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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라마를 찔러 죽여 연인의 환심을 사려고하다 그 사환은 술 항아리를 들고 술을 주전자에 따르고 있었는데 두 손이 벌벌 떨려서 땅바닥과 탁자 위에 술을 마구 흘리고 있었다. 위소보는 한 덩어리의 은을 그에게 주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이 돈은 내가 먹은 음식값이니 거스름돈은 당신이 다 가져도 좋소. 내가 그대를 대신해서 술을 따르겠소.] 그는 술 항아리를 받아 들었다. 그 사환은 비로소 마음이 진정되는지 웃음을 지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저 라마들은 지극히 흉악하오. 당신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살펴 보고 오시오.] 그 사환은 대답하고 주방 입구로 가서 객당 쪽을 살펴보았다. 위소보는 그 사환이 안 보는 틈에 품속의 몽한약을 꺼내서 모조리 주전자 안에 쏟아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힘껏 흔들었다. 그 사환은 잠시 후에 다가오며 말했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있을 뿐, 별 짓을 하지는 않고 있소.] 위소보는 주전자를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빨리 가져다 주시오.] 그 사환은 언신 고맙다고 하고는 주전자를 들고 나갔다. 라마들은 술주전자를 빼앗아 잔에 따라 마시더니 호통을 쳤다. [술이 모자라다. 냉큼 더 가져 오너라!] 위소보는 일곱 명의 라마들이 약을 탄 술을 마시는 것을 보자 속으로 기뻐했다. (흉악한 라마들이 무공만 고강했지 강호의 술수를 모르는구나. 정말 웃 기는군.) 사실 그들은 백의 여승을 경계하며 그녀의 동정을 살피느라고 술에 신 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들은 입으로는 술을 마시고 있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술을 마시면서 도 전혀 그 맛을 모를 정도였다. 다섯 명의 사형제들이 참혹한 죽음을 당한 광경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줄곧 두려움이 치솟았던 것이 다. 만약 반점에서 백의 여승이 서쪽 자리에 편안히 앉아 있지 않았더 라면 대량의 몽한약을 섞은 이 한 주전자의 술을 마시게 되었을 때 알 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한 명의 뚱뚱한 라마는 호색한이었다. 아가의 용모가 뛰어난 것을 보고 이미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수작을 걸어 보려고 하던 참이었다. 다만 백의 여승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꺼려 섣불리 무례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반 그릇의 술이 뱃속에 흘러들어가자 이미 참을성 이 없어지게 되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약기운이 퍼지게 됨에 따라 머릿속이 그만 띵해지면서 흐릿해져서 아무것도 돌보지 않게 되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이 어린 소저, 시집갈 곳은 정했소?] 그러면서 큰 손을 내밀어 아가의 얼굴을 한 번 만졌다. 아가는 깜짝 놀라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당신은, 당신은...] 그녀는 칼을 휘둘러 그를 찌르려 했다. 그 라마가 손을 뻗쳐 그녀의 손 목을 움켜잡고 비틀자 아가의 손에 들린 강철 칼이 땅에 떨어졌다. 그 라마는 껄껄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아가는 소리 높이 날카롭게 부르짖으며 죽어라 하고 발버둥쳤으나 그 라마의 거칠고 커다란 팔은 마치 커다란 무쇠로 만들어진 테처럼 바짝 그녀를 조이고 있으니 그녀가 발버둥친다고 어찌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백의 여승은 본래 태연자약하니 침착함을 잃지 않았으나 이렇게 되자 얼굴빚이 변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고약한 라마들이 만약 손을 써서 나를 죽인다면 상관이 없지만, 이 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내 즉시 죽는다 하더라 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그때 정극상이 두 손으로 탁자를 짚고 몸을 일으키며 부르짖었다. [당신은, 당신은..] 그러자 그 뚱뚱하고 큰 라마가 왼손 주먹을 뻗쳐 내더니 퍽, 하는 소리 와 함께 정극상을 땅바닥에 쓰러뜨려 잇따라 두 번 나뒹굴게 만들었다. 위소보는 사랑하는 사람이 모욕을 받게 되자 매우 초조해졌다. (어째서 몽한약이 아직도 퍼지지 않을까? 설마하니 저 못난 라마에게 야릇한 무공이 있어서 몽한약이 먹히지 않는단 말인가?) 그 라마가 입을 가져다가 아가의 얼굴에 갖다대고는 마구 냄새를 맡고 입맞춤하려는 것을 보자 위험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위소보 는 소매 속의 비수를 감춘 채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가가서 입을 열었 다. [대화상, 뭐하는 것이오?] 