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올해 세계 개신교 최대의 논쟁거리는 동성애 목회자 안수건이었다.
지난 달 2일 성공회 뉴욕 대교구 진 로빈슨 신부가 그의 동성 파트너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교에 취임해 많은 성도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호주 개신교계도 올해 동성애 목회자 안수건과 관련해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호주 연합 교단의 제10차 전국 총회가 승인한 '결의안 84'(Resolution 84)가 사실상 동성애 목회자의 안수를 허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연합 교단의 '동성애 목회자 안수 허용' 논란은 '결의안 84'의 2개 조항에서 비롯됐다. "97년의 보고서 성과 믿음의 연합(Uniting Sexuality and Faith)에 설명되어 있는 '바른 관계'(Right Relationship)가 기독교인의 기본적 윤리라고 믿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조항과 "목사 안수에 대해서는 각 노회가 후보에 대한 자격을 개별 심사, 결정한다"는 조항이 그것.
연합 교단 내 복음주의자들은 결의안이 규정하는 '바른 관계'란 혼외 정사를 비롯한 그 어떤 비정상적인 관계도 두 사람의 사이만 좋으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동성애조차 바른 관계로 용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목사 후보자에 대한 노회별 개별 심사 조항을 붙이면 동성애 목회자의 안수를 사실상 허용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목회자들이 장악한 연합 교단 총회측은 그런 해석을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따른 왜곡으로 몰아붙이면서 "동성애 목회자 안수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음주의측은 '결의안 84'가 동성애 목회자의 안수를 명문화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기세게 반발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호주 연합 교단의 동성애 목회자 안수 허용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4년 이후 꾸준히 시도되었고 97년에도 이 문제가 논의된 바 있다.
연합 교단 내에서 이처럼 동성애 목회자 안수 허용 시도가 끈질기게 제기되는 것은 교단 총회를 자유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목회자들 중 18명이 동성애 목회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매년 3월 시드니에서 열리는 세계적 동성애 축제인 '마디그라'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성애 목회자 안수 논란 외에도 호주 연합 교단이 안고 있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단의 급격한 침체이다. 연합 교단은 최근 침례 교단에 최대 교파 자리를 내주었다. 침례 교단이 지난 20년동안 무려 5배의 부흥을 이룩한 반면 연합 교단은 신·구교 합쳐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연합 교단에서 복음주의가 쇠퇴하고 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데 있다.
실제로 호주 대도시 다운타운 한복판에는 예외 없이 연합 교회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최근에는 술집으로 바뀐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주상 복합 빌딩으로 재개발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자유주의가 교회를 자멸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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