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영 | 2018-03-27 00:26:30, 조회 : 353, 추천 : 37 | |
지난주 올라오는 길에 만봉선배님이 배추흰나비길을 제안하셨습니다. 일요일 오전 8시. 포돌이광장에 모인 분은 기웅선배님, 정호선배님, 함께 온 성수씨, 저 그리고 오후 경조사참석으로 어프로치를 함께 해주신 만봉선배님입니다. 정호선배님이 캠 안가져왔다고 선언하십니다. “니가 하다 떨어지면 내가 갈게.”하시는데 따라 웃어도 웃는게 아닙니다. 개념도의 난이도는 의미가 없다고..배추흰나비길 어렵다는 얘길 들었습니다ㅠ 올해 첫 멀티등반. 어프로치도 쉬엄쉬엄 천천히 적응하기로 합니다. 느즈막히 순학선배님과 재용선배님도 쉼터에서 합류합니다. 만월암 올라 배추흰나비길 앞 공터 도착. 바위를 하면서 ‘여긴 쉬우니까 의미없다’는 말은 제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저에게 바위는 ‘어려운 길’과 ‘무지무지 어려운 길’ 두가지 뿐입니다. 의미없다는 1p부터 하기로 합니다. 좌측크랙에 캠을 치고 또 칩니다. 오랫만에 캠을 쳐보니 참 든든하니 좋습니다. 헤헤^^ 2p 우회하여 하강지점으로 이동. 10미터정도 하강. 먼저 건너간 순학선배님이 반대편 바위에서 줄당겨주십니다. 3p 3층 크랙이 세덩이 있습니다. 잡고 당기고, 얍얍 올라갑니다. 마지막 크랙에선 오른발 올려서 째밍을 비트는데 쥐가 납니다. 암장이나 얼음에선 안해본 낯선 동작.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4p에 올라가니 먼저 온 팀 세분이 있습니다. 캠도 안쳐진다는 나팔크랙에 앞팀 선등자가 시원하게 추락을 하고 있습니다. 추락하고 간신히 올라가서 또 내려오고...처절한 등반입니다. 음...대기하면서 지켜보다 보니 무서워집니다. 자신만만하게 끝까지 가고자 했던 용기가 사라집니다. 나약한 마음이 선등을 하기 싫은 100만가지 이유를 만들어 냅니다. 정호선배님께 S.O.S. 캠을 드립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이겼습니다ㅠ 정호선배님은 앞팀에서 1시간도 더 걸린 길을 두어번 몸째밍하더니 넘어갑니다. 캠도 안치고, 식은 죽 먹는 시간도 채 안걸리게.. 세컨으로 올라 몸째밍을 이리저리 껴보다가 왼쪽 칸테잡고 레이백으로 오릅니다. 무섭고 너무나 힘듭니다. 이 자세로 선등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안옵니다. 후등하면서 길을 배우겠다고 했는데, 점점 자신만 더 없어집니다. 짧은 5p 오르고, 6p 짭짤하다고 얘기들은 슬랩 45m. 정호선배님은 사뿐사뿐 휘리릭 올라갑니다. 이도저도 다 못하지만 슬랩을 가장 못하는 저는 손에 잡히는게 없으니 등반이 안됩니다. 첫 슬랩이라 예상은 했지만 심각합니다. 앞자도 있는데.. 등반시작도 늦고, 앞팀 때문에 정체됐고, 등반자가 6명이니 해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호선배님이 “정영아, 대충 빨리 올라와라!”하십니다. “네에~”하고 바로 볼트따기로 슬랩을 올라갑니다. 이런 된장! 이걸 등반이라고 하고 있남...자괴감이 마구마구 몰려옵니다. 6p마치고 좌측 하강포인트에서 자일 깔고 60자 한번으로 내려옵니다. 내려와서 종일 싸들고 다닌 행동식과 커피를 마십니다. 하산하는데 다리가 후달후달. 오늘은 첫 멀티를 하고 힘 썼으니 오리탕을 먹기로 합니다. 따뜻하고 기름진 음식을 어마어마하게 먹고 돌아옵니다.
고마운 오리한테 받은 기운을 다음에 써야 미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섭고 힘들어도, 달리 방도가 없으니..다시 분발할 것!! 나에게 주문합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 함께 한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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