그는 오른손으로 라마의 왼쪽 등을 건드리면서 손목을 휙 뒤집어 비수 를 소맷자락 속에서 뻗쳐내어 그 라마의 심장에 꽂고는 웃으며 다시 말 했다. [대화상, 당신은 지금 무슨 장난을 치는 것이오?] 그는 급히 왼쪽으로 물러서서 그가 반격할 것에 방비했다. 비수는 예리하기 이를 데 없어서 살을 파고들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정확히 심장을 겨누었던 터라 그 라마의 심장은 즉시 멈추었 다. 그 라마는 그대로 뻣뻣해져서는 움직이지 않았으나 두 손은 여전히 아 가를 안고 놓지 않았다. 아가는 그가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놀라서 그저 날카로운 소리로 크게 부르짖고 있었다. 위소보는 그 앞으로 다가가 그 라마의 팔을 들어내고 가슴팍을 슬쩍 밀 치며 나직이 말했다. [아가, 빨리 나를 따라오시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붙잡고 한 손으로는 백의 여승을 부축해서 는 객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나머지 라마들은 깜짝 놀라서 다투어 달려들었다.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꼼짝 마라! 우리 사부님의 신공은 기묘하여 이 라마가 무례한 행동을 하자 즉시 그를 죽게 만든 것이오. 그 누가 한 걸음이라도 다가서면 하 나같이 즉시 죽음을 당할 것이오.] 라마들이 어리둥절해져 있을 때 쿵, 하는 소리와 더불어 두 사람이 땅 바닥에 쓰러지고 잠시 후 다시 두 사람이 쓰러졌다. 상결은 내공이 심후하여 몽한약으로도 그의 정신을 흐리게 하여 쓰러뜨 릴 수는 없었지만 상결은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느낌과 더불어 어지러 워지면서 몸이 휘청거리고 밟고 있는 바닥이 둥실둥실 떠가는 듯한 느 낌을 받았다. 그는 백의 여승이 정말 이상한 법술이 있어 그러는 줄 알 고 속으로 당황하였으며 정신마저 흐릿해져서는 몽한약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아가는 부르짖었다. [정 공자, 빨리 우리들을 따라 떠나요!] 정극상은 대답을 하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서둘러서 바깥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백의 여숭을 부축하여 그 가게를 나섰다. 상결은 두 걸음 쫓아오는 듯했으나 몸을 흔들더니 탁자 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우지직,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대뜸 탁자가 부숴져 버리고 말 았다. 위소보는 차부가 이미 어디로 도망쳤는지 보이지 않는지라 기다 리고 있을 수 없어 백의 여승을 부축하고 수레 위로 올랐다. 혹시나 상결 등의 라마가 쫓아나오게 될까봐 아가와 정극상이 모두 수 레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그 자신은 즉시 차부의 자리에 올라 앉아서는 채찍을 들어 수레를 몰았다. 단숨에 십여 리를 달려가자 지친 듯 노새의 발걸음은 자연 늦추어지게 되었다. 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가운데 여러 필의 말들이 뒤 쫓아왔다. 정극상은 말했다. [아! 애석하게도 말을 타지 못했군.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의 준마 는 좀더 신속하게 달려갈 수 있을 것이고 고약한 라마들이 반드시 쫓아 올 수 없을 텐데.] 위소보는 그 말을 받았다. [사태께서 어떻게 말을 타신단 말이오? 나는 그대보고 수레 위로 올라 와 달라고 하지 않았소.] 그는 입으로 호통을 내지르면서 채찍질을 해서는 계속 노새를 몰았다. 정극상은 자기가 실언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왕부의 공자였고 습 관처럼 언제나 남들에게서 떠받듬을 받아온 지라, 핀잔의 말을 듣자 대 뜸 얼굴에 분노한 빚을 띠었다. 말발굽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위소보는 말했다. [사태, 우리들은 수레에서 내려 잠시 피하도록 하지요.] 그는 사방을 살폈으나 집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그 오른편 밭에 몇 무더기의 커다란 보리 짚단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말했다. [자, 우리들은 저 보리 짚단 안으로 가서 숨도록 하지요.] 그는 노새를 세웠다. 정극상은 노해 부르짖었다. [짚단 속에 몸을 숨기다니 만일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우리 연평왕부의 위풍을 땅에 떨어뜨리는 꼴이 될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맞았소. 우리 세 사람은 짚더미 안으로 몸을 숨길 터이니 공자는 계속 수레를 급히 몰아 추격해 오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도록 하시 오.] 그는 백의 여승을 부축하며 수레에서 내렸다. 아가는 일시 어찌 할 바 를 몰랐다. 백의 여승은 말했다. [아가야, 빨리 오너라.] 아가는 정극상에게 손짓을 하고 말했다. [그대 역시 숨도록 해요.] 정극상은 세 사람이 보리 짚단 안으로 숨어 버리자 잠시 망설이더니 곧 이어 짚더미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위소보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재빨리 짚더미에서 기어나와 수레 안으로 다시 들어가 비수를 뽑아서는 호파음을 한칼에 찔러 죽였 다. 