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비워둔 시골집은 얼음집이 되었다. 바깥보다 방 안이 더 춥다. 보일러를 켜고 이불을 바닥에 깔아놓았다. 마당이 깔끔하다. 온전히 집안의 모든 것이 다 보인다. 잡초가 없어서이다. 한여름에는 잡초가 무성해서 올 때마다 잡초 뽑는다고 진을 다 뺐다. 텃밭에는 냉이가 한창이다. 쪼그리고 앉아서 냉이를 캤다. 털모자에 어머님이 입으시던 누비 조끼까지 입고 봄을 캐고 있다.
홍매화 나무를 다시 옮겨 심었다. 명자나무와 진달래 대추나무 모과나무를 심어놓았는데 잘 자라고 있어서 다행이다. 대파는 짚과 왕겨로 덮어놓았는데 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도 남편은 집안 여기저기를 손보고 나무도 다시 옮겨 심으면서 바쁘다. 보일러를 켰어도 방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집에는 사람이 살아야 한다. 사람 온기가 얼마나 따스한지 새삼 느낀다. 남편은 티셔츠 하나만 입고 덥다고 하는데 빈둥거리고 있는 나는 오리털 파카에 모자까지 뒤집어쓰고도 에스키모 사람처럼 덜덜 떨며 빨리 집에 가자고 조른다.
‘끝내 끌려가고 말았군!’동생에게 시골집에 왔다고 문자를 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다. 겨울에는 시골집 가는 일이 꺼려진다. 아파트 살다가 시골에 오면 왜 그리도 추운지 사는 사람 민망할 정도로 덜덜 떨었다. 주방에서 식사 준비라도 할라치면 얼마나 서글픈지 모른다. 평생 이런 곳에서 사시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참아야지 하루 이틀 지내다 갈 터인데’ 하면서 마음을 다지곤 했었다. 지금은 어머님도 안 계시니까 더 썰렁하고 무지무지 춥다.
남편은 온 김에 하나라도 더 하고 가려고 쉬지도 않고 일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말벗이라고 해야지 하면서 곁에 있다 보면 추워서 다시 들어오고 따뜻해진 방바닥에 배를 깔고 책을 보다가도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신경 쓰여서 들락날락하면서 괜히 따라왔나 싶었다. 봄이 올 때까지는 다시는 따라오지 않겠다고 다짐도 한다. 혼자는 가기 싫다는 남편 말을 무 자르듯이 냉정하게 혼자 보낼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배도 고프고 춥고 하니 집에 가자고 졸랐다. 잠시 다녀오겠다고 해서 먹을 것도 준비해서 오지 않았다. 저녁때가 훨씬 지난 9시가 되도록 남편은 밖에서 일을 한다. 이해하면서도 슬슬 열이 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이불을 덮고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 하면서 대충 씻고는 남편이 들어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싸놓은 냉이와 무청 시래기 쌀 보따리를 마루에 내놓았다, 문단속을 마치고 마당에 나와 하늘을 보니 별이 바로 눈앞에서 쏟아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네요.” 너무 아름다웠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밤하늘을 보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싹 풀렸다. 추운 것도 배고픈 것도 다 잊었다. 별이 내 가슴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 2024년3월2일 -