보면 사회사업가가 가장 쉽게 멈할 수 있는 오류죠.~
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인 노릇하거나 주인되게 돕는 학생분의 마음의 느껴집니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또한 배우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삶인데,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할 텐데, 자꾸 간섭을 하게 됩니다. "이러므로 사회사업가 쪽 강점은 신중히 임시로 최소한으로 활용합니다."라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사람이 라서, 사람이니까 그렇겠죠. 어제는 이게 관심있었는데 오늘은 이게하고싶네?! 저를 돌아봤을때 저도 마찬가지일 경우가 많아요. 신영석 씨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다만 신영석 씨를 도와야하고 시간이 촉박하니 기다림이 초조함으로 다가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 모두가 잘 돕고자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진거니까요.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