그는 다시 마음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어서 그자의 오른손을 손목 있는 데로부터 잘라내고 다시 노새의 엉덩이에다가 칼을 살짝 갗다 댔 다. 노새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커다란 수레를 끌고는 미친 듯 달려갔다. 이때 추적해 오는 말들이 점점 가까히 다가옴에 따라 그는 재빨리 다시 짚더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비수를 신발 속에 꽂고는 오른손으로 그 죽은 사람의 손을 들어서 아가를 놀려 주려고 했다. 그가 원손을 뻗쳐 더듬어 보았는데 손에 잡히는 것은 땋은 머리인지라 정극상의 머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시 손을 뻗쳐서는 더듬었는데 이번에는 가늘고 잘록하며 부드러 운 허리께가 만져졌다. 그것은 틀림없는 아가였는지라 그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힘주어 두 번 비틀어 주고는 부르짖었다. [정 공자, 왜 남의 엉덩이를 만지시오?] 정극상은 말했다. [나는 만지지 않았소.] 위소보는 말했다. [홍, 그대는 내가 아가 소저인 줄 알고 있는 모양이구려. 손짓 발짓을 하다니 너무나 무례하오.] 정 극상은 욕을 했 다. [터무니없는 소리!] 위소보는 왼손으로 아가의 가슴을 힘주어 비틀고는 즉시 손을 움츠리며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이것 보시오, 정 공자! 여전히 손을 놀리고 있구려!] 곧이어 그는 호파음의 손을 아가의 얼굴에 갖다대고서는 이리저리 만지 도록 했고 곧이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그녀의 가슴을 만지도록 했 다. 처음에 그가 아가의 허리께와 가슴을 만질 때 입으로 크게 소리를 쳤기 때문에 아가는 정말 정극상이 기회를 틈타 무례한 행동을 하는 줄 알고 부끄러움과 함께 다급해지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곧이어 다시 차갑기 이를 데 없는 커다란 손이 자기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는 위소보의 손은 이토록 클 수가 없으니 정극상의 손이 틀림없다 고 생각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사부와 위소보가 들으면 좋은 꼴 이 못되는지라 속으로 애를 태웠다. 그런데도 그 커다란 손은 다시 자기의 가슴을 만지는 것이 아닌가? 그 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정 공자가 이토록 망나니 짓을 하다니!)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몸을 왼쪽으로 조금 옮겼다. 위소 보는 왼손을 뻗쳐서는 철썩 하니 힘주어 정극상의 따귀를갈기고는 부르 짖었다. [아가 소저, 잘 때렸소. 정 공자는 호색한이외다. 아이쿠, 정 공자, 그 대는 또 나를 만지는구려. 사람을 잘못 알고 만졌소.] 정극상은 그 한 대의 따귀를 아가에게 맞은 줄 알고 노해 부르짖었다. [그대가 사람을 앉혀 놓고 병신을 만드는데 감히 나에게 누명을 씌우다 니 ] 아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히 커다란 손이었으니 결코 나이 어린 악인의 짓은 아닐 것이다.) 위소보는 다시 호파음의 손을 들어서는 아가의 뒷덜미를 만지작 거렸 다. 바로 이때 말발굽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원래 상결은 백 의 여승 일행이 반점에서 나가는 즉시 쫓으려고 했으나 전신의 힘이 빠 져 쫓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내공이 심후했기 때문에, 몽한약을 탄 술을 마시긴 했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지는 않았고 두 가닥 진기를 끌어올리자 내식이 막힘없이 유통되었는데, 단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이 가물가물할 뿐이 었다. 그는 대뜸 알아차리고는 부르짖었다. [냉수를 가져와! 빨리 냉수를 가져와!] 사환은 한 대접의 냉수를 가져다 주었다. 상결은 부르짖었다. [내 머리에 끼얹어라!] 사환이 어찌 그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사환은 주저하며 움직 이지 않았다. 상결은 몽한약을 이 반점에서 탄 줄 알고 있었다. 두 손을 쳐들 수 없 자 깊이 숨을 들이키고는 머리통을 그 한 그릇의 냉수 쪽으로 부딪쳐 갔다. 그러자 한 그릇의 냉수가 모조리 그의 머리에 끼얹어져 머리가 약간 맑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고함을 쳤다. [냉수,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빨리 !] 사환은 다시 두 대접의 냉수를 떠왔다. 상결은 그 냉수를 자기 머리에 끼얹고는 다섯 사환에게 물을 한 통 길어 오게 해서는 라마들에게 끼얹 어 정신을 차리게 했으나 그 뚱보 라마는 아무리 해도 일어날 줄을 몰 랐다. 그리고 보니 그의 등에서 피가 나는지라 즉시 상처를 살펴보고 죽은지 오래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섯 명의 라마들은 미처 객점에다가 불을 지르지도 못하고 말에 올라 타고 큰소리를 내지르며 백의 여승 일행을 쫓아오게 된 것이다. 