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0.
미송이 퇴직 후에 잘한 일이 있다면 첫째는 유라시아 횡단을 한 일이고 그 다음은 온라인 불교대학을 선택한 일이다.
불교대학 씨씨 요숙미송의 합동졸업식이 바로 내일이다. 그 다음날은 미송의 생일이고 주말은 이자뿌마 클나는 결혼기념일이다. 요것들을 한꺼번에 클리어하는 6박7일 여행을 시작한다.
카라반을 가지러 시골집으로 왔다.
시골집 마당에 매화꽃이 만발이다. 매화나무 전지를 한나절 하고 들어오니 요숙이 매화로 꽃꽂이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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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호기롭게 대문을 나섰는데 아니? 카라반 배터리가 완전 방전이다. 자동차도 아닌 것이 끌려다니는 카라반 주제에 배터리 앵꼬(?)로 움직이지 않는다니.
작년에 하루 만에 철수했던 지리산 투어가 뇌리를 스친다. 카라반도 배터리가 없으면 운행, 조명, 온수, 취사 아무 것도 안된다. 카라반도 알고보면 상당히 복잡하다. 요고 문과는 살짝 취향이 아닐 정도다.
카라반 본사 사장님과 수회 전화 끝에 점프로 배터리를 부활시키고 밤새 충전으로 하루를 더 묵었다. 본의 아니게 예정보다 여행 1일 추가.
2021. 2. 21.
다시 대구로 돌아와서 장장 3시간이나 진행되는 불교대학 졸업식을 마친 후에 식량과 보급품을 충전하고 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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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전은 부부대화의 좋은 기회다. 부부의 연륜이 길수록 대화는 더욱 중요하다. 장문의 연설을 했다.
... 대답이 없다. 휙 보니 요숙은 잔다.
... 깜깜하고 긴 노르웨이 터널이 왜 생각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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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곡성군 자연애품 캠핑장에 도착한다.
오늘 하루 유할 곳이다. 상당히 이쁘게 꾸며 놓았다.
내가 갔던 외국의 캠핑장은 대부분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캠핑장이 젊은이들을 위한 이색 파티 장소 같다.
캠핑장에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도 함께 있다. 1텐트 1가족이라니 뭔가 나도 들어가 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사람도 많다
저녁하고 2부(설겆이)하고 사모님 목욕 물 데우고 (물통에 운반하고 카라반에 펌프질하고 전기로 데우고)
집 나서면 순식간이다.... 머슴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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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2.
미송 생일 밥을 노나먹고 10분 거리에 있는 옥과기안cc로 놀러 갔다. 기안84가 주인인 줄 알았다. 캐디가 아니란다.
사진이 작지만 요숙의 회심의 일 샷을 구경하고
다음 행선지 사우스링스 영암cc로 간다.
목포 앞 바다로 해가 진다.
목포 F1경기장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에 찾는 사람이 적어 평일은 쉬고 주말만 운영한다.
사람은 찾아 볼 수 없고 황량한 들판이 넓고 넓다. 오늘 어데서 자노?
매일 매일 기약없이 잠잘 곳을 찾던 유라시아 여행이 떠오른다.
이 근처에 다른 야영장은 없다. 유일한 F1경기 캠핑장은 평일이라 휴무다
그래도 혹시 가 보았다. 입구는 열려있고 관리인은 없다. 그냥 주차라도 할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전기와 물이 있다. 오케. 관리인 만나면 비용을 지불하면 될 것이다. 이건 일단 야호다. 더운 물에 난방도 빵빵하다.
신나게 따뜻한 샤워를 즐기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나머지는 상상한대로다. 규칙상 나가란다. 비용도 필요없단다. 고지식한 미송이 나갈 준비를 시작하는데 조용한 요숙이 담당공무원과 한 말씀 나누신다.
돌아오더니 내일 아침 일찍 떠나면 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단다. 사람 사는 일에 사정을 잘 말하면 안될게 없다나 뭐라나 우쨌든 여성의 협상력은 놀랍다. 반항하지 말고 존경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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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23.
사우스링스 영암코스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에서 보았던 링스코스의 느낌이 확실히 난다. 그늘은 없다. 해변 햇빛 속에 하루종일 코스를 돌았다.
공을 한바가지 잃었다.
그래도 홍탁(홍어와 탁주)은 빠질수 없제. 동반자 부부에게 생일 턱도 낼겸 딸이 추천해 준 대한민국 대표 홍탁 맛집 금메달식당으로 갔다.
이 집은 국산 홍어만 취급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집안 모든 벽에 붙은 방문 기념글이 인상적이다. 이 집의 도갓집 막걸리도 추천한다. 세 병을 눕힌 후에 빨그레한 얼굴로 목포 시내투어를 나섰다.
목포역에는 I ♡ 목포도 보이고 김대중 정신 계승의 구호도 보인다. 찐 경상도가 찐 전라도를 투어하니 그냥 외국이다.
유달산 조각공원을 거쳐
목포의 신선한 공기를 쐰다.
목포는 항구다.
노래가 절로 난다.
첫댓글 역쉬~선배님!
동서남북 횡단 일주일
눈으로 코스를 즐겼습니다..
봉글 봉글 매화 꽃망울처럼 절로 미소를 짓게 하네요.. 공 한 바가지 잃으셨다는..ㅎㅎ..
명품팀 조만간 보입시더.오늘도 홧팅하옵소서.
집 나서면 순식간이다.... 머슴되는거~^^
우쨌든 여성의 협상력은 놀랍다. 반항하지 말고 존경만 하자~♡
기다렸던 여행기 다시 시작이네요. 일단 축하!
머슴된지 오랜데~~ 새삼스리....
머슴만 되면 다행 야단까지 맞으면~
그야말로 살상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