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7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7장)
요堯가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자고伯成子高가 벼슬하여 제후諸侯가 되었다.
그러다가 요堯가 천자天子의 자리를 순舜에게 물려주고 또 순舜이 우禹에게 선양禪讓(왕위를 물려줌)하자, 백성자고伯成子高는 제후가 되기를 사양하고 농사를 지었다.
우禹가 그를 만나러 갔더니 그는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우禹가 종종걸음으로 아래쪽으로 나아가 선 채로 이렇게 여쭈었다.
“옛날 요堯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당신이 벼슬하여 제후가 되었다가 요堯가 순舜에게 〈천자天子의 자리를〉 물려주고 〈그 뒤〉 순舜이 나에게 물려주자 당신은 제후 되기를 사양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자고子高가 말했다. “옛날 요堯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상賞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힘써 일하였으며 벌罰을 주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삼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상賞을 내리고 벌罰을 주는데도 백성들은 오히려 불인不仁을 저지릅니다.
〈타고난 자연 그대로의〉 덕德이 이로부터 쇠퇴하고 〈인위적인〉 형벌刑罰이 이로부터 확립되었으며, 후세의 혼란이 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내 일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머리를 구부려 밭을 갈며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堯治天下 伯成子高立爲諸侯
堯授舜舜授禹 伯成子高 辭爲諸侯而耕
禹往見之 則耕在野 禹趨就下風 立而問焉曰
昔堯治天下 吾子立爲諸侯 堯授舜舜授予 而吾子辭爲諸侯而耕 敢問其故何也
(요치천하할세 백성자고 입이제후라가
요 수순하시며 순이 수우하야시늘 백성자고 사위제후이경하더니
우왕견지하니 즉경재야어늘 우추취하풍하야 입이문언하야 왈
석에 요치천하하야는 오자입위제후라가 요 수순하시며 순이 수여어늘 이오자 사위제후이경하나니 감문기고는 하야오)
요堯가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자고伯成子高가 벼슬하여 제후諸侯가 되었다.
그러다가 요堯가 천자天子의 자리를 순舜에게 물려주고 또 순舜이 우禹에게 선양禪讓(왕위를 물려줌)하자, 백성자고伯成子高는 제후가 되기를 사양하고 농사를 지었다.
우禹가 그를 만나러 갔더니 그는 들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 우禹가 종종걸음으로 아래쪽으로 나아가 선 채로 이렇게 여쭈었다.
“옛날 요堯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당신이 벼슬하여 제후가 되었다가 요堯가 순舜에게 〈천자天子의 자리를〉 물려주고 〈그 뒤〉 순舜이 나에게 물려주자 당신은 제후 되기를 사양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 백성자고伯成子高 : 인명. 은자隱者로 어떠한 인물인지 명확하지 않다.
- 요수순堯授舜 : 요가 순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줌.
- 사위제후辭爲諸侯 : 제후가 되기를 사양함.
- 경재야耕在野 : 들에서 밭을 갊. ‘재在’는 ‘어於’와 같다.
- 취하풍就下風 : 아래쪽으로 나아감. 풍은 방方의 뜻.
- 입이문언立而問焉 : 선 채로 여쭈어 봄. 높은 사람의 앞에서 모시고 서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
- 석요치천하昔堯治天下 : 옛날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
子高曰 昔堯治天下 不賞而民勸 不罰而民畏 今子賞罰而民且不仁
德自此衰 刑自此立 後世之亂自此始矣
夫子闔行邪 無落吾事俋俋乎耕而不顧
(자고왈 석에 요치천하하야는 불상이민권하며 불벌이민외하더니 금자상벌호대 이민차부인하니
덕이 자차로 쇠하며 형이 자차로 입하며 후세지란이 자차로 시의러라
부자는 합행야오 무락오사어다하고 읍읍호경이불고하더라)
자고子高가 말했다. “옛날 요堯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상賞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힘써 일하였으며 벌罰을 주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삼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상賞을 내리고 벌罰을 주는데도 백성들은 오히려 불인不仁을 저지릅니다.
〈타고난 자연 그대로의〉 덕德이 이로부터 쇠퇴하고 〈인위적인〉 형벌刑罰이 이로부터 확립되었으며, 후세의 혼란이 이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내 일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머리를 구부려 밭을 갈며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 불상이민권不賞而民勸 : 상賞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힘써 일함. 인위적人爲的으로 상賞을 내리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히 백성들이 힘써 일하였으며, 역시 인위적으로 벌罰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두려워하고 삼갔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 금자상벌今子賞罰 이민차불인而民且不仁 : 지금 당신은 〈작위적作爲的으로〉 상賞을 내리고 벌罰을 주는데도 백성들은 오히려 불인不仁을 저지르고 있다. 즉 부도덕하게 되어 가고 있다는 뜻. 백성자고伯成子高가 제후를 그만두고 농사짓게 된 이유理由는 바로 이 인위적人爲的인 상벌賞罰정치에 대한 비판에 있는 것이다.
- 덕자차쇠德自此衰 형자차립刑自此立 : 덕德이 이로부터 쇠퇴하고 형벌刑罰이 이로부터 확립됨. 덕은 타고난 자연 그대로의 것을 대표하고 형벌은 인위적인 것을 대표한 것이다.
〈在宥〉편 제1장의 “삼대 이후의 위정자들은 시끄럽게 떠들어 대면서 끝내 상벌을 일삼는다.”와 제2장의 “삼왕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천하가 크게 놀라게 되었다.”를 참조.
- 후세지란後世之亂 자차시의自此始矣 : 후세의 혼란이 이로부터 시작되었음.
- 부자합행야夫子闔行邪 : 당신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합闔은 합盍의 오류로 하불何不의 뜻. 何不은 어찌 ……하지 않느냐의 뜻이니, 부자합행야夫子闔(盍)行邪는 “당신은 어째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가 되는데, 그 구어적口語的인 의미는 “당신은 어서 돌아가십시오.”라는 권유의 뜻이다.
- 무락오사無落吾事 : 내 일을 방해하지 마라. 무無는 금지사로 무毋와 같다. 락落은 지체시키다, 훼방하다의 뜻.
- 읍읍호경이불고俋俋乎耕而不顧 : 머리를 구부려 밭을 갈며 다시 돌아보지 않음. 읍읍俋俋은 열심히 밭가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