아가는 그 커다란 손이 다시 자기의 목을 더듬어 오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부르짖었다. [그만둬요!] 위소보는 냅다 일장을 들어 후려쳤다. 정극상은 짚더미 안에 있었기 때 문에 눈으로 사물을 볼 수가 없어 피하기가 어려웠고 다시 따귀를 한 대 얻어맞고는 부르짖었다. [내가 아니오!] 두 사람이 이렇게 부르짖게 되자 그들의 종적이 라마승들에게 발각당하 고 말았다. 상결은 부르짖었다. [이곳에 있다.] 한 명의 라마가 말에서 내리더니 짚더미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정극상의 한쪽 발이 바깥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발목 을 잡아서는 짚더미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정극상이 반격을 할까봐 손을 떨치며 그를 수장 밖으로 내던졌다. 그 라마는 다시 손을 뻗쳐서는 짚더미 안으로 넣고 더듬거렸다. 위소보는 있는 힘껏 몸을 움츠렸지만 짚더미가 이미 그 라마에 의해 들 추어졌기 때문에 커다란 손이 안으로 덮쳐 들어와 마구 잡으려고 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다급한 김에 그는 호파음의 손을 그의 손에 쥐어 주있다. 그 라마는 하 나의 손을 만지게 되자 즉시 힘주어 바깥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상대방이 짚더미 안에서 끌려나오는 줄만 알고는 손을 떨치며 와락 잡 아당겼다. 그런데 와락 잡아당긴다는 것이 그만 허공을 잡아당기는 결 과가 되있다. 잘려진 손을 끌어당긴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그는 대뜸 균형을 잃고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자기가 잡아당긴 손을 똑똑히 보니 죽은 사람의 손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가슴팍의 기혈이 끓어오르면서 그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는 본래 짚더미 안에서 한 사람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힘을 주어서는 팔을 떨치듯 하며 그 상대방을 메다꽂으려 한 것이고 또 정극상의 몸무게가 백이삼십 근 정도 되었기 때문에, 두 번쩨 사람에게 도 이백근이나되는 힘을주었던 것이다J더군다나 이번에 잡힌 것은 발목 이 아니라 손이었기 때문에 혹시 힘이 부족하게 되었을 때 되려 상대방 에게 끌려 짚더미 안으로 들어가게 될까봐 더욱더 강력한 힘을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큰 힘을 쏟게 된 결과 끌어낸 것은 그저 몇 냥 중에 불과한 손바닥이니 그 기운은 자연 모조리 그 자신에게로 되돌 아가게 되어 이백여 근이나 되는 장력을 심하게 얻어맞은 것과 다름없 는 꼴이 되었다. 위소보는 그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한 묶음의 보리 짚단 을 그의 얼굴에다 던졌다. 그 라마는 손을 뻗쳐 그것을 들어내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슴팍이 아파 왔다. 곧이어 몸을 비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위소보가 그의 시선이 보리 짚단에 가려지는 순간 급히 달려들어 서는 비수로 그의 심장을 찔렀던 것이다. 그는 막 비수를 뽑아낼 때 주위의 몇 사람이 서장말로 크게 부르짖는 것을 듣고 속으로 야단났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도망칠 길이 없으리라고 생각한 그는 비수를 소맷자락 속에 숨기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고개를 쳐들었다. 상결과 나머지 네 명의 라마들이 보리밭에 서 있었는데 짚더미와는 삼 장이라는 간격이 있었다. 그 라마의 시체 위에는 짚단이 얹혀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죽은 것인지 상결 일행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백의 여승이 신공을 펼쳐서는 그를 격살한 것이라 생각하고 즉시 멀찌감치 피해서는 감히 가까이 다가들지 못했다. 상결이 부르짖었다. [여승, 그대는 나의 여덟 명이나 되는 사제들을 잇따라 죽였소. 나는 그대와 그야말로 바다 같은 깊은 원한을 맺게 되었소. 그런데 짚더미 안에 숨어서 감히 나서지 못하다니 어찌 영웅이라 할 수 있겠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 여덟 명의 사제를 죽였다는 거지?) 그가 헤아려 보니 과연 여덟 명이었다. 그 가운데 한 명만이 백의 여승 에게 살해된 것이었다. 상결은 그와 같이 말한 이후 다시 두 걸음을 물러섰다. 아마도 퍽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위소보는 참을 수 없어 말했다. [우리 사부님의 무공은 출신입화의 경지에 도달하여 천하에서는 다시 비할 수 없는 정도이의다. 하지만 그 어르신께서는 자비를 근본으로 삼 고 있고 또 호생지덕을 베풀고자 하는 분이라 다시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지 않소이다. 당신네 다섯 명의 라마들의 목숨을 그 어르신께서는 용 서하겠노라고 하시니 빨리 떠나도록 하시오.] 상결은 말했다. [그렇게 수윌한 노릇이 어디 있소? 젊은 여승, 그대는 그 한 권의 사십 이장경을 순순히 내놓으시오. 그러면 이 부처 나리께서는 그대들이 길 을 떠나도록 하겠소.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하더라 도 이 부처 나리께서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들은 사십이장경을 요구하는 것이오? 그 경서는 절마다 다 있는데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그러시오?] 상결은 말했다. [우리들은 바로 저 여승이 몸에 지니고 있는 그 사십이장경을 요구하는 것이오.] 위소보는 정극상을 가리켰다. [그 한 편의 경서는 우리 사부님께서 이미 저자에게 주었소. 그대들은 그에게 내놓으라고 하시오.] 이때 정극상은 막 땅바닥에서 기어 일어났을 때였고 제대로 자세를 가 다듬고 서지도 못한 상태였다. 한 명의 라마가 덥썩 그의 두 팔을 잡았고 다른 한 명의 라마는 그의 옷자락을 찢어냈다. 쫙솩,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장삼과 내의가 즉시 찢 어지고 주머니 안의 금은주보가 땅바닥에 떨어졌으나, 경서는 전혀 보 이지 않았다. 위소보는 부르짖었다. [정 공자, 그 한 권의 경서를 어디다 숨겼소?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시 오. 뭐 그리 귀중한 물건도 아니잖소?] 정극상은 극도로 노해서 부르짖었다. [나는 없소!] 한 명의 라마가 철썩 하니 그의 따귀를 후려쳤다. 하마터면 그는 기절 할 뻔했다. 라마는 다시 호통을 내질렀다. [어서 말하지 못하겠느냐?] 다시 일장을 후려쳤다. 위소보는 그의 양쪽 뺨이 대뜸 부풀어오르는 것 을 보고 속으로 말할 수 없는 통쾌함을 느끼면서 부르짖었다. [정 공자, 그대는 이 몇 분의 부처 나리들을 모시고 경서를 찾아내도록 하시오. 나는 그대가 아까 그 객점의 바닥에 구멍을 파는 것을 보았는 데 혹시 경서를 땅에 파묻은 것이 아니오?] 상결은 기뻐서 의쳤다. [저자를 압송하라. 객점으로 돌아가 경서를 파내자.] 그 라마는 대답했다. [예.] 그는 다시 정극상의 따귀를 갈겼다. 아가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짚더미 속에서 기어나와서는 부르짖었다. [이 어린애는 전문적으로 거짓말만 하니 그대들은 그를 믿지 말아요. 이 공자는 경서라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위소보는 고개를 돌리고 나직이 말했다. [나는 사태와 그대를 구하기 위해서 정 공자를 이용하는 것이오.] 아가는 말했다. [그대가 나를 구해 줄 필요는 없어요. 그대는 정 공자에게 억울한 누명 을 씌워 그의 목숨을 해치려는 것이 분명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사태와 그대의 목숨은 정 공자보다도 몇 만 배 더 귀중하오.] 상결은 정극상을 잡은 라마에게 부르짖었다. [그를 때려 죽이지 마라!]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젊은 여승, 그대는 나오시오. 그 두 꼬마와 함께 우리를 따라가서 함 께 경서를 찾도록 합시다.] 이때 아가는 위소보를 노려보며 부르짖었다. [그대는 자신이 죽을까봐 두려워하면서 사부님을 구하려 한다고? 그대 가 사내라면 저 라마들과 한바탕 싸워 봐요.] 위소보는 가슴 속으로부터 뜨거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이토록 나를 업수이 여기다니. 내 이 라마들에게 얻어맞아 죽는 다 하더라도 사내대장부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는 말했다. [싸우라면 싸우지. 내가 죽는 것은 별것 아니오. 다만 그대와 사태를 구하지 못하는 것뿐이외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기게 된다면?] 아가는 말했다. [흥, 그대는 죽었다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어 요. 그대가 한 명의 라마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나는 영원히 그대에 게 승복하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한 사람에게 이긴다는 말이 무슨 말이오? 나는 이미 일곱 명의 라마를 죽이지 않았소?] 아가는 말했다. [간계를 써서 죽인 것이니 그것은 계산에 넣을 수 없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한 명의 라마만 이기더라도 그대는 나에게 와 내 마누라가 되어 주시오.] 아가는 노해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대는 소화상이고 또 소태감인데 어떻게.... 어떻 게....] 위소보는 말했다. [소화상은 환속할 수 있고 소태감도 태감 노릇을 하지 않으면 되오. 어 쨌든 간에 나는 반드시 그대를 내 마누라로 맞아들여야 되겠소.] 아가는 다급해져 말했다. [사부님, 들어 보세요. 이 순간에도 그는 더러운 말을 함부로 하고 있 어요.] 백의 여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속으로 지금 형세가 정말 위급하 니 자기 자신은 스스로 경맥을 끊고 죽어 라마들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 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소보, 너는 손을 이 짚더미 안으로 뻗쳐라.] 위소보는 대답했다. [예.] 위소보는 왼손을 짚더미 안으로 넣었다. 그러자 손바닥에는 하나의 조 그만 종이 봉지가 쥐어졌고 곧이어 백의 여승의 나직한 음성이 들렸다. [이것은 경서 속에 숨겨 두었던 지도이다. 그대는 나를 상관하지 말고 스스로 도망을 쳐 목숨을 구하도록 해라. 만약에 앞으로 다른 일곱 권 의 경서를 차지한다면 우리 명나라의 산천을 어쩌면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망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것이야말로 내 한 사람의 생사보다도 더 중 요한 것이네.] 위소보는 그녀가 자기를 이토록 중시하고, 그 물건을 자기의 제자에게 주지 않고 오히려 자기에게 내준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들며 용기가 새롭게 솟아났다. 갑자기 그는 마음 속에 작정하는 바가 있어 그 즉시 자세히 생각해 보 지도 않고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사부님은 당대의 고인이시라 당신들과는 손을 쓰고 싶지않다고 하시오. 그대들은 한 사람을 내보내 먼저 나와 겨루도록 하시오. 만약 나를 이길 수 있다면 우리 사저가 그때 나서서 손을 쓰게 될 것이오. 흥, 흥. 아마 그대들은 감히 나서지도 못하시겠지. 분수를 안다면 빨리 개꼬리 감추듯 도망을 치시오!] 그는 종이 봉지를 품속에 갈무리했다. 다섯 명의 라마는 소리내어 웃었 다. 그들은 백의 여승에 대해서는 퍽이나 거리끼는 바가 있었으나 이 어린 애에 대해서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한 명의 라마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한 대의 주먹으로 너를 열일곱, 여덟 번 곤두박질치도록 만 들겠다. 겨루기는 무엇을 겨룬단 말이냐?] 위소보는 한 걸음 나서며 낭랑히 외쳤다. [좋소. 바로 당신이 나와 겨루도록 합시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아가에게 말했다. [내가 이기면 그대는 내 마누라가 되는 것이니 다시 잡아 떼지않도록 하시오.] 아가는 말했다. [그대는 이길 수 없어요. 어떻게 하더라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한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만 사람이 당하지 못하는 법이오. 그 대를 맞아들여 마누라로 삼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 밖에 없 소.] 그 라마는 몇 걸음 다가오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정말 나와 겨루려고 하느냐?]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거짓말을 할 리 있겠소? 우리 두 사람은 일 대 일로 겨룹시다. 그대는 안심하시오. 우리 사부님은 결코 손을 쓰지 않을 것이오. 그대 의 네 명 사형제들도 그대를 도우시지 않겠지?] 상결은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물론 우리는 돕지 않지.]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에 내가 한 주먹으로 그를 때려 죽인다면 그대들은 와락 달려들어 많은 사람의 수로 이기려고 할 것이 아니오? 우리 미리 말해 둡시다. 만약 당신네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나는 감당해 낼 수가 없소. 그리 고 우리 사부님께서는 부득이 손을 쓰게 될 것이오.] 상결 역시 진정으로 백의 여승이 손을 쓰는 것은 두려웠다. 몇 명의 사제들이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했는데도 저 여승이 사용한 무 공이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겠으니, 한 명의 사제로 하여금 먼저 저 어 린애와 일 대 일로 싸우게 한 후 여승의 무공 수법을 알아본다면 크게 유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그대들 두 사람이 일 대 일로 싸우도록 하게. 쌍방에선 그 누구도 도 와 줘서는 안 되네.] 위소보는 말했다. [그 누가 도와 준다면 그 사람은 바로 자라의 아들이고 후레자식이외 다.] 상결은 말했다. [맞아. 그 누가 도와 준다면 그는 바로 자라의 딸이고 후레자식이라고 할 수 있네.] 상결은 무공에 있어서 지극히 고강했고 또한 매우 교활한 면이 있었다. 백의 여승과 아가가 모두 여자인 것을 보고는 자라 아들이며 후레자식 이란 말을 자라의 딸이며 후레자식이란 말로 바꾸어서 상대방으로 하여 금 위소보를 돕지 못하게 만든 것이었다. 위소보는 웃었다. [매우 좋소. 그대는 매우 똑똑하구려. 불초는 탄복했소이다.] 상결은 말했다. [자네는 다시 몇 걸음 더 나서게나.] 그는 위소보가 짚단 더미와 여전히 가까운 것을 보고 백의 여승이 그의 등에 손을 갖다대고 암암리에 공력을 전달하게 된다면 자기의 사제가 감당해 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와 같은 요구를 한것이 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 한인들은 광명정대하오. 이기더라도 영광스럽게 이기고 지더라도 깨끗하게 지는데, 무슨 요령을 피울까봐 걱정이시오?] 백의 여승은 나직이 말했다. [소보, 자네는 이길 수가 없네. 거짓으로 무공을 겨루는 척하면서 빨리 말을 가로채서는 도망을 치도록 하게나.] 위소보는 말했다. [예.] 그는 세 걸음을 다가섰는데 짚단 더미와는 일장 남짓 떨어지게 되었다. 상결은 백의 여승이 다시는 몰래 도와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 를 끄덕여 보였다. 그 라마 역시 몇 걸음 다가와서는 그와 마주서서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겨루지?] 위소보는 말했다. [문(文)으로 겨루는 것도 괜찮고 무(武)로 겨루는 것도 괜찮소.] 그 라마는 웃으며 말했다. [문으로 겨루는 것은 어떤 것이고 무로 겨루는 것은 또 어떤 것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문으로 겨루는 것은, 내가 그대를 한 주먹으로 때리고 나면 그대가 다 시 나에게 한 주먹을 때리는 것이오. 그리고 나서 재차 다시 그대에게 한 주먹을 때리면 그대도 재차 나에게 한 주먹을 때리는 것이오. 칠팔 십 대를 때려 그 어느 쪽에서든 먼저 쓰러지면 시합이 끝나는 셈이오. 그대가 나를 때릴 때 나는 피할 수 없고 또 손을 써서 막을 수도 없으 며 그저 뻣뻣하게 서서 내공을 돋구어 그대의 한 대 주먹을 맞받아내야 하오. 내가 그대를 치게 되었을 때 그대 역시 마찬가지의다. 무로 겨루 는 것은, 무기를 쓰든 권각법을 쓰든 간에 자연히 피하거나 막거나 또 는 달리거나 몸을 솟구치거나 할 수 있소.] 상결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장난꾸러기는 몸놀림이 민첩하다. 만약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게 된 다면 사제는 일시 그를 때릴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믿는데가 있는 것처 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간계가 있을 것이다. 십중팔구 그는 짚단 더미가 있는 쪽으로 기어서는 사제가 쫓아가도록 유인할 것이다. 그때 짚단 더미 안에서 갑자기 여승의 주먹이 사제의 몸을 칠팔십 번 내지른다 하더라도 그저 근지럽기만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그는 서장말로 부르짖었다. [그와 문으로 겨루도록 하되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해라. 될 수 있으면 오래 싸우면 싸울수록 좋다. 그리하여 그의 무공 수법이 어떤가 를 살펴보도록 하자.]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사형이 두려움을 느껴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할까봐 그대에게 항복하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그 라마는 웃었다. [조그만 꼬마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사형께서는 너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에게 한 대의 주먹으로 너를 때려 죽이지 않도록 하라고 하 시는 것이다. 너의 그 어린 나이로 미루어 볼 때 무기나 권각법에 있어 서나 한도가 있을 것 같구나. 나 역시 그와 같은 득을 보고 싶지 않으 니 우리들은 문으로 겨루도록 하자.]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위소보는 가슴을 펴며 두 손으로 뒷짐을 지고 말했다. [그대가 먼저 나에게 한 대의 주먹을 치시오. 내가 피하거나 막는다면 영웅호걸이라 할 수 없을 것이오.] 그 라마는 웃었다. [너는 어린애이니 물론 네가 먼저 때려야지.] 그는 위소보를 흉내내어 뒷짐을 지고서 가슴팍을 내밀었다. 그는 위소보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얼굴에 싱글 벙글 웃음을 띠고 있었으며 전혀 이 나이 어린 장난꾸러기를 개의치 않 는 눈치였다. 위소보는 왼손 주먹을 내밀었는데 그 주먹이 바로 그의 아랫배에 닿을락말락 했다. 위소보는 그저 한번 간격을 재보는 듯 주먹 을 한번 뻗쳐 보았다. 다섯 명의 라마들은 그의 조그만 주먹을 보고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내가 치겠소.] 그 즉시 한 가닥 내력을 끌어올려 아랫배에다 힘을 주었다. 위소보는 오른팔의 소맷자락을 벼락같이 떨쳐 내면서 주먹을 소맷자락 속에 숨긴 상태로 기척도 없이 그의 왼쪽 가슴팍에 한 대의 주먹을 내 질렀다. 상결은 그 한 대의 주먹이 그토록 힘이 없는 것을 보고 또다시 껄껄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 웃음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라마는 몸을 휘청했고 위소보가 말했다. [이제 그대가 나를 때릴 차례요.] 그 라마는 갑자기 털썩 앞으로 쓰러져서는 땅바닥에 엎드려 그대로 움 직이지 않았다. 상결 일행은 깜짝 놀라 일제히 달려 나왔다. 위소보는 짚단 더미 쪽으로 물러서며 부르짖었다. [게 서시오! 누구든지 다가오게 된다면 바로 자라의 아들이며 후레자식 이 되는 것이오.] 네 명의 라마들은 대뜸 걸음을 멈추었다. 그런데 그 라마는 여전히 꼼 짝하지 않는데 중상을 입은 정도가 아니라 그만 숨이 막혀서 그대로 숨 진 것이 분명했다. 네 사람은 입을 크게 벌리고 경악해서는 말을 하지 못했다. 위소보는 두 주먹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말했다. [우리 사부께서 나에게 가르치신 이 무공은 격산타우신권(隔山打牛神 拳)이라고 하며, 커다란 황소라도 한 주먹에 때려 죽일 수 있는데 그까 짓 조그만 라마쯤이야 뭐가 대수로울 것이 있겠소? 어때, 누가 다시 와 서 맛을 보겠소?] 그는 나직이 말했다. [아가 마누라, 이제는 잡아떼지 못하겠지?] 아가는 그가 그저 가볍게 한번 휘둘렀을 뿐인데, 그토록 무공이 고강하 고 체구가 우람한 라마가 땅바닥에 엎드려서는 일어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 또 그 라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게 되자 역시 그지없 이 의아스럽게 여기면서 그의 말에 핀잔을 주는 것을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대는 응낙을 했군. 정말 착한 마누라야.] 아가는 노해 부르짖있다. [아니야!]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또 억지를 부리는군. 그렇다면 영웅호걸이 못되오.] 아가는 말했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니에요. 그대가 어쩌겠다는 거예요?] 백의 여승은 위소보가 그 라마의 왼쪽 가슴팍에 한 대의 주먹을 내지르 자 그 라마의 가슴팍에서 피가 흘러내리면서 몸을 몇 번 흔들더니 즉시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위소보가 소매 속에 몰래 비수를 감추는 것을 보고 그가 바 로 상대방의 심장을 겨누고 찔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비수는 예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의 몸을 꿰뚫는 것은 말할 것 도 없거니와 왼손 주먹을 내밀어 견주어 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가 주먹을 사용하려 한다고 여기게 만들고 비수로 찌른 후에는 즉시 비 수를 숨기고 두 주먹을 높이 쳐들어 옆에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더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상결은 그 라마를 몇 번 불렀으나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일시 놀람 과 의아함에 사로잡혀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그때 체구가 수척한 한 명의 라마가 계도를 뽑아들고 의쳤다. [나이 어린 꼬마야! 설사 너의 권법이 고명하다 해서 어떻다는 것이냐? 이 부처님 나리께서 너와 도법을 겨루어 보겠다.] 그는 속으로 이 어린애가 고명한 내력을 전수받아 내공의 힘은 대단하 지만, 그와 무기를 들고 겨루게 된다면 그의 주먹 힘이 별로 쓸모가 없 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도법으로 겨루어도 좋소. 이리 다가오시오.] 라마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호통을 내질렀다. [사내라면 네가 이리 다가오너라!]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가 사내라면 그대가 이리 다가오시오.] 그 라마는 말했다. [하나, 둘, 셋! 우리 서로 세 걸음 다가가도록 하세.]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하나, 둘, 셋!] 그는 세 걸음 다가섰다. 그 라마 역시 세 걸음을 다가서서는 계도를 휘 둘러 한 무더기의 하얀 광채를 쏟아내면서 상반신을 보호했다. 그로서 는 위소보가 갑자기 격산타우신권을 펼쳐 낼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위 소보는 웃었다. [그대는 두려워할 것이 없소. 나는 신권으로 그대를 때리지는 않겠소.] 그 라마는 믿으려 하지 않고 여전히 계도를 휙휙 바람 소리가 일어나도 록 휘둘러대며 부르짖있다. [빨리 칼을 뽑아라.] 위소보는 웃었다. [나는 이미 금정문의 호두신공(護頭神功)을 연성했으니 그대가 나의 머 리를 향해 한 칼을 내려쳐 보시오. 그대의 그 커다란 칼이 되튕겨져서 그대의 민대머리를 오히려 내려치게 될 것이오. 나는 그대가 속지 않도 록 분명히 미리 말해 두겠소.] 그 라마는 반신반의했다. 그가 아무렇게나 한 대의 주먹으로 사형을 때려 죽이는 것을 보고 무공 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 그는 일시 아니나 다를까 경솔하게 앞으로 나서지 못했고 더더욱 감히 칼을 들어 그의 머리를 내 려치지 못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무공이 너무 얕으니 내 결코 반격하지 않으리다. 하지만 그대 는 나의 머리만 내려쳐야지 나의 가슴팍을 내려칠 수는 없소. 나는 나 이가 어려서 가슴팍의 호체신공은 아직도 연성하지 못했소. 그대가 한 칼로 나의 가슴팍을 베려 든다면 반드시 나를 죽이게 될 것이오.] 그 라마는 곁눈질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대의 머리통을 정말 칼로 내리 찍어도 두렵지 않단 말인가?] 위소보는 모자를 벗고 말했다. [자, 이것 보시오. 나의 땋은 머리는 이미 무공을 연마하느라고 잘려져 나가고 말았으며, 머리카락은 무공을 연마하면 연마할수록 더욱더 짧아 지게 되오. 정수리와 목덜미의 신공은 이미 연성하게 되었소. 그리하여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게 되었을 때는 그대가 바로 나의 가슴팍을 내려 친다 하더라도 상관없게 되는 것이오.] 그는 소림사와 청량사에서 출가하여 머리를 빡빡 깎은 터였는데 이때는 한 치 정도로 길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화상과 타고난 대머리 이외 에 남자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땋아야 했는데 그처럼 한치 정도의 머리 를 기른 사람은 어디서든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